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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연일 급락, 1300원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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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추락하는 한국 증시에는 날개가 없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22일에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연저점을 또다시 썼다. 원화가치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며 달러당 1300원 코앞(1297.30원)까지 갔다. ‘I(Inflation·인플레이션)’의 공포가 ‘R(Recession·침체)’의 공포로 옮겨붙자 한국 시장이 제일 먼저 겁을 먹었다. 한국 시장이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된 모양새다.

22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모두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2.74%(66.12포인트) 내린 2342.81에 장을 마쳤다. 이틀 만에 2400선을 다시 내줬다. 종가 기준 2020년 11월 2일(2300.16) 이후 1년7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스닥은 2년 전으로 돌아갔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4.03%(31.34포인트) 급락하며 746.96에 마감했다. 2020년 7월 2일(742.55)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날 밤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인 다우(2.15%)와 S&P500(2.45%), 나스닥(2.51%)이 모두 반등했지만 한국 증시에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반도체 전망 악화, 외국인‘셀코리아’… 코스피 2342로 급락

금융시장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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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초토화됐다. 삼성전자(-1.54%)와 LG에너지솔루션(-2.91%), SK하이닉스(-3.15%), 삼성바이오로직스(-0.49%), LG화학(-2.64%), 네이버(-4.38%), 삼성SDI(-6.12%), 현대차(-0.58%), 기아(-1.16%) 등의 10개 주가가 모두 내렸다.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 등은 또다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주가의 자유낙하는 외국인의 ‘셀코리아’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3204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61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투자가도 하락세를 부추겼다. 코스피 시장에서 845억원, 코스닥에서 601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여지없이 개인투자자만 ‘사자’를 이어갔다. 코스피 시장에서 3761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257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국 증시를 뒤흔드는 건 다가오는 경기 침체의 공포다. 그 영향을 가장 빠르게 받는 곳이 반도체다. 경기가 침체하고 수요가 위축되면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반도체 수요가 가장 먼저 줄어들어서다. 시장에는 며칠 전부터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서버 고객사의 반도체 ‘오더컷’(주문 축소) 소문이 파다했다.

여기에 더해 이날 대만의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분기보다 각각 3~8%와 0~5% 하락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시장에 돌면서 IT업체의 비중이 큰 국가의 증시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TSMC 등 반도체 기업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만의 자취안지수도 전날보다 2.42%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I’의 공포가 ‘R’의 공포로 옮겨가는 모습은 국제 유가의 흐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원유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10.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결국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한국 주식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제조업과 수출 위주인 한국 경제는 경기 침체에 약하다”고 말했다.

특히 빨간불이 켜진 수출은 한국 증시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수출은 전년 대비 3.4% 줄었다. 지난 4월과 5월에도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가 이번 달에도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정명지 팀장은 “이미 역외 시장에서는 원화가치가 세계 금융위기 때 수준인 달러당 1300원을 넘어섰다”며 “무역수지 적자는 원화가치의 하락을 유발하는 만큼 외국인의 매도세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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