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티타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사회에디터

장주영 사회에디터

지난 6일 영국 왕실 유튜브 공식 계정에 ‘마멀레이드 샌드위치는 어때요, 폐하?’(Ma’amalade sandwich Your Majesty?)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영국을 대표하는 곰 캐릭터인 패딩턴과 버킹엄궁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내용이다. 엘리자베스 2세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에서도 이 영상이 상영됐다. 차(茶)와 패딩턴으로 영국의 대표 문화상품을 보여준다는 의도다.

실제로 ‘차를 마시는 시간’인 티타임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차는 고대 중국에서 시작돼 8세기에 인접 국가로 전파됐고, 영국과 유럽에는 17세기 초에 전해졌다. 하지만 영국인은 누구보다 ‘차에 진심인 사람들’이 됐다. 일레븐지스(오전 11시), 애프터눈 티(오후 4시~6시), 하이 티(오후 5시~7시) 등 하루에도 여러 차례 티타임을 가질 정도다.

한국에선 하던 일을 멈추고 온 나라가 차를 홀짝이는 영국 같은 티타임이 생소하다. 그래서 이 용어는 격의 없는 소통, 또는 비공식 미팅 등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공식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없거나 곤란한 경우에 유용한 방식이다.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가 출입기자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취재에 응하는 형식의 티타임도 자주 갖는다. 기자들도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다.

검찰도 언론과 티타임을 가져왔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이나 현안에 대해 기자들의 대면 질의를 받는 형식으로 매주 한두 차례 진행한 비공개 정례 브리핑이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에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강조하면서 티타임 횟수가 쪼그라들었고, 2019년 12월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면서 완전히 폐지됐다. 이후 전문공보관이 수사 검사를 대신해 공보 업무를 전담해오고 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검사를 만나는 것을 막은 셈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과 언론의 티타임을 되살린다고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바람직한 조치다. 잘못 없앤 제도를 되살리는 일은 좋은 제도를 새로 만드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제 한 장관이 검찰총장 임명에 속도를 냈으면 한다. 총장 없는 직제 개편과 정기 인사는 “법무부 장관 겸 검찰총장(박지원 전 국정원장)” 비판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