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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반윤’ 검사장 줄줄이 좌천…'유배지' 법무연수원 보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무부가 22일 단행한 대검 검사(검사장)급 인사에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던 검사장 일부 인사에 대한 ‘좌천’도 이뤄졌다. 지난 정권에서 ‘친 정부’성향으로 분류된 이들이다. 신성식(57·사법연수원 27기) 광주고검 차장검사, 고경순(50·28기) 춘천지검장, 이종근(53·28기) 대구고검 차장검사, 최성필(54·28기) 대검 과학수사부장, 김양수(54·29기) 부산고검 차장검사 등 검사장 5명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받았다. 이들은 오는 27일 자로 부임한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5명 증원해 대거 좌천 예고

안양소년원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안양소년원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찰 내 '유배지'로 분류된다. 교육과 연구를 주 업무로 해, 직접적인 수사나 수사 지휘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어서다. 기존 직제상 연구위원의 검사 정원은 최대 4명이었다. 한동훈(49·27기)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18일 1차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성윤(60·23기) 전 서울고검장, 이정수(53·26기)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54·27기) 전 대검 공공수사부장, 심재철(53·27기)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 검찰 내 대표적인 '친문(親文)·반윤(反尹)' 검사들을 연구위원으로 발령해 해당 정원을 다 채웠다. 앞서 사의를 표명했던 이 전 지검장은 이날 역시 사표를 냈던 김관정(58·26기) 수원고검장, 박찬호(56·26기) 광주고검장과 함께 의원면직 처리됐다. 인사 명단에서 빠진 윤대진(58‧25기) 사법연수원 기획부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친형인 윤우진(67) 전 용산세무서장은 세무조사를 무마해주고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가 이날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한 장관은 지난 14일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검사 정원을 5명 더 늘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법무부는 "법무행정 서비스 향상을 위한 연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대규모 추가 좌천 인사를 공표한 것에 다름없었다. 이 개정령안은 전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尹과 '징계 악연' 신성식·이종근, 2연속 좌천

신성식 검사장. 연합뉴스

신성식 검사장. 연합뉴스

이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된 검사장들은 대부분 '채널A 사건(검·언유착 의혹)' 등으로 촉발된 2020년 11~12월 윤석열(62·23기) 대통령(당시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이를 주도한 추미애(64·14기) 전 장관 편에 서 징계 절차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한 장관과 악연으로, 혹은 추 전 장관과 각별한 인연으로 얽힌 이도 있다.

신성식 검사장은 한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달 18일 이뤄졌던 첫 검찰 인사 때 수원지검장에서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좌천 발령된 데 이어, 한 달 만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추가 좌천됐다. 신 검사장은 당시 윤석열 전 총장 징계 국면 때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징계위원을 맡았다. 앞서 그해 7월 KBS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허위 녹취록을 근거로 "한동훈 장관(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을 때, 한 장관에 의해 이 허위 녹취록을 제보한 당사자로 특정되며 검찰에 정식 입건되기도 했다.

이종근 검사장. 연합뉴스

이종근 검사장. 연합뉴스

이종근 검사장 역시 지난 18일 인사 때 서울서부지검장에서 대구고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 파견)로 발령된 데 이어, 이날 재차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자리했다. 이 검사장도 당시 윤석열 전 총장 징계 국면 때 대검 형사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윤 전 총장 측의 대검 지침 등 자료 요청에 응했다는 이유로 전무곤(49·31기) 당시 대검 정책기획과장을 강하게 질책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해당 자료 전달을 승인한 조남관(57·24기)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항의했다고 한다. 그의 배우자는 징계 실무를 주도한 박은정(50·29기) 성남지청장(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다.

秋와 인연, 韓과 악연…고경순·최성필·김양수도

고경순 검사장. 연합뉴스

고경순 검사장. 연합뉴스

고경순 검사장 역시 윤 대통령 징계 국면 때 대검 공판송무부 부장검사로 복무하며 추 전 장관 편에 섰던 인물이다. 추 전 장관의 한양대 법대 후배기도 한 그는 당시 한동수(56·24기) 법무부 감찰부장,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공공수사부장 겸 기조부장) 등과 함께 조남관 당시 직무대행을 상대로 전무곤 과장에 대해 감찰을 하라고 압박했다고도 알려졌다.

최성필 검사장은 2020년 9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보좌했다. 최 검사장은 지난해 5월 당시 이 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방해 의혹'으로 기소된 당일, 형사사법시스템(킥스)에서 공소장을 최초 열람하고 복사한 뒤, 자신의 PC 문서 파일에 저장한 인물로 지목돼 구설에 올랐다.

김양수 검사장은 추 전 장관이 2017년 카투사로 근무하던 아들이 병가 후 복귀하지 않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 부대에 외압을 행사하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2020년 1월 검찰에 고발됐을 당시,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해당 사건을 직접 배당받았다. 그해 9월 동부지검이 이를 무혐의 처분할 때엔 차장검사로 지휘라인에 있었다. 박범계(59·23기) 전 장관 때인 2021년 6월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부산고검 차장검사에 올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날 인사 결과 검사를 최대 9명까지 배치할 수 있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직 가운데 8명의 배치가 완료됐다. 법무부가 지난달 연구위원으로 발령한 이정수 검사장의 사표를 이날 수리하면서 정원 1명이 비게 된 탓이다. 이 자리는 조만간 있을 고검검사(차·부장)급 인사에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법무연수원장으로는 검찰총장 후보군 중 한명으로 꼽히는 여환섭(54·24기) 대전고검장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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