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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윳값 매일 신고가…정유사에 칼 빼든 정부 “담합 점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경기 성남 대한송유관공사 판교 저유소로 유조차(탱크로리)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다(오른쪽 차선). 왼쪽 차선에는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시작한 민주노총 화물연대 오일탱크로리지부 소속 유조차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22일 경기 성남 대한송유관공사 판교 저유소로 유조차(탱크로리)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다(오른쪽 차선). 왼쪽 차선에는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시작한 민주노총 화물연대 오일탱크로리지부 소속 유조차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휘발윳값이 쉬지 않고 오르고 있다. 두 달 가까이 하루로 빠지지 않고 신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정부는 정유사에 칼을 빼 들었다. 담합 같은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24일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제1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방 차관은 “산업통상자원부ㆍ공정거래위원회 등 합동 점검반을 운영해 정유업계의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여부를 점검하고, 주유업계에 대한 현장 점검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소비자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기름값이 워낙 가파르게 올라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를 보면 24일 전국 주유소에서 L당 평균 휘발유는 2123.61원, 경유는 2138.20원에 팔렸다. 역대 최고가다. 휘발유 가격만 해도 지난달 6일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유류세를 추가로 낮추기 직전인 올해 4월 30일(휘발유 1974.77원)과 비교해 오히려 200원가량 더 비싸다.

석유제품의 원재료가 되는 원유 가격이 그동안 상승 기류를 타긴 했지만 중간중간 등락은 있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해외 석유제품 가격도 마찬가지다. 국내 휘발유 등 석유제품 소매 가격만 유독 쉼 없이 오르는 중이다. 유류세 탓도 할 수 없다. 현행 유류세는 보통 휘발유 기준 L당 521.7원으로 1997년(476.1원)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 원화가치 하락 등 외부 요인이 크긴 하지만 정부는 담합 등 정유사와 주유소의 불공정 행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분을 판매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유가 상승에 편승해 과도한 마진(이익)을 챙긴다는 의혹이다. 다음 달 1일 유류세를 법정 최고 한도인 37%까지 인하하는 조치를 시행하는 데 맞춰 정부가 정유사와 주유소 영업 실태를 점검하기로 한 이유다.

실제 정유사들은 정제 마진 증가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올리는 중이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추정 평균치(컨센서스)는 1조144억원이다. 전년 대비 100.3% 증가한 수치다. 에쓰오일 역시 2분기 전년 대비 60.5% 상승한 9163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유가, 유류세 인하를 틈타서 정유사 등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며 정부가 “담합 점검” 엄포를 놨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만큼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원화 값도 달러당 1300원 안팎으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에서 원유 등 주요 원자재는 통상 달러로 거래된다. 원화가치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올라가는 효과가 난다. 같은 물량을 사더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왼쪽)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왼쪽)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방 차관은 ‘밥상 물가’와 관련해 “농축산물 수급ㆍ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여름철 가격 변동이 심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평년보다 이른 추석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가격 이상징후를 조기에 포착하여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필수 먹거리를 중심으로 일일 가격 동향점검을 실시하고, 가격 불안 품목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공공요금에 대해 그는 “상하수도 등 지방 공공요금은 하반기에 동결을 원칙으로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물가 안정 우수 지방자치단체에는 특별교부세를 비롯한 인센티브도 부여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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