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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선 5000원짜리 1일 투어에 8000원짜리 식사쿠폰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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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오디세이① 읍내 체험여행

강화군이 6월 11일 시작한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는 기존 평화안보관광과 다르다. 강화도 철책을 따라 걸으며 내면의 평화, 이웃과의 평화를 생각한다. 공연을 감상하고 그림을 그리는 다채로운 체험도 할 수 있다. 사진은 한강하구에 자리한 '연미정'에서 가수 고진현씨 노래를 감상하는 모습.

강화군이 6월 11일 시작한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는 기존 평화안보관광과 다르다. 강화도 철책을 따라 걸으며 내면의 평화, 이웃과의 평화를 생각한다. 공연을 감상하고 그림을 그리는 다채로운 체험도 할 수 있다. 사진은 한강하구에 자리한 '연미정'에서 가수 고진현씨 노래를 감상하는 모습.

펜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인천시 강화도가 떴다. 서울·수도권에서 당일 여행으로 바닷바람 쐬고 오기에 좋아서였다. 강화읍에 자리한 카페 ‘조양방직’이 카카오내비 전국 검색량 2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그러나 강화는 바람만 쐬고 오기에는 아까운 여행지다. 특히 강화읍 원도심에 가면 웅숭깊은 이야기와 고유한 문화를 만날 수 있다. 따분한 역사여행을 떠올리면 안된다. 젊은 감각으로 기획한 체험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가격도 싸고 내용도 알차다.

무료 해설 듣는 ‘스토리 워크’

고려 고종은 몽골의 침입에 대비해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로 옮겼다. 고려궁지가 당시 궁궐이 있던 자리다.

고려 고종은 몽골의 침입에 대비해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로 옮겼다. 고려궁지가 당시 궁궐이 있던 자리다.

강화 원도심을 심도 있게 여행하는 방법이 있다. 해설사와 함께하는 무료 가이드 투어 ‘스토리 워크’를 이용하면 된다. 90분간 강화 원도심을 걸으며 문화역사 명소를 만난다.

대통령 13명이 75년 동안 썼던 청와대를 떠나 5㎞ 거리의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나라가 떠들썩했다. 궁궐만이 아니라 수도를 통째로 옮긴다면 어땠을까. 800년 전 그런 일이 있었다. 고려 고종은 1232년 몽골 침입에 맞서기 위해 강화 천도를 단행했다. 1270년 개경으로 환도할 때까지 궁궐이 있던 자리가 '고려궁지'다. 한눈에 봐도 명당이다. 뒤편에 북산이 버티고 있고 읍내가 훤히 보이는 풍광이 청와대 뺨친다.

1900년에 건축한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의 내부. 당시엔 전기를 쓸 수 없어서 한옥 건물 위쪽에 창을 낸 모습이 이채롭다. 건축 자재는 백두산 적송을 썼다.

1900년에 건축한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의 내부. 당시엔 전기를 쓸 수 없어서 한옥 건물 위쪽에 창을 낸 모습이 이채롭다. 건축 자재는 백두산 적송을 썼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1900년 영국 출신의 초대 주교 고요한 신부가 지은 한옥 교회다. 외세에 대한 저항감이 심했던 때라 불교·유교·도교 같은 토착 종교문화를 건축에 접목한 점이 이채로웠다.

강화읍에는 산업화시대 유산도 많다. 카페로 변신한 조양방직은 1933년 민족 자본으로 설립한 최초의 근대식 공장이었다. 읍내 중심가에는 1970년대까지 국내 직물산업을 선도했던 심도직물의 굴뚝이 남아 있다. 강화는 면직물 중에서 기저귀·행주 등을 만드는 ‘소창’을 많이 생산했다. 군에서 운영하는 소창체험관에서 강화 직물의 역사를 보고 무료 소창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강화도령 화문석을 방문하면 유서 깊은 강화 특산물인 화문석을 만들어볼 수 있다.

강화도령 화문석을 방문하면 유서 깊은 강화 특산물인 화문석을 만들어볼 수 있다.

화문석도 강화 대표 특산물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화문석을 짰는데, 값싼 수입 돗자리에 밀려 생산량이 급감했다. 박윤환(43)씨가 ‘강화도령’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강화 화문석의 명맥을 잇고 전시관과 체험장을 운영한다. 컵 받침, 방석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철책길 걸으며 평화를 배우다

강화는 휴전선 접경지다. DMZ 같은 완충지대가 없다. 한강 하구(한강·임진강·예성강이 합류하는 남북 중립수역)만 건너면 바로 북한이다.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북한까지 직선 거리가 불과 1.8㎞다. 2020년 7월 탈북민 김모씨가 다시 북으로 돌아간 곳도 강화도 철책의 배수로를 통해서였다.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 대신 녹음 기능을 활용해 소리를 채집해 함께 듣는 시간이 있다. 참가자들이 연미정에서 소리를 채집하는 모습.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 대신 녹음 기능을 활용해 소리를 채집해 함께 듣는 시간이 있다. 참가자들이 연미정에서 소리를 채집하는 모습.

강화도에는 한국전쟁과 분단 현실을 살필 수 있는 관광지가 많다. 그러나 명소만 둘러보는 여행은 따분하다. 강화군이 젊은층을 겨냥해 주말 여행 프로그램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를 만든 이유다. 이달 11일부터 시작했는데, 초등학생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해 호응을 얻고 있다. 투어 운영은 청년 협동조합 ‘청풍’이 맡았다. 청풍 유명상(38) 대표는 “남북 평화만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 이웃과의 평화로 개념을 확장해봤다”며 “산책과 예술, 지역 문화를 두루 경험하는 참여형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는 몸을 풀고 시작한다. 가이드와 함께 아프리카 전통춤을 배워본다. 농사를 주제로 한 춤이어서 농업이 주 산업인 강화와 어울린다.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는 몸을 풀고 시작한다. 가이드와 함께 아프리카 전통춤을 배워본다. 농사를 주제로 한 춤이어서 농업이 주 산업인 강화와 어울린다.

참가 방법은 간단하다. 5000원만 내고 인터넷에서 예약하면 된다. 투어는 강화전쟁박물관에서 시작한다. 가이드와 함께 갑곶돈대로 이동해 아프리카 전통춤으로 몸을 푼 뒤 여행을 시작한다. 강변 철책을 따라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까지 걷는다. 점심을 먹은 뒤 전망 좋은 정자 ‘연미정’을 찾는다. 강화에서 활동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고 주변의 소리를 핸드폰에 채집해 함께 듣는 시간을 가진다. 군 경계 철책과 한강 하구 너머 북한 땅이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 참가자들이 소창 직물에 평화를 상징하는 그림을 그린 모습. 사진 청풍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 참가자들이 소창 직물에 평화를 상징하는 그림을 그린 모습. 사진 청풍

사진가에게 촬영 요령을 배우고, 지역 미술가와 함께 포스터를 만드는 체험도 진행된다. 주민과 인사 나누기, SNS에 홍보하기 같은 미션을 모두 이수하면 10여 개 읍내 식당에서 쓸 수 있는 8000원짜리 쿠폰을 준다. 본전을 뽑고도 3000원이 남는 당일치기 알짜 여행이다.

밴댕이, 어디까지 먹어봤니

강화읍에서는 먹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식당을 검색하기 귀찮다면 강화풍물시장으로 가보시라. 2층에 강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모여 있다.

강화풍물시장 식당에서 맛본 밴댕이 회. 산란기를 앞두고 있어서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강화풍물시장 식당에서 맛본 밴댕이 회. 산란기를 앞두고 있어서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초여름 강화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밴댕이다. 풍물시장 식당 대부분이 밴댕이 2인 정식을 3만원에 판다. 밴댕이 회무침이나 구이는 연중 먹을 수 있지만 회는 지금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볼음도에서 잡았다는 밴댕이와 병어를 회로 먹어봤다. 산란기를 앞두고 기름기가 잔뜩 올라서인지 무척 고소했다. 짭짤한 밴댕이 젓갈과는 아예 다른 생선 같았다. 다복식당 유미영(63) 사장은 “밴댕이는 7월부터 어획이 금지된다”며 “금어기에는 얼려둔 밴댕이를 비빔이나 구이로 팔지만 싱싱한 회는 맛볼 수 없다”고 말했다.

색다른 밴댕이 음식이 궁금하다면 ‘스트롱파이어’라는 읍내 펍을 추천한다. 밴댕이 피자(1만7000원)를 판다. 고소한 밴댕이와 청양고추, 대파를 넣은 페이스트가 피자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

강화에서는 밴댕이 피자도 맛볼 수 있다. 멸치로 만든 유럽의 앤초비 피자 못지않게 맛있다.

강화에서는 밴댕이 피자도 맛볼 수 있다. 멸치로 만든 유럽의 앤초비 피자 못지않게 맛있다.

180개 점포가 들어찬 풍물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순무·사자발약쑥·새우젓 같은 강화 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사 가는 것도 좋겠다. 협동조합 ‘청풍’에서 시장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참가비 1만원으로 시장을 구석구석 소개해준다.

강화풍물시장 상인들은 친절하다. 미영청과 김미영 사장이 두리안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강화에서 40년간 과일가게를 했다고 한다.

강화풍물시장 상인들은 친절하다. 미영청과 김미영 사장이 두리안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강화에서 40년간 과일가게를 했다고 한다.

강화 사람이 잔칫날 먹던 ‘젓국 갈비’를 잘하는 식당도 읍내에 많다. 돼지갈비와 두부·감자·애호박 등을 넣고 뭉근하게 끓인 음식이다. 용흥궁식당에서 맛본 젓국갈비(소 2만5000원)는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특출났다. 유효규(61) 사장은 “화학조미료 대신 새우젓으로 간하고 생고기를 쓴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해설사와 함께하는 ‘스토리 워크’는 강화군 문화관광 홈페이지나 ‘네이버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하면 된다. 스토리 워크는 하루 네 번 진행하며 한두 명만 신청해도 출발한다. 화문석 체험은 강화도령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뒤 방문하면 된다. 체험비는 제품 종류에 따라 1만~4만원.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도 강화군 홈페이지나 네이버에서 예약할 수 있다. 참가비 5000원에 서울 왕복 교통비가 포함돼 있다. 매주 토·일요일 아침 8시 30분 서울 합정역에서 버스가 출발하고 오후 8시에 복귀한다. 9시 30분까지 강화 전쟁박물관으로 직접 찾아가도 된다. 참가비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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