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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해 키워드 30] <링링허우(00後)> '90년대생과도 달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애국 청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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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엔 과도한 일반화의 위험이 있다.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개개인의 개성이 무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기에 공통의 사회 환경을 겪으며 형성된 공감대는 한 인간을 설명할 때 결코 무시될 수 없는 요소다.

지난 3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 땐 MZ세대로 불리는 2030 세대의 표심이 주목을 받았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현실주의적인 그들의 성향은 진보적이고 이상주의적이었던 50대 86세대, 40대 X세대와 분명히 달랐다.

중국에도 많은 ‘세대’들이 존재한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문화대혁명(1966~76) 시기에 중·고·대학 시절을 보낸 문혁 세대가 있다. 홍위병과 하방(下放)의 경험을 공유한 이들은 좌파 이념에 경도된 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경제 성장기에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 21세기가 도래하자 1980년대생인 바링허우(80後), 90년대생인 주링허우(90後)가 사회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생인 바링허우(80後), 90년대생인 주링허우(90後) [사진 셔터스톡]

1980년대생인 바링허우(80後), 90년대생인 주링허우(90後) [사진 셔터스톡]

이들은 두 가지 큰 사회변화를 겪으며 성장했다. 1978년부터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은 급속한 경제 성장과 자본주의화를 불러왔다. 역시 1978년부터 시작된 한 자녀 정책은 이후 태어난 외동 세대들이 개인주의적 성격을 지니게 했다. 이른바 소황제(小皇帝) 세대의 출현이다.

바링허우는 생산과 성장을 대표하는 세대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외동이다 보니 학력 수준도 올라갔다. 의식(衣食)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내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고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부동산 버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해외 브랜드에 친숙해지기 시작한 첫 세대이다.

주링허우는 본격적인 소비 세대다. 바링허우의 개인주의적 성향은 더 강해졌고 높아진 소득 수준을 마음껏 누렸다. 해외여행을 수시로 다니며 명품을 거리낌 없이 소비했다.

이제 2000년대 출생자 링링허우(00後)가 새로운 경제 주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 속속 성인의 반열에 오르며 사회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링링허우 세대는 두 가지 공통된 성장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원주민’이다. 태어났을 때 이미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며 유년기를 보냈다. 스마트폰 보유율이 주링허우의 8배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에는 국민 메신저앱으로 불리는 위챗이 있다. 반면 링링허우의 대세 메신저앱은 QQ다. 이미 30년 전에 출시된 플랫폼이지만 개인 맞춤 설정과 다양한 폰트, 디자인 스킨이 이들의 취향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채팅을 할 때도 한자 대신 이모티콘이나 ‘짤’로 대화하는 ‘더우투(斗图)’를 즐긴다.

2008년 개최된 중국 베이징올림픽 [사진 셔터스톡]

2008년 개최된 중국 베이징올림픽 [사진 셔터스톡]

링링허우가 성장하고 학교에 다니는 동안 중국은 2008년 올림픽을 개최했고 미국과 어깨를 견줄 수준으로 국력이 급성장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들에게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충성심을 부각해 가르쳤다. 그래서 소위 ‘국뽕’과 애국주의가 링링허우에게서 두드러지고 있다. “불굴의 정신은 중화 혈통의 특징” 같은 랩 가사를 따라부르고, 엑소의 중국인 멤버 레이는 삼성전자가 대만과 홍콩을 중국과 별개의 국가인 것처럼 나열했다고 삼성과의 광고 모델 계약을 끊었다.

이 때문에 ‘궈차오(國潮) 마케팅’으로 불리는 국뽕 마케팅이 링링허우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스포츠웨어 리닝(Li Ning)은 2019년 복고풍 한자와 홍색을 마케팅에 활용해 그해 매출이 30% 늘었다. 유명 연예인이 경극 같은 전통 예술을 대가에게 배우는 딩거룽둥창(叮咯咙咚呛) 같은 리얼리티 예능이나 유명인이 중국 역사문화를 탐구하는 샹신러구궁(上新了故宫) 류의 프로그램도 링링허우에게 인기를 얻었다.

궈차오 마케팅으로 링링허우의 관심을 받은 중국 화장품 브랜드 '화시쯔(花西子)' [출처: 화시쯔 공식홈페이지]

궈차오 마케팅으로 링링허우의 관심을 받은 중국 화장품 브랜드 '화시쯔(花西子)' [출처: 화시쯔 공식홈페이지]

링링허우는 더 이상 해외 브랜드에 열광하지 않는다.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국산 제품을 찾아 쓴다. 무인양품(MUJI) 수준의 가성비 좋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왕이옌쉬안(網易嚴選)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화시쯔(花西子) 같은 국산 브랜드 화장품을 쓴다. 완메이르지(完美日記)는 링링허우 세대와 떼어놓을 수 없는 왕훙(網紅)과 SNS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그들을 사로잡은 화장품 브랜드다.

한국의 Z세대처럼 링링허우는 매우 현실적이다. 국산 브랜드 선호도 그런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와 점점 팍팍해지는 취업 경쟁이 만드는 현상일 것이다. 링링허우의 저축률은 70%로 10년 전보다 47% 높아졌다.

그 와중에도 ‘워라밸’은 놓칠 수 없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전생에 덕을 쌓아 얻은 복”이라고 했다가 링링허우들의 악플 세례를 받은 일은 유명하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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