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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식량안보를 위한 비장의 카드, 쌀가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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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될 정도로 세상이 몰라보게 바뀐 것을 말한다. 최근 밀가루의 고유 영역으로만 여겼던 빵·과자 시장에 쌀가루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는 걸 보면, 그야말로 큰 변화다. 일례로 쌀 카스텔라는 글로벌 커피전문점에 납품돼 연간 약 25만 개가 팔릴 정도로 소비자 호응도 좋다.

쌀가루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쌀의 분질 유전자(flo7)를 발견한 덕분이다. 이 유전자를 지닌 ‘분질미’ 품종은 밀처럼 입자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쉽게 가루로 만들 수 있다. 앞으로 밀가루를 대체해 우리 쌀 가공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그간 쌀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쌀 가공산업을 추진했고 가공법·떡·술 중심으로 쌀 가공식품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일반 쌀을 활용한 쌀 가공식품 시장은 제품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분질미는 카스텔라, 쿠키 등 빵·과자류를 만들 때 잘 부풀고 촉촉함이 오래 유지되며, 물에 불리지 않고 빻을 수 있어 제분 비용도 절감된다. 분질미의 모내기 적기는 6월 하순으로 일반 쌀보다 20일 정도 늦다. 그만큼 밀 수확 시기까지 충분히 여물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할 수 있어 논에 밀과 쌀의 이모작에 유리하다. 결과적으로 국산 밀 생산도 늘리게 될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해 정부는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 밀과 분질미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이모작 단지를 집중적으로 조성하고, 재배 농가와 전문가를 1대1로 연결해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한다. 이렇게 생산된 분질미는 정부가 매입, 실수요업체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연간 밀가루 소비의 10%에 해당하는 20만t을 분질미로 대체할 계획이다. 현재 0.8%에 그치는 밀 자급률을 7.9%까지 끌어올려 밀 수입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쌀 수급 균형도 달성해 2027년까지 쌀 수급 과잉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줄여 약 60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쌀가루는 식량안보 강화와 쌀 가공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비장의 카드가 되어 줄 것이다. 앞으로 분질미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산업화할 수 있도록 쌀가루의 도전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길 희망한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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