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해트트릭' 무고사 "월드클래스 손-케인 대결 기대돼"

중앙일보

입력 2022.06.23 14:25

업데이트 2022.06.23 14:45

일주일 사이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무고사. 피주영 기자

일주일 사이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무고사. 피주영 기자

"일주일 동안 두 차례 해트트릭 비결요? 우선 훌륭한 동료들을 둔 덕분이고, 두 번째는 정신력이죠."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무고사(30·몬테네그로)는 최근 맹활약의 비결을 묻는 말에 베테랑 한국 선수 같은 겸손한 답변을 했다. 5년 차 K리거다웠다. 자신만만한 말투로 당찬 포부를 밝히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와는 달랐다. 그는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연달아 해트트릭을 터뜨렸다. 세계적인 골잡이들이 득실대는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진기록이다.

몬테네그로 국가대표로 나서서 루마니아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작성한 무고사(오른쪽). [EPA=연합뉴스]

몬테네그로 국가대표로 나서서 루마니아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작성한 무고사(오른쪽). [EPA=연합뉴스]

무고사는 22일 열린 2022시즌 K리그1(1부) 17라운드에서 강원FC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인천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6월 A매치 기간 조국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소집돼 지난 15일 루마니아와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폭발한 지 8일 만이다. 무고사는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몬테네그로와 한국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 탓에 몸이 힘들었는데, 결과가 좋으니 피로가 씻기는 기분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응원해준 팬에게 영광을 돌린다"며 웃었다.

단번에 12~14호 골을 넣은 무고사는 득점 선두를 달렸다. 2위 조규성(11골·김천 상무)과는 3골, 3위 주민규(10골·제주 유나이티드)와는 4골로 격차를 벌렸다. 지난 시즌 득점왕 주민규가 38라운드를 통해 22골을 넣었는데, 무고사는 시즌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주민규 기록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 자신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인 19골(2018시즌)은 물론, 꿈의 '30골 득점왕'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무고사는 17경기 14골이라는 무시무시한 득점 페이스를 유지 중이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무고사는 17경기 14골이라는 무시무시한 득점 페이스를 유지 중이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역대 30골을 돌파하고 득점왕을 차지한 골잡이는 31골(42경기·2012시즌)을 터뜨린 레전드 공격수 데얀(당시 FC서울) 뿐이다. 무고사는 "득점왕이나 골에 대한 압박은 없다. 매 경기 골을 넣어 팀이 이기는 데 힘 보태겠다. 1차 목표는 20골을 넣어 개인 한 시즌 최다골을 경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조성환 감독은 이런 무고사를 두고 "말이 필요 없는 골잡이다. 그라운드에서 결과로 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칭찬한다.

무고사는 지난 시즌 부진했다. 시즌 직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급하게 몬테네그로로 건너갔지만,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장례를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치료 후 경기력을 끌어올리느라, 시즌 초반을 통째로 결장했다. 20경기에서 9골을 넣는 데 그쳤다. 팀도 8위에 머물렀다. 무고사는 "어려운 상황이 겹치면서 축구에 집중하지 못했다. 구단, 팬, 동료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무고사는 백의종군했다. 지난 4월엔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차출도 고사했다. 무고사는 "몬테네그로를 다녀오는 데 이동 시간만 22시간이다. 소속팀 복귀 후 제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아서 남기로 했다. 인천에서 많은 골을 넣어 결정엔 후회가 없다"고 털어놨다.

전매특허 스트롱맨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무고사. [사진 프로축구연맹]

전매특허 스트롱맨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무고사. [사진 프로축구연맹]

덕분에 '만년 하위권' 인천은 K리그1 돌풍의 중심이다. 인천은 승강제가 도입된 20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매번 1부 잔류 생존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 막판 극적으로 2부 강등을 면해 '생존왕'이라는 불명예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당당히 4위에 올라있다. 2위 전북 현대와 불과 승점 4 차다.

무고사는 "하늘에서 보고 계실 아버지에게 아들이 잘 성장해서 제2의 고향 인천과 몬테네그로를 빛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면서 "일부에선 인천을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하기도 하는데, 올 시즌 인천은 전북·울산 못지않은 강팀이다. 목표인 다음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따내겠다"고 자신했다.

'K리그 케인'으로 통하는 무고사는 토트넘 방한 경기에서 손흥민-케인과 맞붙는다. [AFP=연합뉴스]

'K리그 케인'으로 통하는 무고사는 토트넘 방한 경기에서 손흥민-케인과 맞붙는다. [AFP=연합뉴스]

팬은 그를 'K리그의 해리 케인'이라고 부른다. 손흥민(토트넘)의 동료인 케인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골잡이다. 마침 토트넘이 방한한다. 다음 달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K리그 대표 스트라이커 무고사는 올스타 발탁이 유력하다.

무고사는 "케인과 비교는 불가하다. A매치에서 두 차례 맞붙어본 경험이 있는데, 나와는 다른 레벨의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토트넘은 세계적인 구단이다. 그런 팀과 경기를 하면 좋겠지만, 우선 팀 경기에 집중하면서 준비하겠다. 물론 손흥민을 상대로 뛰면 기쁠 것이다. 그는 월드클래스 실력을 가진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무고사는 팀의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무고사는 "새로 입단한 선수들이 빨리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 말 걸고 장난도 친다. 어린 선수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있는데, 내 경험을 떠올려 해법을 알려준다. 내가 처음 인천에 왔을 때 선·후배들에게 받은 도움이 많아서다"라고 말했다. 신인 시절(2014~17년) 독일 2부리그에서 뛰며 실패를 경험한 무고사는 인천에서 재기했다. 그는 이어 "나는 당당한 인천 선수다. 한국 선배처럼 잘못한 부분이 있을 땐 호되게 혼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이런 그를 '브라테(세르비아어로 형제)'라고 부른다.

무고사의 전매특허는 골을 넣은 뒤 힘자랑하듯 두 팔을 위로 들고 포효하는 일명 '스트롱맨 세리머니'다. 그는 "K리그에서 뛰면서 이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나와 우리 팬이 K리그에 '인천은 강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만들었다. 경기마다 세리머니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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