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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피해 아파트 45채 산 미국인…정부 첫 기획조사

중앙일보

입력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송파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송파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

40대 미국인 A 씨는 한국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를 때였다. 경기도의 한 단지에 7채씩 3개 단지를 돌며 21채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등 총 45채의 집을 사들였다. A 씨는 현재 해외자금 불법 유입 및 허위신고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또 서울 용산구에서는 17세 외국인 B 씨는 27억6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수하기도 했다. B 씨 역시 편법증여 및 명의신탁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

정부가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였던 외국인 부동산 불법 거래에 대해 첫 기획조사를 한다. 외국인 주택 보유 관련한 통계가 없어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해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24일부터 9월까지 법무부·국세청·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에 대해 기획조사를 한다고 23일 밝혔다.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에서 이뤄진 외국인의 주택거래 2만38건 가운데 투기성 거래가 의심되는 1145건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한다.

외국인의 국내 주택 거래 건수는 전체 거래량의 1%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매수 건수는 지난 2017~2019년 연간 최대 6757건에서 2020~2021년 최대 8756건에 이르는 등 지속해서 늘어났다. 8세 중국인이 아파트를 사거나, 외국인 주택 거래 중 직거래 비중이 47.7%에 달하는 등 이상징후가 지속해서 포착됐다. 이에 국토부는 이번 기획조사에서 외국인 거래 중 미성년자 매수, 외국인 간 직거래, 허위신고, 갭 투기, 임대사업 자격 위반 등의 행위를 중점 단속할 계획이다.

외국인 주택 거래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현재 정부는 외국인의 토지 보유·거래 관련 통계는 생산하고 있지만, 주택 관련 통계는 생산하고 있지 않아 이상 거래 및 투기 적발 등에 한계가 있었다. 국토부는 올해 4분기 중으로 외국인 주택 거래 관련 통계를 시범 생산하고 내년부터 국가승인통계로 공표할 계획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외국인 고유등록 번호를 토대로 인당 보유 현황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세대별 보유현황은 알 수 없어 한계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지자체장이 외국인의 토지·주택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외국인의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비자 종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함께 추진한다.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의 경우 규제지역과 관계없이 주택을 취득할 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진현환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실거래 기획조사가 내국인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고,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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