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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연일 은행 압박 “주주이익·공적기능 동시 담당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과 연구기관장들이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연구기관장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과 연구기관장들이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연구기관장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 원장은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금융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은 주주의 이익과 공적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금융기관”이라며 “은행법에 은행의 공공적 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관치 금융’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 지정 기능이나 메커니즘(구조)에 대해 간섭할 의사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다”며 “감독 당국의 역할에 따라 (은행장들과)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고 은행 경영진도 그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20일 시중 은행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튿날부터 은행들이 대출 우대금리 확대에 나서자 시장에선 관치 금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이 원장은 “서민과 취약계층이 금리 인상, 자산시장 가격 조정으로 과도한 상환 부담을 겪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며 “금융회사의 신용손실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주요 위험 요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 원장은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금감원은 계기비행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계비행도 병행해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과거에 있었던 위기 상황을 전제로 정해진 패턴에 따라 대응하기보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것이란 전제로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문제에 대해 “금리가 급등하고 원화가치가 낮아지면서 단기자금 시장과 회사채 시장의 경색 가능성이 있다”며 “유동성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은 금융회사를 점검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원화 환율이 달러당 1300원선까지 떨어진 상황에 대해선 “외화 수급 여건이 악화해 ELS(주가연계증권) 마진콜 위험 등이 있는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외화 유동성을 관리하겠다”며 “금융위와 스트레스 테스트 등 여러 방법으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종규 금융연구원장은 “금융회사의 대출자산이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순이자마진이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며 “경기둔화 위험이 있는 만큼 채무 재조정과 손실흡수능력 점검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역시 “가계와 기업의 신용위험 관리 강화와 함께 자영업자,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 안전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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