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전용

대사까지 정해주는 아이와 역할 놀이, 이렇게 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2022.06.23 06:00

.

.

7살 리아가 엄마와 인형 놀이를 하고 있다. “나는 신데렐라 할게. 엄마는 백설 공부해.”

엄마는 리아가 건네주는 백설 공주 인형을 받았다. 리아는 놀이공원에 가는 놀이를 제안하며 엄마에게 대답을 강요했다. “내가 ‘백설 공주야 놀이공원 가자!’라고 하면 엄마가 ‘그래 너무 좋아’라고 말해.” 엄마는 리아가 시키는 대로 말했다. “엄마, 빨리 회전목마 타야지! 다 타고나면 재미있으니까 또 타자고 말해.” 엄마는 이번에도 리아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그때 리아가 갑자기 솜사탕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솜사탕 먹기로 했지? 나는 무지개 솜사탕 먹을 거야!” 리아의 말에 엄마도 맞장구를 쳤다. “그럼 나는 토끼 솜사탕 먹어야지.” 리아는 다시 엄마에게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강요했다. “아니야. 내가 지난번 토끼 솜사탕 먹어봤는데 맛이 없었어. 너도 무지개 솜사탕 먹어.” 아이가 자꾸 참견하는 것처럼 느껴져 엄마는 슬슬 짜증이 났지만, 꾹 참았다. “음… 그럼 나도 무지개 솜사탕 먹어야겠다.”

이번에는 리아가 바이킹을 타자고 말했다. “엄마가 미니 바이킹 주인도 해.” 미니 바이킹 주인이 된 엄마는 인형을 흔들며 “자 순서대로 바이킹 타세요”라고 말했다. 리아가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엄마, 신데렐라가 먼저 왔으니까 ‘신데렐라부터 타세요’라고 해야지!”

역할 놀이를 하는 내내 엄마는 리아의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었다.

만 3세에서 5세 유아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시기입니다. 아이가 역할 놀이를 하면서 자꾸 상대방의 역할과 대사를 정해주는 이유죠. 아이가 자라면 자기중심적인 놀이는 줄어들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놀이를 즐기게 되는데요. 기질적으로 욕심이 많고 자기 욕구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계속 자기중심으로 놀이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와 놀이를 할 때 갈등이 자주 발생하죠.

우리 아이를 타인과 상호작용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놀이가 있어요. 바로 역할 놀이입니다. 선생님, 가게 주인, 의사, 환자, 경찰관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동안 타인의 생각과 기분,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인 ‘조망 수용 능력’이 발달합니다. 조망 수용 능력이 높은 아이일수록 공감을 잘하고,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문제를 잘 해결해요.

그런데 리아네처럼 아이가 원하는 대로 놀이를 맞춰주기만 하면 자기중심적인 행동이 더 강해지고, 공감 능력을 발달시키기 어렵죠. 오늘은 아이의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양육자가 역할 놀이에서 알아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알려드릴게요.

이렇게 놀아주세요  

① 아이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지 말고, 다르게 표현해주세요
아이가 역할 놀이를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멘트를 양육자에게 요구할 때가 있죠. 대부분의 양육자는 아이가 시키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합니다. 리아도 “그래! 너무 좋아”, “재미있어. 또 타자”라고 엄마가 해야 할 말을 알려줬어요. 이럴 때 양육자는 아이가 이해 가능한 범위에서 다른 문장으로 표현해 주는 것이 좋아요. 아이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한다면 아이는 놀이 속에서 다양한 문장으로 상호작용하며 대화하는 기회를 얻지 못하거든요.

리아: 내가 “백설 공주야 놀이공원 가자!”라고 하면 엄마가 “그래 너무 좋아”라고 말해.
엄마: 신데렐라야, 너 놀이공원 가고 싶구나. 나도 놀이공원에서 재미있게 놀고 싶었는데 잘 됐다. 같이 놀러 가자.
(신데렐라와 백설 공주는 회전목마를 한 번 탄다.)
리아: 엄마 “재미있어. 또 타자”라고 말해.
엄마: 회전목마가 위로 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실제 말을 타는 기분이 들어서 신나고 재미있었어. 한 번만 타기에는 아쉬운데 너는 어때?

② 아이의 행동을 교정할 때는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와 표정으로 말해요
앞선 사례에서 리아는 무지개 솜사탕을, 엄마는 토끼 솜사탕을 선택했어요. 이때도 리아는 엄마에게 무지개 솜사탕을 먹으라고 강요합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죠. ‘미니바이킹 주인’ 역할을 맡은 엄마에게 “신데렐라부터 타세요”라도 말하라고 주문합니다. 이때 엄마가 단호하게 거절하면 아이는 고집을 부릴 거예요. 비난받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타인의 역할과 영역을 침범해 놀이를 진행하려고 할 때는 양육자가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와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해주세요. 그럼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타인의 입장도 생각하게 될 거예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서서히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교정할 수 있어요.

리아: 내가 지난번 토끼 솜사탕 먹어봤는데 맛없어. 너도 무지개 솜사탕 먹어.
엄마: 신데렐라가 토끼 솜사탕을 예전에 먹어봤나 봐. 맛이 없었던 것을 기억하고 백설 공주에게 알려주고 싶었구나. 그런데 백설 공주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솜사탕을 먹고 싶어하네.(※부드럽고 작은 목소리로 아이의 의도를 좋게 해석해 준 후, 아이가 타인이 스스로 결정한 것을 존중하도록 알려줍니다)
이번에는 바이킹을 타는 놀이를 한다.
엄마: 자, 순서대로 바이킹 타세요.
리아: “신데렐라가 먼저 왔으니 신데렐라부터 타세요”라고 말해.
엄마: 신데렐라가 미니 바이킹을 먼저 타고 싶나 봐. 그런데 놀이기구는 순서대로 타는 거라고 바이킹 주인이 말하네.

③ 상황극 속에서 갈등을 유발해 보세요
이날의 놀이는 모두 리아가 정했습니다. 공주 역할부터 미니 바이킹 타기까지요. 역할 놀이를 할 때 아이가 놀이를 주도하는 것은 좋지만 때로는 유의해야 해요. 자기 중심성이 강한 아이의 경우, 아이가 원하는 대로만 반응하면 공감 능력을 배우지 못하거든요.

특히 유치원 친구들과 놀이를 하다가 자기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문제예요. 친구들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오해할 수 있거든요. 친구들은 양육자처럼 놀이를 맞춰주지 않으니까요. 평소에 이런 갈등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아이는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서 난감해할 겁니다.

그러니 아이와 역할 놀이를 할 때, 아이가 문제 상황을 미리 경험해 보도록 도와주세요. 놀이 맥락에 맞도록 양육자가 갈등 상황을 살짝 유발해보는 거죠. 아이는 이 과정을 통해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요.

리아: 엄마가 미니 바이킹 주인도 해. 나는 손님 할게.
엄마: 엄마가 바이킹 주인까지 했으면 하는구나. 그런데 나도 손님 역할만 하고 싶은데 어쩌지? 역할을 공평하게 정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아이가 스스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줍니다)
리아: 가위바위보 해서 이기는 사람이 먼저 주인 하자.
엄마: 리아가 좋은 생각을 해냈구나.
(※가위바위보에서 아이가 이겼습니다)
엄마: 아쉽네. 약속대로 내가 바이킹 주인과 백설 공주 역할 할게. 어서 오세요! 신나고 재미있는 바이킹입니다. 자, 순서대로 바이킹 타세요.
리아 : (※신데렐라 인형을 들고 바이킹 장난감 앞에 섭니다)
엄마: (※백설 공주 인형을 들고 재빨리 바이킹 장난감 앞에 섭니다)
리아: 내가 먼저 왔어. “엄마, 신데렐라가 먼저 왔으니 먼저 타세요” 해
엄마: 으앙. 나도 먼저 타고 싶어. (※“서로 타겠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작은 목소리로 묻습니다.)
리아: (※백설 공주의 입장도 생각해 보며 문제 해결 방법을 생각해 볼 겁니다.)

놀이할 때, 꼭 기억해 주세요

① 자기 중심적인 아이일수록 더 칭찬하고, 더 격려하세요
리아처럼 자기 생각이 앞서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놀이할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곤 해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아이가 조금이라도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행동을 보이면 듬뿍 칭찬해주세요. 아이는 비난과 질책이 아니라 칭찬과 격려를 통해 서서히 변합니다.

② 양육자가 화를 내선 안 되요. 친절하세요
리아와 같은 성향의 아이들은 잘하고 싶은 욕구가 많고, 호기심이 풍부해요. 이러한 성향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죠. 매사에 의욕적인 만큼, 때로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할 수 있거든요. 아이의 이러한 모습에 양육자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 말아야 해요. 친절하게 하나씩 가르쳐주면 됩니다. 그러면 아이의 강점이 잘 발휘되면서도 타인과 잘 공감하고,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아이로 자라게 될 거예요.
정리=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jung.sunean@joongang.co.kr

자기중심적인 아이, 역할놀이 이렇게 하세요
① 아이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지 말고, 다르게 표현해주세요.
② 아이의 행동을 교정할 때는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와 표정으로 말하세요.
③ 상황극 속에서 갈등을 유발해 보세요.
④ 자기중심적인 아이일수록 더 칭찬하고, 더 격려하세요.
⑤ 양육자가 화내면 안 되요. 친절하세요.

관련기사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