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포포비치 시대…49년 만에 100m·200m 2관왕

중앙일보

입력 2022.06.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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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49년 만에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200m를 석권한 다비드 포포비치. ‘수영 신동’을 넘어 차세대 ‘수영 황제’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49년 만에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200m를 석권한 다비드 포포비치. ‘수영 신동’을 넘어 차세대 ‘수영 황제’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제 더는 ‘수영 신동’이 아니다. 다비드 포포비치(18·루마니아)가 ‘수영 황제’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49년 만에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m와 200m를 석권하는 새 역사를 썼다.

포포비치는 23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두나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7초58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지난 21일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3초21의 주니어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낸 뒤 이틀 만에 다시 세계 정상에 섰다. FINA는 “단일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m와 200m에서 동시에 우승한 선수는 1973년 제1회 대회의 짐 몽고메리(미국) 이후 포포비치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2004년 9월 15일 생인 포포비치는 자유형 200m에서 최연소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또 루마니아가 배출한 최초의 수영 세계선수권 우승자로 기록됐다. 우승으로 향하는 과정도 화려했다. 200m 준결선과 결선에서 연거푸 주니어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이어 100m 준결선에서도 47초13을 기록해 이 부문 주니어 세계 기록을 다시 썼다.

포포비치의 성장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황선우(19)와 나란히 자유형 100m·200m 결선에 올라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100m에서는 황선우가 5위, 포포비치가 7위에 올랐다. 200m에선 포포비치가 4위, 황선우가 7위였다. 미국의 저명한 수영 잡지 스위밍 월드는 지난 1월호에서 포포비치, 매슈 세이츠(19·남아프리카공화국), 황선우를 ‘2021년을 빛낸 새로운 스타’ 1~3위로 꼽으면서 “포포비치는 자유형 100m와 200m에서 황선우와 향후 수년 간 국제 무대 정상을 겨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포비치는 그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는 자유형 100m 예선에서 이 종목 3연패에 도전하던 케일럽 드레슬(미국)을 2위로 밀어내고 전체 1위로 준결선에 올랐다. 드레슬은 2017년 카잔, 2019년 광주 대회에서 우승하고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딴 이 종목 최강자다. 자연스럽게 드레슬과 포포비치의 결선 맞대결에 큰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드레슬은 준결선을 2시간 앞두고 돌연 기권했다. 포포비치는 드레슬이 빠진 준결선 레이스에서 47초13라는 놀라운 기록을 냈다.

자유형 100m 세계 기록은 세자르 시엘루 필류(브라질)가 남긴 46초91, 200m 세계기록은 파울 비더만(독일)이 보유한 1분42초00이다. 두 기록은 모두 전신 수영복 착용이 가능했던 2009년 이탈리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나왔다. 폴리우레탄 재질의 전신 수영복은 선수들의 부력을 눈에 띄게 높여 ‘과학기술이 만든 도핑’으로 불렸다. FINA는 결국 그 대회 이후 전신수영복 착용을 금지했고, 필류와 비더만의 세계 기록은 넘어서기 어려운 경지로 남았다.

포포비치는 바로 그 필류의 기록에 0.22초 차까지 다가갔다. 200m에서는 비더만, 마이클 펠프스(미국·1분42초96), 야닉 아넬(프랑스·1분43초14)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1분43초대에 진입했다. 전신 수영복 금지 이후로는 아넬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다. ‘수영의 꽃’으로 통하는 자유형 단거리에 새로운 천재가 등장한 모양새다.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든 다비드 포포비치(가운데)와 은메달리스트 황선우(왼쪽). 둘은 10대 돌풍의 주역이다. [AP=연합뉴스]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든 다비드 포포비치(가운데)와 은메달리스트 황선우(왼쪽). 둘은 10대 돌풍의 주역이다. [AP=연합뉴스]

포포비치는 어릴 때부터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네 살 때 척추 측만증 치료를 위해 부모의 손에 이끌려 동네 수영장을 찾았다가 천재적인 재능을 발견했다. 그는 “물 속에서는 언제나 자유롭고, 극한으로 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10세 때 배영 50m에서 루마니아 신기록을 24년 만에 갈아치운 것을 시작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자국 기록을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놨다.

국제 대회 데뷔 무대였던 2019년 유러피언 유스올림픽 자유형 100m에선 역대 15세 미만 선수 중 가장 빠른 기록(49초82)을 냈고, 2020년 루마니아 챔피언십 자유형 100m에서는 49초26으로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을 단숨에 통과했다. 루마니아의 ‘10대 수영 신동’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였다. 포포비치는 여세를 몰아 지난해 유럽 주니어 수영선수권에서 47초30으로 자유형 100m 주니어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이어 수영 종목 최연소 선수로 출전한 지난해 도쿄올림픽 200m에서는 3위에 0.02초 뒤진 4위로 레이스를 마쳐 자신감과 경험을 축적했다.

포포비치 타임라인

포포비치 타임라인

그 후 1년 만에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휩쓴 포포비치는 이제 ‘10대’나 ‘유망주’ 같은 꼬리표를 떼고 세계 수영의 왕좌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황선우에게도 포포비치의 존재는 새로운 자극제가 됐다. 황선우는 200m에서 1분44초47의 한국기록으로 포포비치에 이어 2위에 오른 뒤 “포포비치의 기록이 너무 좋았다. 나도 1분43초대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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