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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YS·DJ, 野 바꿨다"…70년대생 기수론 '양강' 당권 겨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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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로 평가받는 70년대생인 강훈식, 강병원(왼쪽부터) 의원. 중앙포토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로 평가받는 70년대생인 강훈식, 강병원(왼쪽부터) 의원.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의 70년대생 의원들은 김영삼·김대중·이철승의 ‘40대 기수론’ 돌풍을 재연할 수 있을까. 이재명 의원의 8·28전당대회 출마 움직임의 역풍으로 커져온 ‘세대교체론’ 속에 가장 먼저 당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건 무당파 강훈식(49), 친문 강병원(51) 의원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970년 42세 김영삼, 46세 김대중, 48세 이철승이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며 신민당은 ‘젊은 야당’으로 탈바꿈했다”며 “현재 30대 대표(이준석)가 있는 여당에 비해 노쇠한 민주당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우리도 젊은 피를 앞세워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인 이 의원은 1964년생으로 58세다.

‘70년대생 역할론’은 지난 22일 이 의원의 최대 경쟁자로 평가받던 친문 중진 전해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전 의원 불출마를 전후로 재선 의원 34명이 “선거 패배 책임자는 출마하지 말라”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이재명 불출마’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전 의원의 불출마 만으로도 소위 ‘양강(兩姜)’이 나설 공간이 열렸다”며 “이 의원도 출마여부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라디오에서 자신의 출마여부에 대해 "민주당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해서 무겁게 듣고 있다. 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2020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 조문 당시. 연합뉴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라디오에서 자신의 출마여부에 대해 "민주당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해서 무겁게 듣고 있다. 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2020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 조문 당시. 연합뉴스

충남 아산을이 지역구인 강훈식 의원 주변은 최근 움직임이 분주하다. “강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자”는 지지 의원 그룹이 30여명까지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동료 의원들에게 전화를 각자 돌려 “70년대생 재선급 중 전당대회, 대선 경선에 안 나간 ‘진짜 새로운 인물’은 강훈식 뿐”이라거나 “중도성향인 강 의원을 내세워야 이탈 민주층을 회복할 수 있다”는 등의 논리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때 강 의원의 취약점으로 평가되던 무계파 색채는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최대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략통으로 불리며 전략기획위원장(2018~2019년, 2021년~올해), 수석대변인(2020년)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도 기반 부족으로 그동안 당내 경선에 나서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친문, 친명 모두 ‘훈식이라면 괜찮다’는 분위기가 있다”(재선 의원)는 말이 나온다. 학생 운동권(건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임에도 중도·합리 성향으로 평가받는 점과 충청 지역구 의원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평가된다.

1971년 대선을 앞두고 40대 기수론을 통해 정치 전면에 등장한 김영삼(왼쪽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철승 전 의원. 중앙포토

1971년 대선을 앞두고 40대 기수론을 통해 정치 전면에 등장한 김영삼(왼쪽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철승 전 의원. 중앙포토

1973년생인 강 의원은 31세 때인 2004년 손학규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혁신분권보좌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지만 2016년 금배지를 처음으로 달기까지는 낙선(2008년)하거나 경선 탈락(2012년)하는 등 굴곡도 거쳤다. 정작 본인은 아직 “주변의 조언을 경청하면서 고심하는 단계”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를 돕는 초선 의원은 “출마 선언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재선 의원단 대변인을 맡아 ‘세대교체론’을 스스로 키워온 강병원 의원(재선·서울 은평을)의 출마의지는 보다 뚜렷한 편이다. 강 의원은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새로운 혁신과 비전을 이끌고 정치도 바꿔봐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도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지만 86그룹에 비해 이념지향성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라디오에서 "전당대회에서 혁신안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패배는 눈 감아 버리고 계파싸움한다면 민주당은 더 국민에게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라디오에서 "전당대회에서 혁신안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패배는 눈 감아 버리고 계파싸움한다면 민주당은 더 국민에게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강 의원 측 인사는 “1993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던 것은 투쟁 일변도의 운동권과 거리를 두고 대학개혁 등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강 의원은 최근 ‘당시처럼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1971년생인 그는 31세 때인 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수행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등을 지내는 등 줄곧 친노·친문으로 분류돼 왔다는 점은 강 의원은 최대 강점이자 약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친문 초선 의원은 “2015년 문재인, 2016년 추미애 당 대표를 만든 친문 조직이 여전히 전국에 깔려있다”며 “전해철 의원의 불출마, 홍영표 의원의 고심 속에 친문 조직의 선택지는 강 의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은 “병원이가 출마를 본격화하면 돕겠다는 선배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 의원이 송영길 대표 체제를 탄생시켰던 지난해 5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2등으로 당선된 것도 이들의 탄탄한 지지가 배경이 됐다.

지난 22일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최대 경쟁자였던 전해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에선 "이 의원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말이 나온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대선 주자였던 분이 젊은 피와 1대1로 경쟁하면 피를 본다는 점에서 출마에 대해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최대 경쟁자였던 전해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에선 "이 의원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말이 나온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대선 주자였던 분이 젊은 피와 1대1로 경쟁하면 피를 본다는 점에서 출마에 대해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관건은 두 사람이 짧은 시간 내 이목을 끌어 이재명 의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지도를 극복할 수 있느냐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의원이 출마하면 강훈식·강병원 의원은 물론 다른 70년대생 후보들의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재명 대 70년대생 주자’라는 1대1 구도를 만들어 최대한 경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의 핍박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야당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이어갔기 때문에 대통령까지 됐다”며 “70년대생들이 승산을 높이려면 단순히 이 의원보다 적은 나이만 앞세우기 보다는 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신선한 모습을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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