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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장제원 포럼서 김종인 '혁신' 강연…묘한 그림에 與 술렁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의 장제원(왼쪽) 의원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장제원(왼쪽) 의원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국민의힘 친윤계 주도 모임에 온다. 오는 27일 열리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모임에 강연자로 나서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의 강연은 여권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5일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이끌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한 이후 5개월여 만에 친윤계 의원들과 직접적인 스킨십을 갖는 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를 강연자로 초빙한 사람은 이 모임의 좌장이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에서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다. 후보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과 결별한 지 5개월 만에, 오랜 기간 앙숙이던 장 의원의 요청을 받아들인 김 전 위원장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의 이번 강연은 ‘대한민국 혁신의 길을 묻다’가 주제다. 김 전 위원장은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래를 위해서, 혁신에 어떤 방법이 있겠느냐에 대해 얘기를 한번 해 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강연을) 허락했다”며 “장제원 의원은 (나와) 껄끄러울 필요가 없다. 장 의원하고 나하고 상대해서 내가 할 얘기가 없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다. 세간의 시선처럼 ‘장 의원과 안 좋은 감정이 있지는 않다’는 취지였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던 지난 1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과 대선 후보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날 최종 결별했다. 뉴스1

김종인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던 지난 1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과 대선 후보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날 최종 결별했다. 뉴스1

두 사람은 불과 반년 전 윤석열 후보 대선 캠프에서 공개적으로 파열음을 낸 사이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원했던 ‘후보 비서실장 장제원’ 카드를 김 전 위원장이 앞장서 반대했다. 당시 장 의원은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 대선 때까지 직함 없이 비공식 활동을 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던 장 의원에게는 매우 가슴 아픈 기억”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 사람의 구원은 그로부터 1년 6개월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대패한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키고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꿨다. 자유한국당 시절 홍준표 당시 대표의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한 장제원 의원은 당시 비대위 체제의 ‘비주류’였다.

그해 6월 페이스북에 “지금 우리 당에는 감독만 보이고 대선을 뛸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김종인 위원장이 혼자 북치고 장구칠 것이 아니라 대선 후보군들이 함께 뛸 운동장과 마이크를 제공하라”고 글을 쓰는 등 장 의원은 김종인 체제 하에서 쓴소리를 주로 담당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사람이 그런 사이였으니 김종인 전 위원장 입장에선 장제원 의원이 후보 곁에 있는 걸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선 직전인 지난 3월 4일 부산 이마트 사상점 앞 유세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장제원 의원 모습. 연합뉴스

대선 직전인 지난 3월 4일 부산 이마트 사상점 앞 유세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장제원 의원 모습. 연합뉴스

그런 두 사람은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뒤 특별히 ‘볼 일이 없는 사이’로 지냈다. 김 전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따금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적 메시지를 내는 게 부각될 뿐 윤핵관과 별다른 교류를 한다는 소식도 정치권에 전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한 여당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의 혁신위원회 추진 등으로 혼란스러울 때 갑자기 김 전 위원장의 강연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장 의원은 “코로나 이후 중단됐던 활동을 재개하는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에선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종인 전 위원장의 ‘혁신’ 이미지에 주목한다.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요즘 혁신이 당내 화두인데 혁신 어젠다를 가장 상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굳이 친윤계 모임의 강연자로 모신 이유가 뭐겠냐”고 물었다. 친윤계 입장에선 이 대표의 혁신위 추진으로 당내 혼란이 거듭되는 게 마뜩잖은 상황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친윤계 모임에 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이 인사는 “누가 진짜 혁신을 주도하는지 보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대표였던 지난 3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도시락 오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제원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 뉴스1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대표였던 지난 3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도시락 오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제원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 뉴스1

애초 미래혁신포럼의 설립 목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모임이 처음 만들어진 2016년 당시 미래혁신포럼은 애초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 양성 기능 성격이 강했다. 새누리당 시절 김무성 당시 대표와 가까운 비박근혜를 중심으로 모임이 만들어지자 “김무성 대통령을 만들려는 플랫폼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시간이 흘러 현재 미래혁신포럼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한홍 의원 등 윤핵관 3인방이 모두 포함됐고, 이철규·김정재·배현진 의원 등 당내 친윤계 의원이 상당수 가입돼 있다. 최근 “친윤계 모임”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주춤한 ‘민들레’ 모임의 원조 격인 셈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정치권의 대표적 ‘킹 메이커’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1월 “별의 순간이 왔다”는 말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 전 위원장은 최근에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이자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또다시 ‘별의 순간’을 언급했다. 지난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떻게 국민의 눈에 비치느냐에 따라 본인도 별의 순간을 잡을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의도에선 장제원, 내각에선 한동훈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며 “대선 이후 두 사람은 관계가 친밀해진 걸로 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1일 당시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올해 1월 1일 당시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선 친윤계 의원들이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 사이를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의 별명 중 하나는 ‘리틀 김종인’이다. 예전에는 이 대표 스스로 “(정치적 고민을) 김종인 위원장과 상의를 하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에는 그런 얘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이 대표의 앙숙인 안철수 의원과 김종인 전 위원장은 과거에 비해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기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 의원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김 전 위원장이 직접 가서 축사한 것이다.

안철수 의원과 이 대표는 국민의힘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문제를 놓고 계속해 갈등하고 있다. 이 대표가 계속해 코너에 몰린 순간에도 김종인 전 위원장은 별다른 지원 사격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가 성 상납을 받고 징계 은닉 교사를 했다는 의혹으로 징계위원회 회의가 열린 22일 오전 김 전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이 대표가 만약 (당 윤리위원회에서) 실질적 징계를 받는다면 당에 아마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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