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은어 '간장'까지 등장…이준석, 안철수·장제원 때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24 15:39

업데이트 2022.06.24 16:15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7월 7일로 연기된 당 윤리위원회 징계안 심사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거론하며 방어막을 펴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가 대선 다음날인 3월 10일 오후 광주 남구 백운교차로에서 대선 승리에 대해 퇴근길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7월 7일로 연기된 당 윤리위원회 징계안 심사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거론하며 방어막을 펴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가 대선 다음날인 3월 10일 오후 광주 남구 백운교차로에서 대선 승리에 대해 퇴근길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또 ‘윤심(尹心)’을 꺼내 들었다. 자신의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안 심사가 7월 7일로 연기된 상황에서 이 대표는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윤리위 연기 결정 다음 날인 23일 취재진과 만나 “윤리위의 행동을 두고 대통령의 의중인지, 혹은 용산(대통령실)의 의지인지 의심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그런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당내 문제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겠다고 천명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라디오에서도 이 대표는 ‘대통령의 의중’을 거론했다. 그는 당내 친윤 그룹 간의 내부 갈등을 언급하면서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 의중을 좀 알 것 같은데 이분들(친윤 그룹)은 대통령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직접 듣진 못했지만, 윤 대통령의 당 운영에 대한 생각을 볼 때 이분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과거 친이계의 권력 다툼에 빗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명박 정부 당시 18대 국회에서 이재오, 이상득, 정두언 의원이 싸우는 바람에 정권이 망했다”며 “지금 국민의힘에서 세 명의 역할을 누가 한다고 이름을 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친윤계 의원이 주축이 된 의원 모임 ‘민들레’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였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이 대표와 설전을 벌인 정진석 의원 등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 사진은 대선 이틀뒤인 3월 11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장제원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과 함께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 사진은 대선 이틀뒤인 3월 11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장제원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과 함께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이 대표는 24일에는 국민의당 몫 지명직 최고위원을 놓고 자신과 충돌한 안철수 의원과 장제원 의원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는 장 의원의 발언을 담은 기사를 페이스북에 게재한 뒤 “디코이(유인용 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했다”며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적었다. 장 의원이 자신을 에둘러 공격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공격했다는 주장이다. ‘간장 한 사발’을 두고는 “안 의원과 장 의원을 ‘간장(간 보다+장제원)’이라고 칭하는 일부 커뮤니티의 은어에서 따온 표현”(당 관계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대선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과 직접적인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에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은 때리되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는 연일 호평을 쏟아내는 ‘반윤핵관, 친대통령’ 전략을 취해왔다. 당 관계자는 “위기에 처한 이 대표가 정적인 여의도 윤핵관들을 공격하면서, 대통령실에 손을 내미는 게 최선의 대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바꿔 말하면 대통령이 등을 돌리면 난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음을 직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여당 내부 갈등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친윤 그룹에 별다른 힘을 실어주지 않는 윤 대통령의 스탠스를 이 대표가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무는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일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퇴진을 바란다는 식의 여론이 퍼지고 있는데, 이 대표가 ‘윤심’을 거론해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측에 회동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SOS를 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수시로 만날 수 있고, 회동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굳건하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만남 자체가 윤리위에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이 악수를 청하자 이준석 대표가 거부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김경록 기자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이 악수를 청하자 이준석 대표가 거부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김경록 기자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 사이에서 벌어진 감정싸움을 두고 이날 당내에선 뒷말이 나왔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옆에 있는 우리는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고,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지지자 플랫폼인 ‘청년의꿈’ 게시판에 이 대표가 배 의원의 악수를 거절하는 사진이 올라오자 “놀고 있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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