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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눈물회식' 알고보니 3주전 찍었다…의심 자초한 하이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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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공개된 방탄소년단(BTS)의 '찐 방탄회식 영상'. 영상 말미에 멤버 슈가는 "이거 나갔을 때 쯤엔 우리가 백악관도 갔다 왔겠네"라고 말한다. [BTS 유튜브 채널 캡처]

14일 공개된 방탄소년단(BTS)의 '찐 방탄회식 영상'. 영상 말미에 멤버 슈가는 "이거 나갔을 때 쯤엔 우리가 백악관도 갔다 왔겠네"라고 말한다. [BTS 유튜브 채널 캡처]

방탄소년단(BTS)의 ‘찐 방탄회식’은 지난 14일 저녁 늦게 유튜브 BTS 채널에 공개됐다. BTS는 추억이 서린 숙소 계약 기간이 끝났다며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일각에선 이를 ‘라이브’로 오인했지만, 이 영상은 BTS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가기 전 촬영된 것이다.

56분이 흘렀을 무렵 BTS의 멤버 슈가는 “이거 나왔을 때쯤엔 백악관도 갔다 왔겠네”라고 말한다. BTS의 미국 출국일이 지난달 29일이니, 영상 촬영일은 그보다 전이었다는 얘기다. 인스타그램 등에 공개된 멤버들의 사진 등을 따져보면 촬영 시점은 지난달 20~21일로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회식 촬영과 영상 공개까지 2~3주 동안의 시차가 있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의 자체 콘텐트 영상이 나중에 공개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BTS는 상장기업 하이브의 핵심 수익원이다. 이날 BTS가 동영상에서 알린 ‘개인 활동에 주력한다’는 발언은 하이브의 수익성에 의구심을 던지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실제로 해당 영상이 공개된 다음날 하이브 주가는 24.87%나 폭락했다. 이날 시가총액은 2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이 때문에 ‘2조원짜리 만찬’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BTS 팬들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하이브 투자자에겐 그렇지 않았다. 2~3주 전에 촬영된 유튜브 영상으로 상장사의 주요 정보를 알리는 게 타당하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선 지난 10일 BTS의 새 앨범 ‘프루프’(Proof) 발표 이후에도 하이브 주가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이를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BTS의 9주년을 정리하는 앨범인 데다가, 타이틀 곡 ‘옛 투 컴’(Yet to Come)이 각종 국내외 음원 차트 1위에 오른 것이 무색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반등을 기대해 온 증권가에서는 BTS와 관련된 각종 루머가 퍼지는 등 원인에 대한 분석에 나서기도 했다.

중대한 결정과 발표 사이의 시간이 지나치게 길 경우 내부 정보가 샐 위험성도 커진다. 공교롭게도 하이브 주가는 회식 영상 공개 하루 전인 지난 13일 11% 가까이 떨어졌고, 영상 공개 날이었던 14일에도 3% 넘게 하락하며 이틀 연속 신저가를 찍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부당 거래가 일어났다고 볼 증거는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상 공개 하루 전인) 13일에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리긴 했지만, 하루만 그렇고 그 외에는 통상적인 등락으로 보인다”며 “외부에서 관찰되는 정보를 봤을 때 내부자 거래 등을 의심할만한 뚜렷한 정황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주요 정보가 기업 내에서 공유되는 것은 위법하지 않지만, 이를 이용해 손실 위험 회피 등의 사적 이익을 취했을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이브는 아티스트 등과 관련한 위기 발생 상황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총괄(CCO) 직속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관리) 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의 핵심은 소속 아티스트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팀이다. 사고 방지를 위해 각종 모니터링을 하고, 사전 예방 활동도 수행한다. 특히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연습생ㆍ소속 아티스트 교육에도 힘을 쏟아 왔다. 국내PR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팀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실은 통제 불가능한 위기 대응을 위한 조직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속사의 위기 관리 관련 팀은 회식 콘텐트가 미칠 파급력 예측에 실패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일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상장 엔터테인먼트업체의 대장주인 하이브의 대응 방식이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이브가 ‘눈물 회식’ 공개가 미칠 영향을 왜 앞서 따져보지 않았는지, 혹은 왜 간과했는지 경위는 불분명하다. 중앙일보는 하이브 측에 이와 관련한 질의를 했지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BTS 활동 계획=현대차 셧다운”…‘유튜브 공시’ 문제될 수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방탄소년단(BTS)의 활동 중단 소식을 3개 면에 걸친 특집기사로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보이그룹이 피로감과 고충을 토로하자 외신은 이를 'K팝 산업의 내재된 문제'로 해석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 타임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방탄소년단(BTS)의 활동 중단 소식을 3개 면에 걸친 특집기사로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보이그룹이 피로감과 고충을 토로하자 외신은 이를 'K팝 산업의 내재된 문제'로 해석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 타임스]

엔터 상장사가 소속 그룹의 중대 사안을 유튜브로 먼저 밝히는 것은 과연 문제가 없을까. 하이브는 코스닥 시장의 다른 엔터테인업체들과 달리 상장 요건이 까다로운 유가증권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다양한 경우를 열거하며 공시를 해야 하는 사안을 규정해 놓았다. 예컨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이 직전 연도 매출액의 2.5%가 넘는 생산이나 거래가 중단된 경우 공시를 해야 한다. 하이브의 지난해 말 자산 총액은 4조7000억원에 달한다. 하이브 매출에서 BTS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7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아이돌 그룹의 활동 방식 변화를 제조업체와 같이 적용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상장기업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사전에 결정했음에도 투자자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BTS의 활동 계획은 현대자동차로 치면 공장의 셧다운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라며 “이전에 없던 형태의 회사라서 그렇지 충분히 공시 사항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인사도 “회사의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그룹의 결정을 유튜브로 내보내고, 심지어 시차가 있었다면 자본시장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열거된 공시 항목이 아니더라도 투자자 보호에 중요하다면 공시를 해야 한다. 예컨대 ‘특정 그룹 해체를 하기로 했고 그 그룹이 중대한 수입원이다’라고 하면 포괄공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상장사인 이상 주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면서도 “자본 시장 특성을 고려해 좀 더 세련되고 주의 깊은 발표였더라면 좋았겠지만, BTS의 소통 방식을 자본 시장 관점으로만 비판하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이브의 첫 걸그룹으로 관심을 모으던 르세라핌 멤버 김가람은 학교폭력 논란 끝에 데뷔 18일 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뉴스1

하이브의 첫 걸그룹으로 관심을 모으던 르세라핌 멤버 김가람은 학교폭력 논란 끝에 데뷔 18일 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뉴스1

시험대에 오른 하이브 위기 관리 능력

하이브의 위기 관리 시스템이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의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 김가람 학교폭력 논란에 대처하는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르세라핌 멤버들의 얼굴이 공개된 직후 시작된 폭로에도 데뷔(5월 2일)는 일정대로 강행됐고, 결국 피해자 측이 대리인을 통해 학교 폭력 대책 자치 위원회 결과 통보 문서를 공개하면서 일단락됐다. 문서 공개 이후 이를 인정한 쏘스뮤직은 김가람의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사과했지만, “김가람도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입장을 밝혀 ‘2차 가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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