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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통나무 오두막에서 배우는 겸손, 환대, 생명력[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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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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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터지기를 기다리는 꽃이다
오민석 지음
뒤란

‘먹실골 일기’라는 부제대로, 저자는 강원도 홍천 깊은 산속에 통나무 오두막을 짓고 가꾸면서 인생과 일상을 돌아본다. TV 프로 이름에 빗대면 ‘나는 자연인이다’가 아니라 ‘나는 전원인이다’라고나 할까. 함박꽃나무, 은엽아지랑이꽃, 곤줄박이, 물까치 등 정겨운 꽃과 새 이름이 수시로 등장한다. 밤바람 소리, 짐승 지나가는 소리, 빗물 떨어지는 소리를 옮기면서 초로의 시인은 35년을 함께 하다 한 해 전 떠나보낸 아내를 떠올린다.

잘 쓰인 산문집이 그러하듯, 그의 일상에 기꺼이 초대한다. 모든 ‘아등바등’에서 조금은 멀어지기를 소망하며 글 쓰고 읽는 5개월간의 자취를 일기체로 기록했다.

특히 40여년에 걸쳐 숲을 가꿔온 할아버지와 그의 아들이자 오두막을 지은 목수 K를 그려내는 시선이 따스하다. 겸손과 환대, 생명력을 그들로부터 배운다. 산골에 있어도 죽음은 밀려오고 지나가지만, 자연의 경이로운 변화를 곱씹으며 “내 운명의 주인이 내가 아님”을 실감하는 과정을 응원하게 된다.

얼마 전 별세한 ‘영원한 MC’ 송해를 언급한 대목들도 눈길을 끈다. 그와 밀착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를 썼던 저자는 고인을 ‘다정한 상남자’로 묘사하며 그와의 인연을 곳곳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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