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반부패부장도 당할뻔…'독한 칼잡이'가 보이스피싱 쫓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23 17:47

업데이트 2022.06.23 18:39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23일 서울동부지검에 출범했다. 검찰·경찰·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관세청·국세청·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합수단은 고검검사(차·부장검사)급 단장 이하 검사 5~6명과 수사관 등 20여명, 경찰 수사팀, 금융수사협력팀 등으로 구성된다. 대검은 이날 “유관기관이 협력, 전(全) 정부적인 역량을 동원해 대대적인 합동단속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강제수사 영장 신속처리 ▶송치사건 기소 및 공소유지 ▶국제공조수사 요청 등의 역할을 맡게 되지만, 피해액 5억원 이상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날 합수단 출범에 관해 기자회견을 가진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나도 당할 뻔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것처럼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이 조직화·전문화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자 사례가 나오는 등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단 판단에서다.

대검 반부패부장 "나도 당할 뻔"…'칼잡이' 임관혁, 합수단 지휘

합수단이 설치되는 서울동부지검은 사이버범죄 중점 검찰청이기도 하지만, 지난 22일 대검검사(고검장·검사장)급 인사 때 늦깎이로 승진 명단에 오른 임관혁(56·사법연수원 26기) 신임 동부지검장이 지휘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법연수원 26기인 임 신임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 2부장을 역임하며 특수통 중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는 권력 수사를 벌여 '독한 칼잡이'란 평가를 받는다. 거꾸로 이 때문에 미운털이 박혀 문재인 정부에선 잇따른 좌천성 인사를 당하고 3년 연속 동기들의 검사장 영전을 지켜봐야만 했다.

임관혁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이던 지난해 1월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3층 브리핑실에서 약 1년 2개월 동안의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관혁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이던 지난해 1월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3층 브리핑실에서 약 1년 2개월 동안의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지검장은 2010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일 때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주임검사였다. 2014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시절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입법 로비 의혹과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했다. 201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땐 이명박(MB) 정부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 2016년 부산지검 특수부장 땐 엘시티 건설 특혜·로비 사건을 수사하면서 여야 정치인 다수를 기소했다.

임 지검장은 서울대 사회학과 운동권 출신이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뒤 한때 ‘우병우 사단’으로 찍혀 검사장 승진에서 번번이 누락됐다. 그러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세월호 참사 의혹을 재수사하는 특별수사단 단장에 발탁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대검 관계자는 “수사를 가장 지독하게 잘 할 사람”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특별수사단은 약 1년 2개월간의 수사로 ▶해양경찰의 부실 인명구조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 방해 혐의에 대해선 관련자를 불구속기소하면서도 ▶청와대·법무부의 진상규명 방해 ▶국가정보원·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은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그는 “법률가로서 (범죄가)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 후로 2년이 넘도록 서울고검·광주고검을 전전하다 4년 만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발전 공기업 기관장 등의 사퇴를 강요한 혐의('산업부 블랙리스트')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초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발전 공기업 기관장 등의 사퇴를 강요한 혐의('산업부 블랙리스트')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지검장은 전 정부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른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이어 합수단까지 지휘하게 된다. 한 검찰 간부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서민 민생경제 범죄도 특수통이 나서서 잡는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검은 “최말단 현금수거책, 대포통장 제공자부터 콜센터 직원, 최상위 조직 총책까지 철저히 수사해 사기뿐만 아니라 범죄단체 조직·활동으로도 적극 의율해 중형 선고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총책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구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장은 내주 단행될 고검검사급 인사 때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검찰 안팎에선 조대호(49·30기)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파견 검사와 김태은(50·31기) 경주지청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조대호 부장검사는 임 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 2부에서 한솥밥을 먹고 세월호 특수단 땐 부단장을 지냈다. 김 지청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파견됐던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으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 차장검사)는 이날 합수단과 관련해 “다른 중점청에 대해서도 국민의 민생 침해와 관련해 할 일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며 “(추가적인 합수단도) 수요가 있고 국민이 필요로 하면 신중히 검토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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