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영표 압박에 이재명 "나도 고민"…野워크숍 '죽음의조'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오전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당권주자인 홍영표 의원(왼쪽부터)과 이재명 의원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고 있다. 홍 의원은 전날 밤 이 의원에게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당권주자인 홍영표 의원(왼쪽부터)과 이재명 의원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고 있다. 홍 의원은 전날 밤 이 의원에게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의원이 출마하면 당 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도 고민이 많다.”(이재명 민주당 의원)

23일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8·28 전당대회에 나설 당권주자 간 설전이 벌어졌다. 친문재인계 당권주자인 홍영표 의원은 1박2일 일정인 워크숍 첫째날 심야에 이뤄진 소규모 조별토론에서 이재명 의원에게 “불출마를 결단해달라”고 말했다. 156명의 참석 의원들은 무작위 추첨으로 10여명씩 총 15개조에 배치됐는데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한 조(14조)에 속했다. 그래서 '죽음의 조'란 농담도 나왔다.

24일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한 회의실에서 테이블을 가운데 놓고 마주 앉았다. 먼저 말을 꺼낸 이는 홍 의원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통합과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이 의원이 출마하면 나도 출마를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며 “그러면 당내 갈등이 커질거다. (계파 갈등이 심했던) 지난해 대선 경선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대해 친이낙연계와 친문재인계가 연합해 격렬하게 대항했던 대선 경선 사례를 들며 이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한 셈이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24일 민주당 워크숍이 열린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24일 민주당 워크숍이 열린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묵묵히 홍 의원의 말을 듣던 이 의원은 굳은 얼굴로 말문을 뗐다고 한다. 이 의원은 “나도 여러 가지 고민이 많다”며 “당 대표가 된들 임기 2년을 지내고 나면 개인적으로는 훨씬 손해인 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는 당의 상황을 책임지는 위치여서 자칫 자신의 차기 대선 도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의원은 불출마 여부에 대한 답은 끝까지 하지 않았다고 한다. 토론은 오후 8시 30분부터 11시 15분까지 3시간여 동안 진행됐는데 이 의원은 오후 10시 30분쯤 먼저 자리를 떴다.

익명을 원한 참석 의원은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에게 ‘출마하지 말라’고 말한 이는 홍 의원 말고도 더 있었다”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다른 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니 6월 안에는 조속히 결단을 내려달라’며 이 의원을 압박하는 듯한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토론에 참여했던 고용진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이 의원은 108번뇌 중일 것”이라며 “출마 쪽에 무게가 있어 보이지만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전해철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재선 의원 34명의 ‘선거 패배 책임자 출마 반대’ 성명 이후 ‘이재명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전 의원은 24일 KBS라디오에서 “선거 패배를 어떻게 극복하냐가 전당대회의 중요한 의제인데, 이 의원의 출마는 이런 논의 자체를 막아버린다”며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선거평가와 당의 변화·혁신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도 있다”며 ‘이재명 불출마’를 재차 주장했다.

이재명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는 전해철 의원(왼쪽)과 홍영표 의원. 뉴스1

이재명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는 전해철 의원(왼쪽)과 홍영표 의원. 뉴스1

지난 22일 이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가 “나도 안 나갈 테니 이 의원도 나가지 말라”고 말한 설훈 의원은 이 사실을 23일 워크숍 자유발언 시간에 전체 의원 앞에서 공개했다. 워크숍에선 다수 의원이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전당대회에 나오면 안 된다”며 이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당내에선 “워크숍을 계기로 당내 여론이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이 의원이 확실하게 알았을 것”(중진 의원)이란 말이 나온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면전에서 자신을 향해 ‘나오지 말라’는 의원들을 보고 이 의원도 ‘당 대표가 됐을 때 의원단의 고른 지지를 얻기 쉽지 않겠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이 의원도 장고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70년대생 당권주자로 평가받는 강병원(왼쪽부터),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전재수 의원. 중앙포토

민주당 70년대생 당권주자로 평가받는 강병원(왼쪽부터),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전재수 의원. 중앙포토

이 의원의 불출마 여론이 일자 당 일각에선 ‘70년대생으로의 세대교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 의원이 불출마를 결단하면 홍영표, 이인영, 설훈, 우원식 의원 등 중진급도 동반 불출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70년대생 재선인 강훈식(49), 강병원(51), 박주민(49), 박용진(51) 의원은 이 의원 출마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고심 끝에 불출마를 결단하면 70년대생들은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보고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 측 인사는 “워크숍 참여는 출마에 대한 찬반여론을 충분히 듣겠다는 취지였다. 출마 의지 자체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의원도 24일 기자들의 불출마 관련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