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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청장 “월북 혐의 증거확보 불가능” 사과…국민의힘 “조작수사”

중앙일보

입력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은 22일 “최근 해양경찰의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결과 발표에 관련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국민과 유가족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해경청에서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진상조사 TF)와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과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정 청장은 “지난 16일 수사결과 발표 이후 ‘해경이 법적 판단을 바꾸었거나 말 바꾸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에 대해 설명드리겠다”며 “사건 초기 해양경찰은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국방부 입장과 해경 자체적으로 확인한 정보에 따라 월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지난해 6월 국방부에 수사상 필요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국방부가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월북 관련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월북의 고의는 엄격하게 입증해야 해서 (기존 증거 자료는) 월북의 근거로 볼 수 없다는 게 수사심의위원회의 중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월북 혐의에 관한 증거 확보가 불가능하고 당사자가 사망한 사건의 소송 실익 등을 종합해 이번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해경청장 “월북 혐의 증거 확보 불가능”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22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해경청에서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제공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22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해경청에서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제공

정 청장은 또 “해경의 수사결과 발표로 많은 혼선을 일으키고 국민께 실망을 드린 데에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수사결과의 법리적 판단에 대하여는 법적 잣대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 다시 한번 유가족분들께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이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찾아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하태경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이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찾아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앞서 하태경 진상조사TF 위원장은 이날 해경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경이 월북의 근거로 제시한 근거는 모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9월 29일 해경 중간수사 발표 당시 이슈가 됐던 국방부 감청자료와 이씨의 슬리퍼·구명조끼·부유물·도박 빚, 실종 당시 조류 방향 등 7가지 이슈에 대해 언급하면서다.

하 위원장은 군 감청자료와 관련해 “해경은 일부 요약문만 확인했고 전체 내용을 보여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으나 거부해서 보지 못했다고 한다.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근거였던 감청 내용은 일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2020년 10월에 해경이 공개한 이씨의 도박 빚에 대해선 “해경은 도박 빚 2억6800만원이 있다고 했지만, 회생 신청 때 부채 총액을 착오한 것이다. 실제 도박 빚은 절반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추후 확인했고 이에 대한 인권위의 지적을 해경이 인정했다”고 했다.

“무죄 추정 아닌 월북 추정 원칙 적용돼”

하 위원장은 해수부 공무원의 월북 증거 중 하나였던 구명조끼 착용에 대해서는 “똑같은 조끼가 다른 장소에서 발견돼 분실된 조끼가 해수부 공무원의 것이라고 확정하기 어렵다고 봐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해경이 월북 정황으로 제시한 감청자료, 슬리퍼, 부유물, 도박 빚, 조류, 정신적 공황상태 등도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 위원장은 주장했다.

하 위원장은 숨진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였다는 전문가 의견에 문제가 있다면서 “전문가 7명 중 6명은 이씨가 정신적 공황상태였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고 정신적 공황 가능성을 제시한 1명은 이후 입장을 바꿨다”면서 “해경이 이전 의견만 채택한 것은 조작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 TF는 이날 “이번 사건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월북 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다”며 “해경 자체의 자발적인 수사에 의한 결론이 아니라 외부 개입이 있었다고 강하게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경 측은 “누구도 청와대 지침을 받았다는 걸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TF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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