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조용한 전파 가능성"…지역사회 감시망 관건

중앙일보

입력 2022.06.23 15:51

전 세계로 퍼진 원숭이두창이 국내에도 유입되며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유행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향후 조용한 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며 동네 병·의원 등 지역사회 감시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1호 환자 상태 양호…“감염력 소실까지 치료”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22일) 국내 첫 환자가 확인된 이후 추가 의심 신고는 없는 상황이다. 인천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는 첫 환자 30대 남성 A씨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로 미열 외에 특이사항은 없다고 한다.

방역당국은 당초 첫 환자가 나오면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해 치료하기로 했지만, A씨는 인천의료원에서 치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환자 상태나 이송으로 인한 추가 노출 등을 고려해 현재 의료기관에서 치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는 피부에 난 수포(물집)에 가피(딱지)가 떨어져나가 감염력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격리하게 된다.

22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청사에 원숭이두창 주의를 알리는 문구가 모니터에 송출되고 있는 모습. 뉴스1

22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청사에 원숭이두창 주의를 알리는 문구가 모니터에 송출되고 있는 모습. 뉴스1

국내에서도 원숭이두창 환자가 확인되면서 향후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지속해서 해외 유입이 일어나고 국내 2차, 3차 전파 사례도 발견될 것”(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으로 본다.

A씨의 경우 그나마 자진 신고로 공항에서부터 격리돼 같은 비행기 탑승객을 제외한 지역사회 내 접촉자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의 잠복기와 증상을 고려할 때 공항·항만 검역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 검사 결과 수두로 판명난 부산의 의심환자처럼 입국 시 의심 증상이 있어도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검역관이 발견하기 힘든 부위에 피부병변이 있을 수 있고, 원숭이두창은 잠복기가 (21일로) 길어 검역 단계에서 확인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전통 임상양상과 달라…“조용한 전파 우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보고되는 원숭이두창의 임상 양상이 그간 알려진 증상과 차이가 있어 검역 단계서 더 걸러내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이 최근 업데이트한 사례 발견 지침에 따르면 통상 원숭이두창은 전통적으로 열, 림프절 종대, 두통, 근육통이 있고 얼굴이나 입에서 시작된 발진이 몸의 다른 부분, 특히 손과 발에 퍼지는데 미국의 많은 사례에서 환자들은 입이나 생식기, 항문 주변에서 발진을 처음 경험했다고 한다. 또 발진이 널리 퍼지기보다 얼굴, 손, 발 이외 부위에 산재하거나 국소적 병변을 보였다. 발진 후 발열, 두통 등의 독감 증상이 나타난 경우도 있지만 전혀 그런 증상이 없기도 했다.

또 원숭이두창 발진은 통상 평평하게 시작하다가 위로 솟고 그 후 수포로 진행되며 고름이 가득 찬 뒤 딱지가 붙고 떨어지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신체 부위 내에서 여러 단계의 발진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환자들이 직장 통증·출혈, 장염 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한다.

22일 오후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국가지정 음압치료 병상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국가지정 음압치료 병상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발진이 얼굴이나 팔다리 등 잘 보이는 위치나 전신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특정 부위에 국한되어 발생할 수 있다”며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화보다는 성인이 감염되면서 소아와 다른 임상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구 증상(잠복기나 무증상 감염기 때 나타나는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발진이 발생하는 부위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이기 때문에 환자가 자가보고하거나 병원에 방문할 가능성이 작을 수 있다”며 “발진 발생 여부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진단의 지연이나 누락으로 인한 ‘조용한 전파’가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하고 유행 통제가 매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부산 의심 환자 사례처럼 수두 등과 증상이 비슷해 오인될 수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드물게 성인에서도 수두가 나오는데 통상 영유아 수두와 달리 전신에 심하게 온다”며 “초기에 내원한다면 열만 있고 발진이 없을 수 있으니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환자 여행력 묻고 적극 의심 신고해야”

전문가들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들이 주로 찾게 될 1차 의료기관에서의 감시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탁 교수는 “환자들이 큰 병원보다 피부과, 비뇨기과, 항문외과 같은 의원·병원급 의료기관을 처음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에 교과서로만 알고 있던 원숭이두창의 임상 양상과 다르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으면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우주 교수는 “의료진이 의심하지 않으면 신고도 안할 것이고 신고를 안 하면 검사를 안 하면서 환자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며 “일단 발진과 수포 등이 있으면 3주 이내 여행력을 확인하고 확진자와 접촉력이 있는지 의심해 감별 진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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