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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육부 터지도록, 몸에 자유를 허하라" 안은미가 보여준 이 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안은미 현대 무용가. 연습실에서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했다. 한껏 자유롭게. 장진영 기자

안은미 현대 무용가. 연습실에서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했다. 한껏 자유롭게. 장진영 기자

“힘들죠. 그런데 힘은 원래 들기도 하고 나기도 하고 그런 거니까. 그게 인생이죠.”  

지난 21일 만난 현대무용가 안은미(59)의 일성은 이랬다. 팬데믹도 멈추지 못한 그의 무대는 불가리아부터 인도네시아까지 이어졌고, 그는 인터뷰 이틀 전 귀국한 상태였다. 힘들지 않느냐는 우문에 그는 생기 가득한 표정으로 위와 같은 현답을 내놨다.

이순(耳順)을 앞둔 나이지만 안은미는 힘들다고 느낄 틈도 없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서 올리는 솔로 무대 ‘은미와 영규와 현진’ 연습에 바로 들어가서다. 이날 인터뷰도 서울 용산구 모처의 안은미 컴퍼니 연습실에서 진행했다. 공연 제목은 그와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장영규와 백현진과 함께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장영규 씨는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 활동으로, 백현진 씨는 배우이면서도 음악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기 전부터 안은미의 예술 동지다. 2003년 함께 ‘플리즈(Please)’라는 공연에서 합을 맞췄고 이번은 약 20년만에 함께 꾸미는 무대가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안은미 무용가의 다양함을 한 컷에 담아내는 건 사진작가에게도 즐거운 도전이다. 장진영 기자

안은미 무용가의 다양함을 한 컷에 담아내는 건 사진작가에게도 즐거운 도전이다. 장진영 기자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계속 공연했는데.  
“아마 역사를 통틀어 오대양 육대주의 전 인류가 올스톱한 팬데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처음 아닐까. 흑사병도 유럽 중심으로 퍼졌고, 전쟁도 일부 대륙에서 벌어졌으니까. 이번 팬데믹은 인류가 동시에 당하면서 모두의 민낯, 인간의 속살을 다 보여준 거 같다. 고통의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랄까. 각국이 어떻게 대처를 하는지에 따라서도 많은 것이 드러났고. 결국 가장 약한 사람들이 가장 힘들다.”
팬데믹이 예술과 인류에 남길 영향, 교훈은.  
“어디에서 뭘 누구와 먹었는지까지 낱낱이 기록되는 통제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 편리하면서도 불편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구나를 느꼈다. 생명이라는 건 힘을 가져야 하는데 예술이 그 생명을 북돋을 수 있지 않을까. 앉아서 일만 하면 머리는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몸은 죽어가고 있는 거다. 식물인간과 다를 게 뭔가. 오장육부가 터지도록, 자유롭게 느끼고 움직이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의 다양성도 체험하고 세계를 객관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구축할 수 있다. 스스로의 몸에 자유를 허하라! 이렇게 외치고 싶고, 나는 그런 나의 일상을 무대에 잠시 올려놓는 거다. 내 공연은 그런 의미에서 보시는 분들이 일종의 ‘뇌 소풍’으로 여겨주시면 좋겠다.”    
세계를 객관화한다는 의미는.  
“음식도 먹어봐야 맛을 안다. 다양하고 어려운 기호, 나와는 다른 남의 말을 알아듣는 것, 그게 문화다. 다양성을 포용하면서 새로운 지각변동을 얘기해야 한다. 일률적이지 않고 다양한 것,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알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그러면서 나의 주관을 객관화할 수 있는 힘, 그게 문화의 힘이라고 본다. 결국 사회, 정치와도 연결되어 있겠고.”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는 사회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남의 불편함을 내가 느끼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정과 안전을 좋아하게 돼 있다. 정치도 그런 점을 이해한다. 그러나 세계를 확장시키고 나의 위치를 그 안에서 제대로 바라보면 나와 남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내가 이렇게까지 게을렀구나, 라고 깨닫게 된다.”  
작품을 130편 넘게 만들어온 다작의 아이콘인데, 게으르다니.  
“다산을 좋아한다. 많이 만드는 거. 나를 불안한 위치에 놓아둬야 움직이고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날아가려면 옷을 던져야 한다. 안정은 예술에 독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너무도 획일적이고 독재적이고 폭력적인 삶을 살게 된다.”
안은미 현대무용가가 올리는 솔로 공연 포스터.

안은미 현대무용가가 올리는 솔로 공연 포스터.

힘들지 않나.  
“워낙 어렸을 때부터 힘들 걸 알았기 때문에 별로. 즐겁다. 그리고 나만 힘든가. 지금 전 세계가 팬데믹에다 전쟁 때문에 힘들다. 하지만 힘은 원래 들기도 나기도 하는 거다. 앞으로 인도네시아와 아프리카 젊은이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들 기획 중이다. 으라차차 내 몸을 단련해야 또 새로운 얼굴이 나오는 거 아니겠나.”    
이번 공연으로 전하고픈 메시지는.  
“영규와 현진이와 20년 정도 만에 모이는 건데. 그간 우리의 역사적 챕터를 짚어보고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함께 보자는 의미가 있다. 세종(문화회관) 덕에 셋이 모였는데 서로 어떻게 변했는지 라이브로 보게 되니 신난다. 한국인으로서, 또 아시아인으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춤의 움직임을 발견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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