[국제정세 변곡점, 나토 정상회의 D-4]핵·테러 위기 때마다 나침반 역할 ‘글로벌 이슈의 축소판’

중앙선데이

입력 2022.06.25 00:20

업데이트 2022.06.2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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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4호 11면

SPECIAL REPORT 

지난 3월 24일 나토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지난 3월 24일 나토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올해로 출범 73주년을 맞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는 지구촌의 급변하는 외교안보 지형 속에서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국제 정세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냉전이 시작되자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들이 옛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하는 토대가 됐던 나토는 1990년대 냉전 종식 후엔 전통적 군사동맹에서 정치·외교 동맹으로 발 빠르게 변화하며 세계질서 재편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앞장섰다. 세계 곳곳에서 국지적 분쟁과 인권·인도주의 논란이 잇따를 때 긴급 대응 전략을 모색한 주체도 나토였다. 나토 정상회의가 ‘글로벌 이슈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이유다.

1949년 미국·영국·프랑스 등 12개국으로 출범한 나토는 공산주의의 서유럽 확장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주요 의제도 옛 소련과의 충돌에 대비한 군사전략 구상에 집중됐다. 그러던 나토는 1974년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첫 번째 변곡점을 맞게 됐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공개적으로 핵 보유 의지를 드러내자 나토 정상들이 긴급 회동해 전략적 핵무기 제한에 합의하면서다. 나토의 대응 영역이 옛 소련을 넘어 글로벌 이슈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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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4월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출범식. [사진 나토]

1949년 4월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출범식. [사진 나토]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후 공산권 국가들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도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마련됐다. 이듬해 런던에서 모인 나토 정상들은 옛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을 고립시키기보다는 ‘우정의 손’을 내밀며 새 국제질서를 함께 만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조지 H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도 “21세기 새로운 유럽을 위해서는 변화된 동맹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며 포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나토 정상들은 1994년 동구권 국가들과의 긴밀한 정치·군사 협력을 골자로 하는 ‘평화를 위한 동반자 관계’ 프로그램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포스트 냉전 시대 동서 화합의 기틀을 다졌다.

하지만 평화 모드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발하자 나토 정상들은 다시 머리를 맞댔다. ‘회원국 중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은 모든 가입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협약 제5조가 발동되면서다. 20세기 냉전에 이어 21세기 시작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에 나토 정상들은 2004년 7개 동구권 국가들을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며 대테러 공조 체제를 강화한 데 이어 2010년엔 나토가 기존 역내 방위 외에 역외 위기 대응에도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전략 개념을 수립하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 국제 테러 분쟁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19년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2019년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그렇다고 나토 정상들이 항상 끈끈한 관계만 유지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돈 문제’를 둘러싸고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나토 70주년을 기념한 2019년 런던 정상회의가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에게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까지 늘리라고 압박하자 유럽 정상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상회의 내내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나토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게 흘러가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브뤼셀 정상회의를 앞두고 ‘동맹 관계 회복’을 강조하며 균열 봉합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정상회의는 러시아에 이어 중국에 대한 견제가 처음으로 공식 언급됐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모았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를 나토에 대한 ‘위협’으로, 중국을 ‘도전’으로 규정한 뒤 “동맹국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명시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번 정상회에서는 또 다른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로 나토 회원국 확대 문제다. 핀란드와 스웨덴 등 북유럽 2개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불안이 가중되자 지난달 나토 가입을 공식 신청하면서 이를 승인할지 여부를 둘러싸고 나토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재 나토 회원국 대다수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번 정상회의에도 이 안건이 주요 의제로 상정됐다.

반면 터키는 두 나라가 국내 분리독립 운동 세력을 물밑 지원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가입이 승인되려면 기존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하는 만큼 터키가 끝까지 반대하면 가입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서 일치된 모습을 보이길 원하는 미국 등 주요 회원국 입장에선 결코 원치 않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러시아도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두 나라가 나토에 합류할 경우 서쪽 국경을 맞댄 8개국 중 7개국이 나토 군사동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정상회의에서 두 나라의 가입이 최종 승인될 경우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긴장은 한층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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