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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곽상도 아들 50억 보상 정당…임원 이상 역할했다" [法ON]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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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권력 있는 분들을 팔아 이야기해서 죄송하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른바 '50억 클럽'이 허언이었다며 법정에서 사과했습니다. 사과 형식이지만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스스로 밝힌 대장동 로비 의혹을 부인한 겁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입니다. 곽상도 전 국회의원,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가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이 재판을 받고 있죠. 김씨는 지난 기일에 이어 증인 신분으로 재판에 나왔습니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03.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03. dadazon@newsis.com

김씨는 자신이 부담하기로 한 각종 비용을 대장동 동업자들에게 함께 지우려고 이런 '허언'을 했다고 했습니다. "(정관계 로비 의혹에) 등장하는 분들은 조금도 신세진 적이 없는 분들"이라며 "비용 핑계를 대는 차원에서 이름을 댔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여기저기 로비할 곳이 많으니 공통 비용을 같이 내자고 압박하는 취지였다는 거죠. 남욱 변호사도 이 사건 공판에서 비슷한 증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김씨는 곽 전 의원에게도 특별히 청탁한 게 없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관계자를 만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남도록 부탁하고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죠. 곽 전 의원과 김만배, 김정태 당시 하나금융 회장이 성균관대 동문이기 때문이죠.

이날 신문에 나선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공소장과 구속영장청구서를 한 대목씩 보여주면서 구체적으로 물어봤습니다. 김씨의 답은 일관적이었습니다. "부탁한 적도 없고, 뇌물을 요구받은 적도 없다"는 겁니다.

김씨는 문제의 '서초동 S식당 만찬'에 대해서도 남 변호사와 비슷한 증언을 했습니다. 검찰 주장대로라면 이 곳에서 곽 전 의원이 자신의 대가를 요구하며 다툼까지 생겼다는 건데, 그런 맥락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김씨는 "당시 곽 전 의원이 '회장님 흉내 내지 말고 기부도 좀 하고 후원도 하라'고 했는데, 동생들(남 변호사, 정 회계사)이 있는 자리인데 훈계를 듣는 느낌이라 화가 나 언쟁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바 있습니다. 이날 김씨는 "곽 전 의원이 술에 취하면 꼬투리를 잡고 얘기해 언쟁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영학, 녹음 선별해 냈을 것"…과거사까지 소환한 김만배

그러면서 김씨는 정 회계사의 진술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정 회계사는 이 식사 자리에서 곽 전 의원이 "돈을 많이 벌었으면 나눠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기억했는데요. 김씨는 "정 회계사 진술이 왜 저렇게 내용이 틀리게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저런 말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돈을 벌었으니 좋은 일(후원)을 하라는 취지였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정 회계사 녹음파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정 회계사가 항상 가방을 들고 다녔기 때문에, 녹음 중이라는 걸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는 건데요. 자신이 그 가방 앞에서 한 얘기가 많은데, 검찰에 제출된 녹취록에는 일부 녹음파일이 빠져 있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씨는 정 회계사와 대장동 일당 사이에 흘러온 역사를 짚습니다. 과거 대장동 개발 초기에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검찰 수사를 받았던 적이 있는데, 당시 정 회계사 자택에서 압수된 서류가 남 변호사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김씨는 정 회계사가 자신과 관련된 자료는 빼돌리고, 남 변호사 혐의와 관련된 자료는 고의로 집에 놓아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보'하면서 혼자 살아남았다는 건데, 나머지 동업자들은 정 회계사가 이번에도 비슷한 일을 꾸민 것 같다며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앞서 김씨는 정 회계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따귀를 맞은 뒤에 "원한을 갚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고도 진술한 바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해 안 맞고 컸는데 유 전 본부장에게 맞았다"며 억울해했다는 겁니다. 이날 곽 전 의원 측은 "정 회계사가 유 전 본부장이나 증인(김만배씨)에 대한 악감정으로 녹음해 검찰에 '제보'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김씨는 "딱히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다른 녹음이 빠져 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곽병채, 임원 역할까지…보상 정당"

이날도 김씨는 곽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가 받은 거액의 퇴직금은 정당한 보상일 뿐이고,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일한 만큼 받아간 돈이란 건데, 당시 곽씨가 김씨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등 임원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평사원으로 입사했지만 사실상 임원이 있어야 하는 자리였다는 겁니다.

당시 화천대유에서 대표는 120억, 전무는 40억, 상무는 15억의 성과급을 받기로 했었고, 추가 수익이 나면 직원들과 이를 공유하기로 했었다고 합니다. 사실상 임원급 역할을 한 곽씨는 일을 하다가 병까지 얻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정식으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전무급으로 보상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인데요. 김씨는 "많은 이득을 가져간 일부 주주들이 주색잡기에 몰두한다는 얘기를 수시로 들었는데,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수익이 많이 났으니 직원들에게 보은해야 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 기일 검찰은 곽씨가 화천대유로부터 법인카드나 차량, 사택을 받았을 뿐 아니라 대출까지 받을 수 있었던 점을 따져 물었죠. 하지만 다른 임직원들도 회사로부터 돈을 빌리고 법인카드나 차량을 받았다는 게 김씨 주장입니다. 곽씨가 받은 게 특혜가 아니었다는 걸 입증하려는 곽 전 의원 측은, 법정에 화천대유의 각종 복지 혜택을 소환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당시 화천대유 직원들은 "골프를 못 치면 월급을 깎겠다"는 김씨의 우스갯소리까지 들으며 법인카드로 골프연습까지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김씨는 "일을 위한 일을 하지 말고, 일이 없을 땐 숨 고르기 하라"는 취지였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와 같은 김씨 증언에 검찰은 김씨에 대한 신문을 다시 이어갑니다. 재판은 다음 달 6일에 이어지는데요. 김씨의 증인신문이 마치는대로 곽 전 의원도 직접 증언대에 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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