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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총장' 빗댔던 尹…한동훈 '총장 패싱'엔 "장관이 잘했을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총장직이 두 달째 공백인 상태에서 검찰 인사가 이어지며 ‘총장 패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책임 장관(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권을 대폭 부여한 것”이라며 “우리 장관이 제대로 잘 했을 것”이라며 두둔했다.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한동훈 마음대로 인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장관 주도로 검찰 조직의 새판이 짜여진 상태에서 부임할 새 검찰총장은 ‘식물 총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검찰총장 부재 속 검찰 정기 인사가 이뤄졌다. 연합뉴스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검찰총장 부재 속 검찰 정기 인사가 이뤄졌다. 연합뉴스

총장 공석 47일째…‘尹사단’ ‘친윤’ 검사들 빅4 요직에 발탁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달 18일 ‘원포인트성’검찰 인사에 이어 지난 22일 검찰 정기 인사가 검찰총장 없이 이뤄졌다. 지난달 인사 땐 송경호(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장, 신자용(28기) 법무부 검찰국장, 김유철(29기)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기용된 데 이어 전날 검찰 대검 검사급(고검장‧검사장) 인사에선 신봉수(29기) 서울고검 검사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임명됐다. 그 결과 ‘검찰 빅4’로 불리는 주요 요직에 ‘윤석열 사단’이 전진 배치됐다. 임관혁(26기) 서울동부지검장, 이진동(28기) 대전지검장 등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월성 원전’수사 등 주요 수사 라인에도 ‘친윤’ 특수통 검사가 배치됐다.

정기 인사의 경우 지난달 인사와 달리 검사장 승진자 10명 중 절반은 공안부‧형사부 경력 검사들을 안배했다. ‘편향 인사’ 여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다.

하지만 총장 공석이 길어진 가운데 인사가 이어지며 ‘총장 패싱’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 퇴임 이후 이날 기준 검찰 수장 자리는 47일째 비워졌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이원석 대검 차장(총장 직무대리)과 협의해 정기 인사까지 단행한 것이다. 이에 검찰청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법 34조 1항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검찰총장이 '식물'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검찰총장이 '식물'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본인 식물 빗댔던 尹, “총장이 식물이 될 수 있나”

문재인 정부 때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2017년 5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임명에 앞서 이례적으로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을 먼저 임명했다. 당시 임명된 서울지검장이 윤석열 대통령이다. 문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이던 박상기 전 장관은 꼭 두 달 뒤인 2017년 7월 19일에, 초대 검찰총장이던 문무일 전 총장은 같은 해 7월 25일에 취임했다.

논란이 된 인사의 당사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후에도 비슷한 논란이 빚어진 것인데, 윤 대통령은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 인사권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저는 검사나 검찰에 대해 책임 장관에 인사 권한을 대폭 부여했기 때문에 우리 법무부 장관이 아주 제대로 잘 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 권한 약화 우려에 대해선 “검찰총장이 ‘식물’이 될 수 있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른바 ‘추-윤 갈등’ 당시 검찰총장이던 그는 본인을 ‘식물’에 빗댔다. 그는 지난 2020년 10월 22일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권도 하나도 없고 밖에서 다 식물 총장이라고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당시 ‘채널A’ 사건 관련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비호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적극 부인하면서다.

이례적인 검찰 수장 공백 속 인사에 검찰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현재 총장 직무대리가 열심히 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총장이 빨리 임명돼야 ‘지휘부 공백’이라는 안팎의 시선을 불식하고 본연의 업무인 수사에 집중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장을 보좌할 대검 참모들이 정작 총장의 의견 없이 꾸려진 것을 두고 “총장의 입지가 줄어들지 않겠나”라는 견해도 나온다. 이는 향후 검찰총장 인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물망에 오르내리는 검찰총장 후보군들이 ‘허수아비 총장’ 얘기를 듣는 수장 자리를 꺼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원석 대검 차장은 이날 “어떤 총장이 오셔도 참모들과 함께 바로 지휘해서 일하는 데 부족함이 없게 끔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완비한 尹정부 검찰.

조직 완비한 尹정부 검찰.

野, “‘한동훈 마음대로 인사’ 하나”

다음 주로 계획된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인사 역시 수장 부재 속에 이뤄지게 된다. 이원석 차장은 “검사장급 인사와 마찬가지로 여러 의견을 놓고 (한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한동훈 마음대로 인사’라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 정기 인사가 시행된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부러 검찰총장 인선을 미루고 한동훈 장관 마음대로 검찰 인사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이러니 한 장관이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까지 하면서 검찰은 윤석열 정권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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