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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잔디코트의 시간...조코비치, '흙신' 나달 윔블던서 다시 붙자

중앙일보

입력

나달과 남자 테니스 GOAT 경쟁을 벌이는 조코비치. [AFP=연합뉴스]

나달과 남자 테니스 GOAT 경쟁을 벌이는 조코비치. [AFP=연합뉴스]

조코비치에 한 발 앞서 있는 나달. 둘은 윔블던에서 다시 한 번 '코트 전쟁'을 벌인다. [AFP=연합뉴스]

조코비치에 한 발 앞서 있는 나달. 둘은 윔블던에서 다시 한 번 '코트 전쟁'을 벌인다. [AFP=연합뉴스]

"나달을 의식하지 않겠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3위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는 23일(한국시간) 영국 미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라이벌이자 4위인 라파엘 나달(36·스페인)보다는 자신의 경기를 준비하고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조코비치는 나달과 테니스 역사상 가장 치열한 'GOAT(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의 선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스페인 마르카는 조코비치와 나달을 가리켜 "스포츠 역사에 남을 전설의 라이벌"이라고 했다.

둘은 오는 27일 영국 윔블던에서 개막하는 올해 세 번째 메이저 대회 윔블던 남자 단식에 출전해 우승에 도전한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 랭킹 3위 조코비치가 톱 시드, 4위 나달이 2번 시드를 받았다. 둘 다 패하지 않으면 결승전이 맞대결 무대다. 둘은 이미 '전투 모드'에 돌입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22일 "일찌감치 윔블던에 도착한 조코비치와 나달이 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윔블던은 전통의 대회다. 1877년 처음 열린 세계 첫 테니스 토너먼트 대회다. 4대 메이저 대회(프랑스오픈·호주오픈·윔블던·US오픈) 중 유일하게 잔디 코트에서 치러진다. 다른 대회와 달리,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흰색 복장 착용'이라는 '올 화이트 룰(all white rule)'을 고수하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윔블던을 주관하는 올잉글랜드클럽은 올해 대회 총상금으로 역대 가장 많은 4030만 파운드(약 638억40000만원)를 책정했다. 남자 단식에서 1회전만 통과해도 약 8000만원을 받는다.

윔블던은 복장 규정이 엄격한 전통의 대회다. 흰색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 [AFP=연합뉴스]

윔블던은 복장 규정이 엄격한 전통의 대회다. 흰색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 [AFP=연합뉴스]

36세 나달은 현 남자 테니스 최강자다. 올 1월 호주오픈, 이달 초 프랑스오픈에서 연달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자신이 보유한 남자 테니스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 우승 횟수를 22회로 늘렸다. 조코비치는 20회로 로저 페더러(41·스위스)와 함께 이 부문 공동 2위다. 나달이 윔블던까지 휩쓸면 생애 첫 '캘린더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모두 석권)' 기회를 잡는다. 1968년 오픈 시대(프로 선수의 메이저 대회 참가 허용) 이후 로드 레이버(호주·1969년) 단 한 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변수는 부상 회복 정도다. 고질적인 왼 발바닥 통증에 시달리는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 부상이 재발해 진통제를 맞으며 코트에 섰다. 나달은 프랑스오픈 우승 후 인터뷰에서 "몸 상태가 준비되면 윔블던에 나가겠지만, 마취 주사를 맞으면서까지 뛰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오픈 후 약 3주 만에 열리는 윔블던 출전은 물론 3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해 은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후 나달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고주파 치료를 받은 부상을 회복했다. 기적처럼 통증이 사라지면서 윔블던 참가를 결심했다.

이달 초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나달. 별명인 '흙신'답게 클레이코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AP=연합뉴스]

이달 초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나달. 별명인 '흙신'답게 클레이코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AP=연합뉴스]

조코비치는 윔블던에서 나달을 상대로 설욕을 벼른다. 그는 프랑스오픈 8강에서 부상을 안고 싸운 나달을 만나 1-3로 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대회 2연패를 이뤄 나달과 나란히 메이저 최다 우승 공동 1위에 오를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지난 10년간 꿈꿨던 순간이 다시 조금 멀어졌다.

조코비치는 평생 한 살 많은 나달의 뒤만 바라보며 뛰었다. 10년 전만 해도 아예 적수도 못 됐다. 2000년대는 나달과 페더러가 양분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수퍼 스타 나달과 달리 조코비치는 메이저 1승(2008년 호주오픈)에 머물렀다. 그러나 부단한 노력으로 나달을 따라잡았다.

조코비치는 잔디코트에 강했다. 디펜딩 챔피언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조코비치는 잔디코트에 강했다. 디펜딩 챔피언이다. [로이터=연합뉴스]

2011년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11년간 메이저 우승컵 19개를 쓸어담았다. 나달을 프랑스오픈에서 2번 꺾은 유일한 선수다. 나달과 상대 전적에서도 59전 30승 29패로 앞선다. 팬들은 결점이 없는 그를 인조인간 터미네이터에 빗대 '세르비네이터(세르비아+터미네이터)'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조코비치는 나달과의 경쟁을 두고 "내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는 조코비치가 나달을 넘기 위해선 '나달을 잊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페인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 유로스포르트 해설위원 알렉스 코레자는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선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나달의 존재를 떠올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코비치는 잔디코트에서 강했다.

조코비치는 윔블던에서 나달을 상대로 설욕을 노린다. [AFP=연합뉴스]

조코비치는 윔블던에서 나달을 상대로 설욕을 노린다. [AFP=연합뉴스]

그는 윔블던에서만 6차례 우승했다. 2011년 대회에선 결승에서 나달을 꺾고 정상에 섰다. 대회 21연승을 기록 중인 데다 대회 통산 전적도 79승 10패로 강세다. 조코비치는 나달과 격차를 다시 줄일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코레자는 "조코비치는 윔블던 디펜딩 챔피언이다. 그를 이기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서브, 리턴 모두 완벽하다. 움직임도 좋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나달은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 역대 최다인 14회 우승해 '흙신'으로 불린다. 그러나 잔디코트에서 치러지는 윔블던에선 두 차례(2008·10년) 우승에 그쳤다. 대회 출전 자체도 3년 만이다. 2020년 윔블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회가 취소됐고, 지난해엔 나달이 부상으로 불참했다. 마지막으로 참가했던 2019년 대회에선 4강에 올랐다.

전문가는 조코비치에게 '나달을 의식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AP=연합뉴스]

전문가는 조코비치에게 '나달을 의식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AP=연합뉴스]

백전노장인 나달도 잔디코트에선 평정심을 잃은 모습이 포착됐다. 22일 영국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나달은 윔블던에서 치른 첫 연습 경기에서 눈에 띄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코치가 '침착하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현지 언론에서 "나달이 긴장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나달 측은 "프랑스오픈 이후 잔디코트에서 훈련하는 게 처음이라서 클레이와는 완전히 다른 코트에 적응하는 과정일 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코레자는 "조코비치는 잔디코트(윔블던)에 강하다. 그가 프랑스오픈에선 나달에 패했지만, 나달이 강한 클레이코트였다. 이젠 잔디코트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나달에게도 동기부여는 있다. 국제 대회에서 딸 타라(5), 아들 스테판(8)과 함께 다니는 모습을 부럽게 지켜봤던 그는 곧 아빠가 된다. 2019년 10월 마리아 프란시스카 페레요(34·스페인)와 결혼한 나달은 "아빠가 돼 본 적이 없어서 아빠가 되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윔블던에 도전장 낸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 [로이터=연합뉴스]

윔블던에 도전장 낸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25·세계 75위)도 윔블던에 도전장을 냈다.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이 지난해 프랑스오픈 3회전인 권순우는 윔블던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2회전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돼 세계 1위 다닐 메드베데프(26·러시아)는 불참한다. 세계 2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5·독일)와 페더러는 부상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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