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급 대기 발령…해경 수뇌부 집단 사의

중앙선데이

입력 2022.06.2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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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4호 01면

정부가 국가정보원과 경찰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전망이다. 국정원 1급 전원을 대기 발령한데 이어 해경 최고위 간부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으로 김창룡 경찰청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정치권 및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1급 보직국장 27명을 대기 발령했다. 정식 인사 발표 전 국장 전원을 일단 업무에서 배제한 셈이다. 국장 아래 직급인 단장들이 국장 직무대리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국정원의 인적 쇄신을 포함한 고강도 개혁이 곧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원의 인사 및 예산 관리 등을 총괄하는 기조실장에 자신과 가까운 검사장 출신 조상준 변호사를 임명한 것이 국정원 고강도 개혁의 ‘전조’였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정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기의 국정원 개혁 작업은 역대 정부에서도 이뤄져 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집권 뒤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내 ‘적폐청산TF’를 설치해 고강도 국정원 개혁작업을 벌였다. 김영삼 정부 초반인 1994년엔 국가안전기획부에 대한 외부 감시장치로 국회 정보위원회를 설치했고, 안기부 직원 300여명을 대기 발령했다. 이어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안기부를 국정원으로 탈바꿈시킨 뒤 직원의 11.2%를 구조조정을 했다. 당시 안기부 출신 직원 700여명이 옷을 벗었다고 한다.

국정원이 지난해 6월 교체한 원훈(院訓) 및 원훈석(院訓石)을 다시 바꾼 것 역시 문재인 정부 지우기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신영복체 논란이 제기됐던 원훈을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년을 복역한 신 교수의 손글씨체를 대북 정보 활동을 주로 하는 국정원 원훈 서체로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복원된 문구는 1961년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 창설 당시 제정돼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교체될 때까지 37년간 사용한 것이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직원들에게 “첫 원훈을 다시 쓰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문구 그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의미”라며 “직원들 모두 이 원훈을 마음에 새겨 앞으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업무에 매진하자”고 말했다.

수뇌부가 사의를 표명한 해양경찰도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 김창룡 경찰청장 용퇴론에 “임기 한달 남았는데 중요한가”

김창룡 경찰청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해경 최고위 간부 9명 모두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수사 책임을 지고 이날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정 청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전국 지휘관들이 참석한 화상 회의를 열고 “이 시간부로 해양경찰청장의 직을 내려놓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이날 집단 사의 표명은 예고 없이 이뤄졌다. 서승진 해경청 차장, 김병로 중부해경청장(이상 치안정감), 김용진 기획조정관, 이명준 경비국장, 김성종 수사국장, 김종욱 서해해경청장, 윤성현 남해해경청장, 강성기 동해해경청장(이상 치안감) 등 치안감 이상 간부 8명 전원이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가 인천시 옹진군 남쪽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하루 뒤 북한군에 피격됐다. 당시 해경은 1주일 만에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1년 9개월만인 지난 16일 “이씨가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과를 뒤집었다.

해경 간부들의 집단 사의 표명은 1953년 해경 창설 이후 처음이다. 한 해경 직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해경 해체를 발표했을 때도 간부들의 집단 사퇴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해경 직원은 “지휘부가 잘못된 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사태 수습은 여전히 뒷전인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들의 일괄 사직이 모두 수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경청장은 치안감 이상 중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 해경 관계자는 “이들의 사의를 대통령이 일괄 수용할 경우 차기 청장을 뽑으려면 최대 3계급 승진을 시켜야 하는 등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해경 지휘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순수한 뜻을 존중하지만, 현재 감사원 감사 등 진상 규명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일괄 사의는 반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서는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의 파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창룡 청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김 청장의) 임기(다음 달 23일)가 한 달 남았는데 그게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경찰은 다시 술렁였다. 윤 대통령이 전날(23일) “국기 문란” “인사 유출” 등 강한 어조로 경찰을 비판하자 경찰 안팎에서는 “전 정권에서 임명한 김 청장에게 자진 사퇴와 같은 결단을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김 청장의 용퇴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경찰에서는 김 청장을 사실상 패싱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일선 경찰관은 “김 청장 용퇴로 이번 사태를 무마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발언”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전 정권에서 진행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코드를 맞추고 이익을 챙긴 경찰 조직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강경한 모습은 단순히 이번 인사 번복 문제뿐 아니라 (전 정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포괄해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날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윤 대통령 결재가 있기 전 내정안이 발표된 부분에 대해 경찰에서는 ‘전국 단위 이동이 필요한 현실을 반영한 관행’이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4차례 인사도 내정 형식으로 대통령 재가 전에 언론에 배포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는 28일 경찰 인사 관련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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