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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129) 눈물이 진주(眞珠)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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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눈물이 진주(眞珠)라면
김삼현(생몰 연대 미상)

눈물이 진주라면 흐르지 않게 싸두었다가
십 년 후 오신 님을 구슬 성(城)에 앉히련만
흔적이 이내 없으니 그를 설워 하노라
-가곡원류(歌曲源流) 증보본(增補本)

사랑의 정서는 시대의 차이가 없다

참으로 아름다운 서정시다. 만일 흘리는 나의 눈물이 진주라면 흐르지 않게 싸서 두리. 님 떠나신 후 10년 동안 흘리는 눈물을 모으면 구슬 성이 되지 않겠는가? 그 아름다운 성에 기다리던 고운 님을 모셔 앉히련만 눈물은 흘리면 이내 흔적 없이 말라 버린다. 그것이 오직 서러울 뿐이다.

옛사람의 정서는 이토록 간절하였다. 이 시조를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김삼현(金三賢)은 조선조 숙종 때에 정삼품 절충장군(折衝將軍)을 지냈다. 벼슬에서 물러난 뒤 장인 주의식(朱義植)과 더불어 자연을 벗 삼고 산수를 즐기면서 시 짓는 일로 세월을 보냈다. 시조 여섯 수가 전하는데, 그의 시풍은 낙천적이고 명랑하다.

이 작품의 감각은 현대인이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따라서 작사가 김양화씨가 가요풍으로 가사를 조금 손보고 박춘석 씨가 곡을 붙여 이미자 씨가 노래했다. 그 노래의 1절은 이러하다.

“눈물이 진주라면 눈물이 진주라면/행여나 마를세라 방울방울 엮어서/그 님 오실 그날에 진주 방석 만들 것을/지금은 눈물도 다 흘려서 흔적만 남아 있네”

사랑과 이별, 기다림에 대한 고인(古人)의 정서와 현대인의 정서가 흡사하지 않은가?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