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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첫 다자회담 참석…EU·G7·나토 겨냥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과 러시아가 주축이 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5개국)’ 정상회의가 23일 화상으로 열린다. 이틀간 이어지는 이번 회의에선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23~24일), G7(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정상회의(26~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29~30일) 등을 견제하는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피해 브릭스 국가를 규합하는 무역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개막식에서 화상으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개막식에서 화상으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정상회의 전날인 22일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개막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강력히 비판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제재는 부메랑이자 양날의 검이라는 점이 다시 입증됐다"면서 "세계 경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국제 금융·화폐 시스템의 주도적 지위를 이용하는 자의적 제재는 자신을 해칠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에 재앙을 초래한다"며 미국을 겨냥해 발언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위기는 세계인에게 경종을 울렸다. 힘의 지위를 맹신하고 군사동맹을 확장하고,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해가며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면 반드시 안보의 곤경에 빠져들게 된다"고 일갈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 주석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원인을 러시아를 적대시한 나토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 주요 다자 회의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2일 로이터 통신·CNN 등 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세계 인구 30억명,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25%, 세계 무역의 20%,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브릭스가 회원국 간 협력과 단결을 통해 서방에 맞설 자체적인 경제권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방 제재로 인해 무역과 석유 수출을 브릭스 국가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올해 첫 3개월 동안 우리와 브릭스 사이의 무역이 38% 증가해 450억 달러(약 58조원)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최근 중국과 인도는 미국 등의 대러시아 제재에 아랑곳없이 러시아 원유를 대량 구매하는 등 무역을 확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높이고 인도 슈퍼마켓 체인점을 여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판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회 결제망)도 제안했다. 러시아 주요 은행은 침공 이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당했다. 그는 "러시아 자체 결제 시스템인 '미르(MIR)'는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브릭스 통화를 기반으로 한 국제 준비 통화를 창출하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AFP 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과 EU가 자신과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뿐만 아니라 나렌드라 모드 인도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등도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해 러시아를 향한 비난을 피하고 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환영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도 브릭스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 주제는 '고품질 브릭스 협력관계 구축, 세계 개발의 새로운 시대 도래"다. 24일에는 브릭스 회원국에 다른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정상들까지 참여하는 '글로벌발전 고위급 대담회'도 영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브릭스에 가입하는 회원국이 늘어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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