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여성질환 중 하나인 자궁내막증을 앓는 환자가 5년간 48.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5년간 5만명이 늘어나 15만명대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연령대 분포를 보면 40대가 45%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혼과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서 임신하는 여성이 줄어든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궁내막증 환자 5년 전보다 5만명 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자궁내막증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현황 데이터를 22일 발표했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내막의 선 조직과 기질이 자궁이 아닌 다른 부위의 조직에 부착해 증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보공단은 2020년 자궁내막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15만5183명으로 2016년보다 48.2%(5만494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입원환자는 11.3%(1777명) 증가해 1만7446명, 외래환자는 50.1%(5만779명) 증가해 15만2152명으로 조사됐다.
2020년 기준 자궁내막증 환자의 연령대별 진료인원 구성비를 살펴보면 40대가 고위험군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진료인원 15만5183명 중 40대가 44.9%(6만9706명)로 가장 많았다. 30대는 25.8%(4만87명), 50대는 17.4%(2만6978명)였다. 진료 형태별로 살펴보면 입원과 외래 모두 40대가 각각 49.2%와 44.9%를 차지했다.
자궁내막증 질환 진료비 5년 전보다 450억원 증가
인구 10만 명당 자궁내막증 환자의 진료인원도 증가 추세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606명으로 2016년 414명 대비 46.4% 증가했다. 입원환자는 2016년 62명에서 2020년 68명으로 9.7% 증가했고, 외래환자는 2016년 401명에서 2020년 594명으로 48.1% 증가했다.
자궁내막증 질환과 관련한 진료비도 5년간 크게 늘었다. 건보공단은 2020년 자궁내막증 질환 관련 총 진료비가 1016억원 발생해 16년 대비 79.6%(45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1인당 진료비도 늘었는데 2016년 54만원에서 2020년 65만5000원으로 21.2% 증가했다. 진료 형태별로 구분하면 입원환자의 1인당 진료비는 2016년 256만4000원에서 2020년 349만6000원으로 36.4% 증가했고, 외래환자는 2016년 16만2000원에서 2020년 26만7000원으로 65.0% 증가했다.
전문가 “저출산과 만혼으로 임신 줄어든 영향”
자궁내막증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선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신정호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환경적 원인 중 하나로 저출산과 만혼을 꼽았다. 신 교수는 “자궁내막증은 생리 횟수와 양이 많아질수록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라며 “의학적으로는 젊은 나이에 임신하고 모유 수유를 하는 게 제일 좋은 예방법인데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서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35세 이하의 경우 먹는 피임약을 먹어 생리의 양을 줄여주는 방법도 있지만 한국에선 부작용 우려 때문에 먹는 피임약을 사용하는 비율이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치료법으로는 약물치료와 외과적 치료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술을 한다고 해도 생리가 시작되면 재발할 수 있는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서종욱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적절한 내외과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면 5년 내 누적 재발률은 60%까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래 지속된 자궁내막증이나 불임과 관련한 자궁내막증, 불임 치료의 과거력, 난소에 자궁내막종이 있는 환자의 경우 난소암 발생률이 1.7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생률이 높진 않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난소암에 대한 위험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답이라며 주요 증상이 보일 때 부인과 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주요 증상으로는 반복적인 만성 골반 동통, 월경통, 성교통, 월경 직전 혹은 월경 중의 배변통, 생식 능력 저하 등을 꼽았다. 자궁내막증의 유병률은 가임 여성에서 20~30%, 난임 여성에서 30~50%, 만성 골반통 여성에서 50~70%로 보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