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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수혜주 옛말? 금융주 이달 줄줄이 급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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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리 인상 수혜주’의 대표 주자인 금융주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주 시가총액 1위인 KB금융은 전날보다 4.23% 내린 4만8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존 52주 신저가(5만100원)를 다시 썼다. KB금융 주가가 5만원 아래로 주저앉은 건 지난해 3월 19일(4만9650원) 이후 1년 3개월여 만이다. 이날 신한지주는 전날보다 1.39% 하락했고, 하나금융지주(-5.21%), 우리금융지주(-3.76%) 등도 급락 마감했다. 카카오뱅크는 전날보다 5.82% 떨어진 3만4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최저가를 새로 썼다.

이달 들어 국내 주요 금융주 하락 폭은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12.77%)보다 컸다. 지난달 31일 6만원을 넘었던 KB금융은 이달 들어 19.45% 급락했고, 하나금융지주(-19.19%)와 우리금융지주(-14.09%), 카카오뱅크(-16.35%) 등의 주가도 밀렸다.

시곗바늘을 한 달 전으로만 돌리면 상황은 달랐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이 늘어 실적이 개선되는 만큼, 금융주는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방어주로 여겨진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위 중 3개 종목이 금융주였다. 이 기간 외국인은 우리금융지주(1위·7729억원), KB금융(2위·7702억원), 하나금융지주(6위·6183억원) 등을 사들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22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2위(3137억원) 종목에 카카오뱅크가 올랐고, KB금융(1453억원)도 5위였다.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만 뛰면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해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은행의 수익성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실적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환경은 금융주에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는 이자 마진 상승 폭이 상반기와 비교해 줄어들 전망”이라며 “올해 들어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이 매달 줄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주 실적 기대감은 기존 주가에 ‘선반영’됐고 오히려 실적 ‘피크 아웃(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상황)’ 우려가 커졌단 의미다.

장·단기 금리 차가 줄고 있는 점도 주가 상승 폭을 제한한다. 금융회사는 단기 조달과 장기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장·단기 금리 차가 줄어들면 수익성이 나빠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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