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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보에서 열대성 남세균 독소 미량 검출…"지속 감시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6일 대구지방환경청이 칠곡보 상류 22㎞ 지점과 강정고령보 상류 7㎞ 지점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한 가운데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 물 환경연구소 연구팀이 물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방환경청 제공]

지난 16일 대구지방환경청이 칠곡보 상류 22㎞ 지점과 강정고령보 상류 7㎞ 지점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한 가운데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 물 환경연구소 연구팀이 물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방환경청 제공]

낙동강 보에서 기존에 알려진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독소 외에 새로운 독소가 미량 검출됐던 사실이 국제 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통해 확인됐다.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에서는 남세균의 마이크로시스틴(MC) 독소는 여름철 녹조 때 흔하게 검출되지만, MC 외에 다른 남세균 독소가 검출된 사례는 많지 않다.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 물 환경연구소는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톡신스(Toxins, 독소)'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0년 3~11월 낙동강 8개 보 수질을 분석한 결과, 열대성 유해 남세균 독소가 미량 검출했다"고 밝혔다.
염주말 목(Nostocales 目)에 속하는 유해성 남세균은 가느다란 실 모양으로, 열대지역에 주로 서식하다가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북미·유럽 등 온대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는 침입종(invasive species)이다.

아나톡신-a와 삭시톡신 2종 검출 

낙동강에서 확인된 열대성 유해 남조류 현미경 사진.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제공]

낙동강에서 확인된 열대성 유해 남조류 현미경 사진.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2019년부터 남세균의 독소 생성 유전자에 대한 표지(primer)를 만들고, 디지털 중합 효소 연쇄반응(ddPCR)을 활용해 낙동강에서 열대 유해 남세균 서식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겉모양을 현미경으로만 봐서는 다른 종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또 항원-항체 반응을 활용한 효소결합 면역흡착검사(ELISA)로 남세균 독소인 아나톡신-a(anatoxin-a)와 삭시톡신(saxitoxin)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아나톡신-a는 2020년 6월에 낙동강 낙단보와 구미보에서 L당 0.154~0.284 ng(나노그램, ng=10억 분의 1g) 범위로 검출됐다.
삭시톡신은 4~5월에 칠곡보·강정고령보·달성보·창녕함안보에서 검출됐는데, L당 0.023~0.045 ng 수준이었다.
함께 분석한 실린드로스퍼몹신(cylindrospermopsin)은 어느 지점에서도 검출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관리 기준이 없으나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아나톡신-a에 대해 L당 3~20 ㎍(마이크로그램, ㎍=100만 분의 1) 미만으로, 삭시톡신은 0.2~3㎍/L 미만으로, 실린드로스퍼몹신은 0.1~15㎍/L 미만 등으로 권고 기준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낙동강에서 검출된 남세균 아나톡신-a나 삭시톡신 독소 농도는 해외 권고 기준보다는 아주 낮은 편이다.

노출 시 구토와 호흡 곤란, 마비 증상 

지난해 8월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녹조로 인해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녹조로 인해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아나톡신-a를 섭취했을 때는 구토·복통·설사를 일으키고 호흡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야생 동물이 아나톡신-a에 노출돼 폐사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삭시톡신은 강력한 신경독인데, 마비성 패류 독소로도 불린다. 독소를 생성하는 조류가 조개를 오염시키고 이를 사람이 먹으면 구토와 두통, 마비 등의 중독 증상을 보인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침입종인 열대성 유해 남세균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만 관리하고 있다"며 "열대성 유해 남세균이 생산할 수 있는 독소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특히 "중요한 상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낙동강의 안전한 수질 관리의 목적으로 열대성 유해 남조류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대 호수가 고향인 유해 남세균이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강에서 호수로 바뀐 상황을 틈타 낙동강에 침입할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도자료엔 독소 검출 사실 빠져 

지난달 16일 녹조가 낀 낙동강 창녕함안보. 연합뉴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지난달 16일 녹조가 낀 낙동강 창녕함안보. 연합뉴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한편, 낙동강 물 환경연구소는 지난달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냈지만, 아나톡신-a나 삭시톡신 검출 사실은 제외했다.

당시 보도자료는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는 첨단 감시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열대성 유해 남세균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유해 남세균 검출 내용만 담았다. 또 "낙동강에서 열대성 유해 남조류에 의한 독소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표현했다.

낙동강 물 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낙동강에서 검출된 독소의 양은 미량으로 검출 한계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고, 독소를 생성하는 남세균 숫자도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위험한 수준은 아니어서 시민들에게 검출 사실을 굳이 알릴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2020년처럼 정기적인 조사는 하지 않지만, 지금도 현미경 관찰에서 열대성 유해 남세균으로 의심되는 경우 유전자 분석을 적용해 종을 정확히 가리는 작업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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