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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선비 뱃놀이 ‘독서당계회도’ 일본·미국 거쳐 귀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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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2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된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 3월 미국 크리스피 경매에서 구매해 들여왔다. [사진 문화재청]

22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된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 3월 미국 크리스피 경매에서 구매해 들여왔다. [사진 문화재청]

1531년 조선 중종 때 선비들의 뱃놀이 모습을 그린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가 국내로 돌아왔다. 지난 3월 미국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나온 그림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낙찰받아 들여왔다.

문화재청은 22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독서당계회도 언론공개회를 열고 “실경산수로 그려진 현존 계회도 중 가장 이른 시기 작품”이라며 “조선 시대 실경산수화의 예술적 가치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외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 시대 계회도는 180여 점으로 추정된다. 이 중 독서당을 배경으로 하는 독서당계회도는 3점이다.

‘계회도’는 문인들의 모임인 ‘계회’ 장면을 내용과 참가자 이름, 관직 등과 함께 기록한 그림이다. 세 부분으로 나눠 맨 위에 제목을 적고, 가운데 부분에 계회 장면을 그려 넣었으며, 아래에 참석자 인적사항을 적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이날 공개회에 참석한 박은순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삼단 구성으로 된 계회도는 중국과 일본에는 거의 없는 조선 특유의 회화 양식”이라며 “환수된 독서당계회도는 아름다운 청색 안료가 칠해져 있는 등 회화적인 표현 수준이 상당히 높다. 여러 면에서 조선 시대계회도 중 대표작으로 삼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현존 계회도 중 국보로 지정된 사례는 없고, 12건 19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날 공개된 독서당계회도는 비단에 그려진 수묵채색화로, 전체 크기는 가로 72.4㎝, 세로 187.2㎝, 그림이 있는 화면은 가로 62.2㎝, 세로 91.3㎝다. 배경이 된 ‘독서당’은 관료들의 사가독서(賜暇讀書·임금이 휴가를 줘 독서에 전념하게 하는 제도)에 사용하기 위해 중종 12년(1517) 한강 연안 두모포(현 서울 옥수동)에 세운 곳이다.

그림에는 독서당이 바라보이는 옥수동 일대 한강에서 관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뱃놀이하는 장면이 담겼다. 배경에는 가운데 우뚝 솟은 응봉(매봉산)과 남산, 북한산, 도봉산 등이 보인다. 안개에 가려 지붕만 보이는 독서당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아래쪽에는 모임에 참가한 12명의 이름과 호, 본관, 태어난 해, 사가독서 시기, 과거급제 시기, 품계와 관직 등이 기록됐다. 참가자 중에는 백운동서원을 세운 주세붕, 문집 ‘면앙집’을 남긴 송순, 대사헌을 지낸 성리학자 송인수 등이 있다.

이번 독서당계회도의 존재는 미술사학자 안휘준 초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의 논문(1979) 등을 통해 국내 학계에 알려져 있었다. 1970년대에는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간다 기이치로(1897~1984)가 소장했고, 이후 다른 일본인이 소유하다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 어떻게 일본으로 반출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측은 “올 2월 독서당계회도가 미국 경매에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전문가 검토와 실견 조사,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 긴급매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3월 22일 현지에서 낙찰받았다. 지난달 3일 국내에 반입해 고궁박물관에 임시 보관했다”고 환수과정을 밝혔다. 낙찰액은 69만3000달러(약 8억4000만원)로 알려졌다.

돌아온 독서당계회도는 다음 달 7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1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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