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나토 회의서 세 차례 만나는 한·일 정상, 관계 개선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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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는 29~30일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는 29~30일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다자 정상회의 참석

기시다 총리와 꽉 막힌 상황 돌파구 찾길

윤석열 대통령이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참석한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 첫 다자 정상외교란 점을 넘어 국제질서 격변기, 한국의 외교 지평을 크게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어제 브리핑에서 “나토 30개 동맹국은 자유민주주의, 법치, 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전통 우방국으로, 이들과 가치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해 참가국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며 특히 “예측 불가능한 국제정세 속에서 나토 동맹들과의 포괄적 안보 기반 구축”이란 의미를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가 민주 자유 진영과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 간 대립 구도로 굳어지는 현실에서 한반도 안보를 위한 선택이란 뜻으로 들린다. 정부는 이참에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주나토 대표부도 신설한다고 했다. 외교 지평 확장의 물적 기반을 마련하는 시의적절한 조치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한국이 그간 미·중 사이에 취해 온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는 행보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반(反)중국 기조가 아님은 분명히 해야 한다. 안보실 관계자도 “초청받았을 뿐 (나토의) 집단방위 실천과 상관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평화와 자유에 대한 위협인데, 힘 모아 대처하는 것이 반중이라는 건 논리의 비약”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목숨 바쳐 자유를 지킨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역할을 당당히 할 때가 됐다. 다만 신중하게, 정교하게 해나가야 한다.

나토 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은 지금까진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 정상회담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세 차례 만날 기회가 있다. 이를 계기로 관계 복원의 물꼬를 텄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한의원연맹의 다케다 료타 간사장은 그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법원의 징용자 배상판결 등과 관련해 한국이 해결 아이디어를 내고 일본이 받아 공을 던지고, 다시 한국이 공을 던지는 이른바 ‘캐치볼’론을 제기했다. 한국과 일본 조야에서 양국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기류는 무르익었다. 마침 코로나 사태로 닫혔던 김포-하네다 ‘하늘길’도 2년3개월 만에 열린다는 소식이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를 기반으로 열린 한·일 인적 교류의 상징적인 노선이다. 한·일 현안을 논의할 기구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투명하고 차분하게 여론을 모아 가며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찾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