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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앞서 공연 보고 공짜밥…강화도 평화 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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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강화 오딧세이 ① 읍내 체험여행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는 강화의 매력을 느끼는 참여형 여행이다. 월곶돈대, 연미정에서는 공연을 감상하고 소리를 채집하는 이색 경험을 한다. 돈대 너머 철책과 한강 하구, 멀리 북한 땅이 어우러진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평화롭다.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는 강화의 매력을 느끼는 참여형 여행이다. 월곶돈대, 연미정에서는 공연을 감상하고 소리를 채집하는 이색 경험을 한다. 돈대 너머 철책과 한강 하구, 멀리 북한 땅이 어우러진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평화롭다.

인천시 강화도는 서울·수도권에서 부담 없이 찾아가는 당일 여행지다. 답답한 팬데믹 시기, 차를 몰고 휙 떠나 바닷바람 쐬고 오기 좋았다. 그러나 바람만 쐬고 오기에는 아까운 게 많다. 강화읍 원도심만 가도 웅숭깊은 이야기와 특유의 문화를 만날 수 있어서다. 따분한 역사여행을 떠올리면 안 된다. 젊은 감각으로 기획한 체험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가격도 싸고 내용도 알차다.

무료 해설 듣는 ‘스토리 워크’

고려궁지는 청와대 뺨치는 명당이다. 고려가 몽골 침입을 대비해 강화로 천도한 뒤 이곳에 궁궐을 짓고 38년을 지냈다. 조선 외규장각도 궁지 안에 있다. 의궤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고려궁지는 청와대 뺨치는 명당이다. 고려가 몽골 침입을 대비해 강화로 천도한 뒤 이곳에 궁궐을 짓고 38년을 지냈다. 조선 외규장각도 궁지 안에 있다. 의궤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강화 원도심을 심도 있게 보고 싶다면 무료 해설 투어 ‘스토리 워크’를 이용하면 된다. ‘고려궁지’부터 들렀다. 고려 고종은 1232년 몽골 침입에 맞서기 위해 강화 천도를 단행했다. 1270년 개경으로 환도할 때까지 궁궐이 있던 자리가 고려궁지다. 한눈에 봐도 명당이다. 뒤편에 북산이 버티고 있고 읍내가 훤히 보이는 풍광이 청와대 뺨친다. 5분 거리에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이 있다. 1900년 영국 출신의 초대 주교 고요한 신부가 지은 한옥 교회다. 외세를 배척하던 때라 불교·유교·도교 같은 토착 종교문화를 건축에 접목한 점이 이채로웠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한옥인데 채광을 위해 유리창을 달았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한옥인데 채광을 위해 유리창을 달았다.

읍내에는 산업화시대 유산도 많다. 카페로 변신한 ‘조양방직’은 1933년 민족 자본으로 설립한 최초의 근대식 공장이었다. 인근에 1970년대까지 국내 직물산업을 선도했던 심도직물의 굴뚝이 남아 있다. 강화는 면직물 중에서 기저귀·행주 등을 만드는 ‘소창’을 많이 생산했다. 군에서 운영하는 소창체험관에서 강화 직물의 역사를 보고 무료 소창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강화도령 화문석은 공방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화도령 화문석은 공방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화문석도 강화 대표 특산물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화문석을 짰는데, 값싼 수입 돗자리에 밀려 생산량이 급감했다. 박윤환(43)씨가 ‘강화도령’이란 브랜드로 강화 화문석의 명맥을 잇고 체험장도 운영한다. 컵 받침, 방석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철책길 걸으며 평화를 배우다

강화는 휴전선 접경지다. 한강 하구(한강·임진강·예성강이 합류하는 남북 중립수역) 너머가 바로 북한이다.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북한까지 직선거리가 불과 1.8㎞다.

강화도에는 한국전쟁과 분단 현실을 살필 수 있는 관광지가 많다. 그러나 명소만 둘러보는 여행은 식상하다. 강화군이 젊은 층을 겨냥해 주말여행 프로그램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를 만든 이유다. 청년 협동조합 ‘청풍’이 운영을 맡았다. 청풍 유명상(38) 대표는 “남북 평화만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 이웃과의 평화로 개념을 확장해봤다”며 “산책과 예술, 지역 문화를 두루 경험하는 참여형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투어는 강화전쟁박물관·갑곶돈대에서 시작한다. 아프리카 전통춤으로 몸을 풀고 강변 철책을 따라 걷는다. 점심을 먹은 뒤 전망 좋은 정자 ‘연미정’을 찾는다. 강화에서 활동하는 가수의 노래를 감상하고 주변의 소리를 핸드폰에 채집해 함께 듣는 시간을 가진다. 군 경계 철책과 한강 하구 너머 북한 땅이 어우러진 모습이 마냥 평화롭다.

사진가에게 촬영 요령을 배우고, 지역 미술가와 함께 포스터를 만드는 체험도 진행된다. SNS 홍보 같은 미션을 이수하면 10여 개 읍내 식당에서 쓸 수 있는 8000원짜리 쿠폰을 준다. 본전을 뽑고도 3000원이 남는 당일치기 알짜 여행이다.

밴댕이, 어디까지 먹어봤니

강화풍물시장 2층 식당에서 맛본 밴댕이회. 고소하다.

강화풍물시장 2층 식당에서 맛본 밴댕이회. 고소하다.

강화읍에서는 먹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초여름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밴댕이다. 강화풍물시장 2층 식당 대부분이 밴댕이 2인 정식을 3만원에 판다. 밴댕이 회무침·구이는 연중 먹을 수 있지만, 회는 지금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볼음도에서 잡았다는 밴댕이와 병어를 회로 먹어봤다. 산란기를 앞두고 기름기가 잔뜩 올라서인지 무척 고소했다. 다복식당 유미영(63) 사장은 “밴댕이는 7월부터 어획이 금지된다”며 “금어기에는 얼려둔 밴댕이를 비빔이나 구이로 팔지만 싱싱한 회는 맛볼 수 없다”고 말했다.

색다른 밴댕이 음식이 궁금하다면 ‘스트롱파이어’라는 읍내 펍을 추천한다. 밴댕이 피자(1만7000원)를 판다. 고소한 밴댕이와 청양고추, 대파를 넣은 페이스트가 찰떡궁합이다.

시장에서는 순무·새우젓 같은 강화 특산물을 저렴하게 판다.

시장에서는 순무·새우젓 같은 강화 특산물을 저렴하게 판다.

180개 점포가 들어찬 풍물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크다. 순무·사자발약쑥·새우젓 같은 강화 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사 가도 좋겠다. 협동조합 ‘청풍’에서 시장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참가비 1만원에 구석구석으로 안내한다.

강화 사람이 잔칫날 먹던 ‘젓국갈비’를 잘하는 식당도 많다. 돼지갈비와 두부·감자·애호박을 넣고 끓인 전골이다. 용흥궁식당에서 맛본 젓국갈비(소 2만5000원)는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특출났다. 유효규(61) 사장은 “화학조미료 대신 새우젓으로 간하고 생고기를 쓴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강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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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워크’는 강화군 문화관광 홈페이지나 네이버에서 예약할 수 있다. 화문석 체험은 강화도령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뒤 방문하면 된다. 체험비는 1만~4만원. ‘늘평화철책길 아트투어’도 강화군 홈페이지나 네이버에서 예약한다. 참가비 5000원에 서울 왕복 버스비가 포함돼 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8시 30분 서울 합정역에서 출발하고 오후 8시 복귀한다. 오전 9시 30분까지 강화 전쟁박물관에 직접 찾아가도 된다. 참가비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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