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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5070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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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영자의 전성시대’는 베이비부머들이 1970년대 산업화 시대를 겪어낼 때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목욕탕에서 일하는 창수와 시골에서 올라와 철공소 사장 집 가정부를 하는 영자의 이야기다. 이렇게 젊음을 아프게 시작한 이들은 고성장과 함께 1인당 소득이 3만5000달러 되는 나라에서 이제 은퇴를 맞고 있다. 그리고 제2의 전성기를 맞으려 한다. 바야흐로 ‘5070 전성시대’다.

5070은 50대에서 70대까지를 말한다. 5060, 6070도 아니고 하필 5070인가 의아해할 수 있다. 이렇게 30년으로 묶은 이유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1955~1974년)가 넓게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퇴직 연령이 빠르지만 퇴직 후 70세 넘어까지 일하다 보니 55세~74세가 재취업 시장이 되고 있다. 5070으로 범주를 만들었지만 이 중 55~74세의 중요성이 8할 정도 된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면 주인공 5070의 면면을 한번 살펴보자.

사회중심축 2040서 5070으로
10년 뒤엔 총인구의 45% 달해
축구로 치면 고령사회의 허리
재교육·일자리 기회 넓혀가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우선, 5070은 우리나라 인구의 중심이 된다. 지금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이지만 10년 후면 45%가 된다. 놀랍게도 45% 비중은 2060년까지 계속된다. 베이비부머가 빠져나가더라도 그 자리에 자녀 세대들이 속속 합류하기 때문이다. 인구 숫자로는 2300만명 정도로 스웨덴 인구의 2배, 노르웨이 인구의 4배가 넘는다.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주인공이 30년 이상 무대를 내려오지 않는 셈이다.

둘째, 사회에 미치는 힘이 지금부터 표면화한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5070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2000년대 초에 인구의 주인공은 2040(20대~40대)으로 그 비중이 50%였다. 지금도 42%로 5070보다 조금 많다. 하지만 10년 후면 35%로 줄어드는 데 반해 5070은 45%로 증가한다. 주인공이 극적으로 교체된다.

셋째, 양과 질이 모두 갖춰진 세대다. 현재 고령 세대보다 교육수준이 월등히 높고 돈도 많다. 이는 서구의 베이비부머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은 대략 전체 부의 절반 이상을 노년에 접어든 베이비부머가 갖고 있다. 영양·위생·의료기술 발달로 건강하다 보니 건강·돈·교육 3박자를 갖췄다. 자산관리·의료·교육·여행 등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이들의 자산을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게 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에서의 중요성이 커진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5월 현재 600만 명으로 40대와 50대 취업자 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들 취업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2015년에 360만 명이었으나 7년 동안 무려 240만 명이 증가했다. 이러다 보니 5070 취업자는 전체 취업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제는 경제가 성장하려면 이들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5070은 고령사회에서 허리에 해당한다. 2040 생산 인구와 80대 이후의 피부양 인구를 이어주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노후 준비가 잘 되면 이후 완전히 은퇴하여 복지 혜택을 받을 때 국가 부담이 줄어든다. 세금을 내는 젊은 세대의 부담이 경감된다는 뜻이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고령사회에서는 허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5070을 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5070의 노동 시장은 생산과 복지가 섞여 있다. 50대는 생산의 역할이지만 70대 이후는 복지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는 60대다. 회색 지대로 섞여 있기에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기 어렵다. 혼란스러울 필요 없다. 6070 모두 생산의 관점으로 보면 된다. 20년에 해당하는 기간을 생산 관점으로 보느냐 복지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첫 단추부터 후퇴하면 안 된다. 주된 직장에서 더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퇴직 후 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초중고 교육 시장의 유휴 자원을 이쪽으로 돌려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일자리 기회를 넓혀야 한다.

‘5070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이들은 앞으로 30년 이상 인구의 중심이 되기에 시장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놓으면 오래오래 본전을 뽑을 수 있다. 복지제도를 잘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5070 허리 세대의 자생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고령사회를 극복할 실마리는 5070에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