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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41% 수준” 전국 27개 하수처리장서 필로폰 검출

중앙일보

입력

필로폰·코카인 등 불법 마약류 사용량이 1년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27개 하수처리장에서 잔류 마약성분을 조사했더니 필로폰이 모두 검출됐다. 이를 토대로 추정한 일일 평균 마약 사용량은 유럽의 41%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 자료사진. 연합뉴스.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 자료사진. 연합뉴스.

필로폰, 전국 27개 하수처리장서 모두 검출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동안 하수처리장의 시료에 남아있는 마약의 종류와 양을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하수처리장 27곳에서 이뤄졌는데, 대표적인 불법 마약류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이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다. 그밖에 엑스터시(MDMA)는 21곳, 암페타민은 17곳, 코카인은 4곳에서 나왔다.

산업·항만·휴양지역 13개 처리장을 일주일 이상 조사한 결과로도 필로폰은 모든 곳에서, 엑스터시는 9곳, 암페타민은 8곳에서 검출됐다. 식약처는 "산업·항만 지역에서 일반 지역보다 필로폰과 엑스터시 사용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 교수(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장)는 "마약류는 공항이나 항만을 통해서 유입되는 만큼 그 지역에서 마약사범들의 불법적 거래가 많이 일어난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로폰·코카인 사용 추정치, 1년 전보다 증가

하수 역학에 기반한 마약류 사용행태 조사는 2020년 4월 첫 조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하수에서 검출된 마약을 하수 유량, 채집 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서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사에서 필로폰의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1000명당 약 23mg으로, 1년 전 동일 지역 평균 약 21mg보다 약간 증가한 수치다. 유럽연합(약 56mg·2021년 기준)의 41%, 호주(약 730mg, 2021년 8월 기준)의 3% 수준이다. 코카인 역시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이 1000명당 약 0.6mg으로, 2020년(0.3mg) 대비 다소 늘어났다. 이범진 교수는 "필로폰 23mg을 1000명으로 나누면, 양 자체는 효과적인 면에서 크진 않다"면서도 "다만, 범죄를 숨기기 위해서 사용 전에 버려진 건지, 사용 후 일부가 버려진 건지 등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경유로 마약이 하수에 유입됐는지가 함께 분석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처리장을 통한 조사는 버려진 마약류가 하수에 유입됐을 가능성과 함께 강수량 등의 변수로 인해 한계가 있다. 다만, 수사 기관의 적발 외에도 실제 사용되는 마약의 종류와 양을 파악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주와 유럽 등 해외에서도 이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식약처는 "결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마약 수사·단속 기관에 해당 정보를 제공하고, 집중 조사가 필요한 지역은 추가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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