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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문닫은 은혜초...대법 "학생 300만, 부모 50만원씩 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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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31일 당시 문이 굳게 닫혀 있던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연합뉴스

2017년 12월31일 당시 문이 굳게 닫혀 있던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연합뉴스

2018년 재정악화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초등학교를 폐교한 학교법인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은혜초 학생과 학부모 등 180여 명이 학교법인과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1, 2심과 마찬가지로 은혜학원과 이사장이 학생 1인당 300만원, 학부모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방적·전격적으로 폐교 결정을 해 재학생들의 학습권과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권이 침해됐다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은혜학원은 2017년 12월 이사회에서 재정 악화를 이유로 이듬해 2월부터 은혜초를 폐교하기로 결정했다. 교육청은 은혜학원의 폐교 인가 신청서를 반려했지만 은혜초는 2018년 3월 담임 교사를 배정하지 않는 등 학사행정을 하지 않고 당국 승인 없이 폐교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의견 수렴이나 유예 기간도 없이 폐교를 통보해 피해를 봤다며 2018년 4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줬다. 1·2심은 “은혜초의 폐교는 궁극적으로 재학 중인 학교에서 계속 교육받고자 하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교 선택의 자유, 학부모의 자녀 교육진로에 대한 결정권 등을 침해했다”고 했다.

이어 “학교법인과 이사장은 의견수렴절차 없이 폐교를 결정해 통보했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고려한 적절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설령 학교의 재정 상태가 심각해 폐교가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점진적인 방식으로 폐교를 결정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충분한 대비를 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졸업생과 입학예정자들에 대해서는 “직접 학습권이 침해됐다거나 학교 폐교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 금전적 위자가 필요할 정도로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학교 측은 침해된 권리에 비해 배상액이 지나치다는 등의 이유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서울시 교육청은 적법한 폐교인가 없이 교직원을 해고하고 학사일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며 은혜학원 이사장을 초·중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사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재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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