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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코리아'에 달러값 1300원 넘었다…"1350원까지 뛸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달러=1300원' 시대가 열렸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속도전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원화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환율 상승). 환율 방어도 쉽지 않다. 물가가 잡힐 때까지 원화가격 하락 압력이 이어질 수 밖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수입물가 등이 뛰며 비상이 걸린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보다 4.5원 내린(환율상승) 1301.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이 1300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08년 7월 이후 13년 만이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보다 4.5원 내린(환율상승) 1301.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이 1300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08년 7월 이후 13년 만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1297.3원)보다 4.5원 내린(환율상승) 달러당 130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이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300원을 밑돈 건 세계금융위기 때인 2008년 7월 13일(달러당 1315원)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이다.

최근 원화가치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원화가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이날까지 달러당 14.5원이 빠졌다. 원화값이 달러당 1300원선을 뚫고 미끄러지자 정부도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원화값 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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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의 추락을 이끄는 건 기본적으로 Fed의 긴축이 불붙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다. 특히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각)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파월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존재하며 (경제) 연착륙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둔화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서정훈 연구원은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금리를 올리겠다는 파월의 발언에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 게 원화가치가 달러당 1300원 밑으로 떨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도 원화값 약세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쌓이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무역수지는 78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31억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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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과 채권을 사기 위해 외국인이 들여오는 달러도 줄어들고 있다. 한은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2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05억10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지난 10일 미국 재무부가 공개한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 환율 정책보고서'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상품 무역수지의 완화(축소)와 세계적인 금리 인상,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에 따른 상당한 자본 유출이 원화 약세의 지속적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등 해외자산을 사들이며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도 원화에는 부담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5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비중을 계속 높이는 가운데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주로 현물환 매수로 조달하고 있어 구조적인 (원화 가치) 절하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1달러=1300원 시대’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경기 침체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한국의 수출 전망도 악화해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원화 값이 달러당 1350원까지 미끄러질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증권 안영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경제 상황과 전망 하에서는 원화가치가 달러당 1300원선에서 일시적으로 머물다가 올라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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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화가치 방어에 나서는 데도 한계가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원화가치 하락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기초 체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생긴 현상이라 정부 개입의 약발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물가의 피크 아웃(정점 통과)이 확인되는 등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가치 하락은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입해오는 원자재·식량 가격 등을 끌어올린다. 한은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1% 떨어질 때마다 물가 상승률은 0.06%포인트 높아진다. 한은이 5월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을 살펴보니 원자재·식량 가격 상승 등 해외 요인의 기여율이 56%였다.

게다가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한은도 긴축에 더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도 부담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상단 기준)의 기준금리는 연 1.75%로 같은 수준이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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