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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쓴맛 좀 아는 당신을 위한, ‘홉’ 풍미 가득한 맥주 추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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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균의〈맥주 한잔〉
편의점 맥주의 세계는 놀랄 만큼 방대합니다. 지금도 맥주의 종류와 맛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같은 종류의 맥주라 해도 제품에 따라 전혀 다른 향미와 맛을 가지고 있죠. 아직 내 입에 딱 맞는 맥주를 찾지 못했다면, 또는 방대한 맥주의 세계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손봉균의 맥주 한잔’를 추천합니다. 맥주 전문가를 뜻하는, 국내 1호 씨서론(Cicerone) 손봉균 씨가 당신에게 딱 맞는 편의점 맥주 한 캔을 골라드릴 테니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내 취향의 맥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홉'은 맥주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주된 재료로 맥주의 쓴맛과 개성에 영향을 준다. 사진 unsplash

'홉'은 맥주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주된 재료로 맥주의 쓴맛과 개성에 영향을 준다. 사진 unsplash

어느 날 마신 술은 달고, 또 다른 날 마신 술은 쓰게 느껴진 기억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술맛이 마실 때마다 다른 건, 개인의 컨디션이나 기분 탓도 있겠죠. 그런데 술을 만들고 유통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술 본연의 맛이 변했을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맥주에서 쓴맛이 느껴진다면, 맥주를 만드는 주원료 중에서 ‘홉(hop)’과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홉에 함유된, 맥주의 쓴맛을 만드는 물질인 알파산과 베타산의 영향 때문입니다.

홉이라고 하니,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시다고요? 네, 흔히 맥주를 가리킬 때 쓰는 ‘호프(hof)’라는 단어가 있죠.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호프 한 잔 하자”거나“호프집에 가자”고 많이 이야기하니까요. 그런데 이때 쓰는 ‘호프’와 앞서 말한 ‘홉’은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호프는 독일어로 마당이나 광장 같은 공간을 일컫는데, 맥주를 만들어서 궁에 공급했던 호프브로이(Hofbräu, 궁정 양조장)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OB맥주에서 시작한 생맥주 체인점 ‘OB Hof’를 시작으로 ‘호프’라는 단어가 널리 보급됐고, 표준국어대사전은 호프가 ‘잔에 담은 생맥주나 생맥주를 파는 맥줏집’을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호프와 달리, ‘홉’은 맥주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주된 재료 중의 하나로, 여러해살이 덩굴 식물의 꽃송이(hop cone)을 말합니다. 홉을 맥주 양조에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맥주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천연 방부제 역할이 컸고, 지금에 와서는 맥주에 다양한 맛과 향을 불어 넣어서 더욱더 개성 있는 맥주를 양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편의점 맥주 중에서 홉의 개성을 잘 느껴 볼 수 있는 맥주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① 무더운 여름날 갈증 해소엔 ‘덕덕구스 세션 IPA’

덕덕구스 세션 IPA는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 서울에서 자체 개발한 레시피로 홉이 가진 열대과일의 향과 산뜻함이 살아있는 맥주다. 사진 gooseislandkr 인스타그램 캡처

덕덕구스 세션 IPA는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 서울에서 자체 개발한 레시피로 홉이 가진 열대과일의 향과 산뜻함이 살아있는 맥주다. 사진 gooseislandkr 인스타그램 캡처

I.P.A.는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의 약자입니다. 수제 맥주가 유행하면서 많이 알려진 맥주 스타일이죠. 간혹 ‘이파’라고 읽는 사람들도 있는데, 알파벳대로 ‘아이 피 에이’라고 읽습니다. IPA는 영국에서 만든 맥주를 인도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맥주의 유통기한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홉을 많이 넣어 만들면서 탄생했습니다. 전통적인 IPA는 6도 이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맥주의 맛과 향이 다소 무거운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의 IPA를 가볍게 만든 버전도 있습니다. 세션 아이피에이(Session IPA)입니다. 그중 ‘덕덕구스 세션 IPA’는 홉이 주는 경쾌한 쓴맛을 필두로, 홉이 가진 열대과일의 향과 산뜻함도 살아있는 맥주입니다. 알코올 도수도 4.7%로 낮춰 기존 IPA보다 부담 없이 마시기 좋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갈증을 해소하기 딱 좋은 맥주이죠.

〈푸드 페어링〉
시원함에 시원함을 더하듯, 과일 향이 살아있는 맥주에 과일 향을 더하는 페어링을 추천합니다. 맥주와 과일 화채를 함께 해보세요.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이나 포도를 넣은 화채도 좋고, 복숭아 통조림 화채도 좋습니다. 경쾌하고 산뜻한 세션 IPA의 시원함에 과일 화채가 주는 시원함과 달달함이 아주 조화롭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② 음식과 함께하면 더욱 맛있는 ‘플래티넘 인생 에일(페일에일)’

플래티넘 인생 에일은 맛과 향이 다소 강하기 때문에 음식과 함께 마시면 더 좋다. 사진 플래티넘 크래프트 맥주 공식 홈페이지

플래티넘 인생 에일은 맛과 향이 다소 강하기 때문에 음식과 함께 마시면 더 좋다. 사진 플래티넘 크래프트 맥주 공식 홈페이지

IPA가 상한가를 치기 전에 먼저 만들어진, 영국인에게 사랑받은 맥주는 ‘페일 에일’입니다. 페일 에일은 홉의 쓴맛 때문에 ‘비터(bitter) 맥주’라고 불리기도 하죠. 영국의 술집인 펍(Pub)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스타일의 맥주입니다. 페일(Pale)이 ‘창백하다’라는 뜻이라 ‘페일 에일’이라고 하면 밝은색 맥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검은색 계열의 맥주보다 밝은색의 맥주였기 때문에 ‘페일 에일’이라는 명칭을 가지게 됐죠.
‘플래티넘 인생 에일’은 붉은 기가 살짝 도는 호박색의 페일 에일로, 양조에 사용한 홉 때문에 자몽과 귤의 향뿐만 아니라 열대과일인 패션프루트나 망고와 같은 진득한 과일 향도 갖추고 있습니다. 포인트는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쓴맛의 여운입니다. 다만 맛과 향이 다소 강하기 때문에 맥주만 마시는 것보다 음식과 함께 마셔 볼 것을 더 추천합니다.

〈푸드 페어링〉
잘 구워진 번(빵)과 패티의 기름기가 조화로운 햄버거를 추천합니다. ‘육즈비가’(육즙이) 팡팡 터지는 버거를 한 입 크게 물고 오물오물 씹다가 페일 에일 한 모금과 함께 싸악 넘겨보세요. 홉의 쓴맛과 맥주의 탄산이 햄버거의 기름기를 경쾌하게 날려줍니다. 햄버거의 토마토, 치즈, 소스, 채소 등의 부재료와도 아주 조화롭게 어울리는 맥주입니다.

③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맥스 스페셜 호프 에디션’

하이트진로는 2009년부터 뉴질랜드, 미국 등 특정 국가에서 재배하는 홉을 사용한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맥스 인스타그램 캡처

하이트진로는 2009년부터 뉴질랜드, 미국 등 특정 국가에서 재배하는 홉을 사용한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맥스 인스타그램 캡처

편의점에서 자주 보던 맥스(Max) 맥주인데, 캔 디자인이나 색이 다르다 싶으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일단 ‘구매각’을 잡아야 하는 것이 바로 ‘맥스 스페셜 호프’ 한정판 에디션입니다. 하이트진로는 2009년부터 뉴질랜드와 호주, 아프리카, 독일, 미국, 영국, 체코 등 특정 국가에서 재배하는 홉을 사용해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평소 마시는 맥스에 스페셜 홉이 추가된, 색다른 맥스(Max)를 맛볼 수 있죠.
특히, 지난해 2021년에는 시트러스 향이 가득한 미국 대표 홉(센테니얼 홉)을 사용한 ‘아메리칸 스페셜 호프 2021’과 열대과일의 산뜻함이 살아있는 뉴질랜드 홉(2021년에 수확한 홉)을 사용한 ‘뉴질랜드 스페셜 호프 2021’을 두 번에 걸쳐 선보였습니다. 기존의 맥스와 비교하면서 마셔보면, 스페셜 홉에 따라 달라진 맥주 맛의 차이를 느껴 볼 수 있습니다.

〈푸드 페어링〉
올 몰트 라거에 홉의 쌉쌀한 맛과 향까지 살아있는 ‘맥스 스페셜 호프 에디션‘은 노릇노릇 구워진 삼겹살과 함께 해보세요. 몰트의 구수함이 삼겹살의 맛을 올려주고 홉의 깔끔함과 쓴맛은 고기의 기름기를 싹 잡아줍니다.

손봉균 심플잇 오너셰프 cooking@joongang.co.kr

DRINK TIP 병맥주가 캔맥주보다 맛있을까?
병맥주와 캔맥주는 모두 똑같은 생산 과정을 거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패킹(포장) 과정에서 다른 용기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생산 과정은 같지만, 소비자에게 가는 과정에서 맛의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빛과 산소, 온도는 ‘맥주의 3적’이라 할 만큼 맥주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데, 페트나 병보다 캔이 ‘맥주의 3적’에서 버틸 수 있는 보존력이 다소 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잔에 술을 직접 채워주며 ‘짠’하고 건배하는 것을 즐기는 우리 문화에 있어서 병맥주나 캔맥주가 더 맛깔나게 보일 수 있고, 병째로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죠. 병맥주가 캔맥주보다 맛이 있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지만, 분위기나 기분 같은 요소들을 반영한 총체적인 맛의 개념에서 본다면, 어떤 용기에 담느냐가 맛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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