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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한국도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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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에서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21일 독일에서 입국한 30대 남성 A씨로 22일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인천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으며 건강상태는 양호하다고 당국은 밝혔다. 감염 위험이 큰 고위험 접촉자는 없는 상태지만 A씨와 인접한 좌석의 승객 8명은 일상생활을 하되 21일간 보건소가 하루 1~2회 증상을 모니터하는 능동감시에 들어간다.

22일 질병관리청은 “원숭이두창 의심환자 2명을 진단 검사한 결과, 내국인 1명이 최종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은 통상 의심환자의 피부 병변 조직이나 가피(딱지), 혈액 등의 검체를 갖고 PCR로 진단하며, 6시간이면 결과가 나온다. 다만 A씨는 최초 의심 사례인 만큼 유전자 염기서열을 추가 분석해 최종 양성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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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등에 따르면 A씨는 입국 3일 전인 18일부터 두통 증상이 시작됐고 입국 당시 37도의 미열과 인후통, 무력증, 피로 등 전신 증상에 더해 피부 병변이 나타났다고 한다.

A씨는 입국 직후 질병청에 의심 신고를 했고 공항 검역소와 중앙역학조사관에 의해 의심환자로 분류돼 공항 격리시설에서 대기한 뒤 21일 밤 10시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인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독일에서 의심환자를 접촉한 이력이 있다고 당국 기초 역학조사 단계에서 진술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A씨가 공항을 빠져나오기 전 격리된 만큼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브리핑에서 “신고를 통해 안전하게 검역관과 병원에 인계됐기 때문에 주의할 만한 다른 접촉자들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내 승객 중 앞뒤, 대각선 등으로 인접한 8명은 약간의 위험이 존재하는 중위험 접촉자로 판단해 보건소가 21일간 능동감시(하루 1~2회 증상 모니터링)한다. 이외 좌석의 승객 39명과 승무원 2명은 저위험 접촉자로 수동감시할 예정이다. 수동감시는 21일간 본인이 증상을 관찰해 이상이 있으면 신고하는 것이다.

한편 지난 20일 입국한 외국인 B씨도 인후통과 림프절 병증 등 전신 증상과 함께 수포성 피부 병변이 발생해 부산 소재 격리 병상에 입원한 뒤 검사를 받았지만, 최종 음성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B씨의 병명은 수두로 확인돼 격리가 풀릴 예정이다. B씨는 의심 증상이 있었는데도 입국장을 통과한 뒤 하루 지나 스스로 병원을 찾아 검사받은 사례라 방역상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잠복기가 워낙 긴 데다 자진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 같은 사례가 이어질 우려가 있다.

질병청은 앞서 지난 8일 원숭이두창을 2급 감염병으로 지정했다. 확진자가 확인되면 의료기관 등은 24시간 이내 방역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고, 확진자는 의무적으로 21일 격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국은 이날 위기평가회의를 열어 위기상황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당국의 대응 조직이 현재 대책반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로 격상돼 다부처 협력 체계를 강화하게 된다.

원숭이두창은 지난달 7일 영국서 첫 감염 사례가 나온 이후 유럽과 북미, 중동 등 38개 국가로 확산했다. 통계 웹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확진자는 20일 현재 2680명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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