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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이젠 민주당 하위 파트너”…광주가 투표 안한 진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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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된 책 『전라디언의 굴레』를 쓴 조귀동(41) 작가를 만났다. 먼저 이 질문이 튀어나왔다. 책에서 호남인을 “반도의 흑인”이라고 도발적으로 명명한 이유에 대해서다.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 작가는 “이 말에 호남 (차별)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남북 전쟁 이후 (해방 노예들의) 대이주 과정에서 흑인 차별이 확산된 것처럼, 호남 차별도 ‘저(低)발전’과 ‘대(大)이주’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며 “호남 이주민에 대한 논의는 6.1 지방 선거 결과를 이해하는 데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특히 이번 지방 선거에서 경기도 내 민주당 지지층 표심이 변화하는 현상을 주목했다고 한다. 그는 “경기도 내 호남 이주민들의 표심이 분화하는 과정을 보지 않으면, 민주당이 경기도에서 고전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라며 “40·50대 대기업 화이트칼라 위주의 수도권 정당으로 탈바꿈한 민주당을 경기도 내 호남 이주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들의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와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도권 중심 민주당의 “하위 파트너”가 돼버린 호남이 어떻게 지역 정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전라디언의 굴레' 저자 조귀동(41) 작가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라디언의 굴레' 저자 조귀동(41) 작가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민주당, 수도권·중산층 정당이 되다

민주당은 최근 지방 선거까지 3연패 했다. 
2010년을 전후로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들이 보수 정당 지지로 돌아섰다. 중장기적인 정치적 변동의 결과로 (표심을) 옮기는 이들을 개인적으로 ‘구조적 스윙보터’라고 말하는데, 이들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다시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최근 세 차례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 대열에서 이탈했다. 이게 민주당 선거 패배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다. 결국 민주당은 괜찮은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 다니는 40·50대 화이트칼라들 위주 정당이 되면서 다른 계급을 주도할 동력을 상실했다.
중산층과 저소득층, 이들의 ‘민주당 지지 연합’이 붕괴했다는 뜻인가.
최근 2년간 문재인 대통령 부정 평가 여론을 보면, 자영업자·주부·블루칼라 노동자 집단에서 부정 평가 여론이 늘었다. 또 대선 당시 소득 집단별로 이재명 의원 지지율을 따져보면, 월 600~700만원 받던 이들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 월급이 내려갈수록 대체로 이재명 지지율이 줄었다. 사회·경제적 불만이 작용했다는 게 드러난다.
2010년 전후 보수로 돌아섰던 저소득층 등 '구조적 스윙보터'들은 2016년 박근혜 탄핵을 기점으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다가 2021년 이후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탈했다.

2010년 전후 보수로 돌아섰던 저소득층 등 '구조적 스윙보터'들은 2016년 박근혜 탄핵을 기점으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다가 2021년 이후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탈했다.

이런 ‘계급 배반적’(계층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정당에 투표하는 현상) 지지의 이유는 뭘까.
일자리 문제였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연령별 불안정 고용 비율과 문재인 전 대통령 부정 평가 비율 양상이 비슷하다. 40대가 부정 평가 비율이 가장 낮다. 20대와 60대에서 부정 평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평평한 ‘U자’형 그래프 형태다. 불안정 고용 형태도 비슷하다. 20대와 60대 이상에서 불안정 고용 비율이 가장 높다. 40·50대 고용은 안정적이다. 20대와 60대에게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에 계급적 정체성과 상관없이 문 정부에 부정 평가를 했다.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 인상’이다. 발등을 찍었다. 가장 큰 불만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인데, 20·60대를 비롯해 경제 활동 기회 자체를 못 얻은 이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불안정 고용률과 문재인 대통령 부정평가 비율이 대체로 비례했다. 20대와 60대 이상은 40, 50대와 달리 불안정 고용률이 높았고, 문재인 대통령 부정평가 비율도 높았다. 조 작가는 "사회 경제적 지위가 계층이 정치 의식 등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고 했다. 갤럽

불안정 고용률과 문재인 대통령 부정평가 비율이 대체로 비례했다. 20대와 60대 이상은 40, 50대와 달리 불안정 고용률이 높았고, 문재인 대통령 부정평가 비율도 높았다. 조 작가는 "사회 경제적 지위가 계층이 정치 의식 등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고 했다. 갤럽

‘계급’보다 ‘세대·젠더’ 변수가 최근 선거를 흔들었단 분석 많았는데.
연령별 투표 성향이 갈리는 건 결국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부동산 선거’였다. 자가 보유율을 따져보자. ‘40대 막내’격이었던 1982년생까진 집을 가진 이들이 그럭저럭 있었는데, ‘30대 맏형’인 1983년생부터 자가 보유율이 급격히 줄었다. 30대와 40대는 ‘노무현’ 시대를 함께 경험했고, 광우병 촛불 시위도 같이 나간 세대다. 하지만 30대는 문재인 정부 지지 대열에서 이탈했고, 40대는 충성했다. 경제 요인이 정치의식 밑바닥에 단단한 기반이 된다. 다는 아니더라도 많은 걸 설명한다.
40대 이상은 자가보유율 변동이 크지 않다. 30대부터 급격히 떨어진다. 조 작가는 "노무현 시대 등 같은 문화를 경험한 30대와 40대의 정치 성향이 갈린 건 이런 경제 요인이 정치 의식 밑바닥에 단단한 기반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0대 이상은 자가보유율 변동이 크지 않다. 30대부터 급격히 떨어진다. 조 작가는 "노무현 시대 등 같은 문화를 경험한 30대와 40대의 정치 성향이 갈린 건 이런 경제 요인이 정치 의식 밑바닥에 단단한 기반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는 세대·젠더 갈등으로 점철됐다. 지역 표심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결과는 이전 선거들과 비슷했다. 호남은 민주당에, 영남은 국민의힘에 더 많은 표를 줬다. 조 작가가 앞서 강조한 경제 요인 등 ‘계급 배반적’ 지지 양상과 ‘지역 표심’은 관련이 없는 걸까. 한국 선거에서 지역 구도는 영원한 ‘상수’일까.

민주당 ‘하위 파트너’가 돼버린 호남

최근 선거 보면, 민주당이 호남을 덜 신경 쓰는 듯하다.
과거엔 지역 기반 정당들이 중앙 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이게 점점 사라진다. 지역 정당의 ‘현지화’ 현상이 나타났다. 광주·대구 출신 국회의원들의 출신 학교 변화를 보면 과거엔 대구고보·경북고를 다니다 서울대에 들어가서 출세한 다음 지역에 내려가 국회의원을 했다. 그런데 요즘엔 일단 서울대 출신이 줄었다. 21대 총선 대구 지역 당선자 중 서울대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대부분 경북·영남대를 나온 전형적인 지역 엘리트다. 광주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출신이 없다. 상당수가 전남대와 조선대 출신이다. 더는 지방 정치가 중앙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중앙 정치도 지역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가능한 건 일종의 ‘하위 파트너’ 화다. 이건 현재 광주·호남 투표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역으로 보면 민주당의 중앙 정치 무대에서 전국적 영향력을 끼친 호남 출신 정치인이 없다. 자연스럽게 중앙 정치 담론에서 소외된다.
21대 총선 광주와 대구 지역구 의원 중엔 서울대 출신이 없다. 대부분 지역 대학 출신이다. 조 작가는 "지역 정치와 중앙 정치가 서로 영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지역이 일종의 '하위 파트너'화 됐다"고 말했다.

21대 총선 광주와 대구 지역구 의원 중엔 서울대 출신이 없다. 대부분 지역 대학 출신이다. 조 작가는 "지역 정치와 중앙 정치가 서로 영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지역이 일종의 '하위 파트너'화 됐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호남의 ‘하위파트너’ 화는 언제부터였을까.
십여년 간 계속된 일이다. 호남 출신 대선 후보가 안 나온다. 지난해 민주당 최고 위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호남 출신 후보는 서삼석 의원밖에 없었는데, 6위로 떨어졌다. 인터넷 여론을 등에 업은 이들이 1~3위를 차지했다. 최고 위원으로 뽑힌 5명의 지역구는 모두 서울·경기 지역이다. 민주당 내 호남 지분이 줄어든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더 이전엔 2015~2016년 호남 의원들의 민주당 이탈도 있었다. 조국 전 장관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혁신 위원을 맡았을 때 ‘호남 사람들이 민주당에 불만이 있으면 찍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남겼지 않나. 굉장히 유명한 말인데, 이게 결국 호남의 ‘하위 파트너’ 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민주당 최고 위원 선거에서 1~5등까지 모두 서울, 경기 지역구 의원들이 당선됐다. 유일한 호남 출신 서삼석 의원은 6위로 떨어졌다. 조 작가는 "민주당 내 호남 지분이 줄어든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 선거"라고 말했다.

지난해 민주당 최고 위원 선거에서 1~5등까지 모두 서울, 경기 지역구 의원들이 당선됐다. 유일한 호남 출신 서삼석 의원은 6위로 떨어졌다. 조 작가는 "민주당 내 호남 지분이 줄어든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 선거"라고 말했다.

‘중앙’에서 멀어지는 ‘호남 정치’, 내부 문제는 없을까.
수도권 중심의 민주당 주류가 점점 ‘호남 색을 뺐다’는 것뿐만 아니라, 앞서 말했던 지역 정치의 중앙 영향력 약화를 간과해선 안 된다. 수도권 기반 민주당 정치인들의 독주가 그래서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지방 지배 체제’라는 표현을 쓰는데, 지역 일당(一黨) 우위가 결국 전국 경쟁력 약화를 불렀지 않나 싶다. 지역 유권자들도 본인들 목소리를 들어줄 전국구 정치인과 정당이 없다는 공통된 불만이 있지 않을까. 이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지방 선거에서 광주 다음으로 대구가 투표율이 낮았던 이유도 거기 있겠지. 투표할 요인이 없다.
지도부 면면을 보더라도,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수도권 정당’이 됐다.  
호남과 수도권이란 큰 두 기둥 가운데 기둥 한 개가 사라지고 있다. 2003년 민주당에선 ‘난닝구’라 말하는 호남 기반 개혁 정치인들과 ‘백바지’로 불린 서울 명문대·운동권 출신 386 세력 간 갈등이 있었다. 당시 ‘백바지’들 상당수가 지역구도 타파를 말하며 ‘(민주당은) 호남 정당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겉으로 ‘부산에도 깃발 꽂자’라고 말했지만, 실제론 ‘수도권 정당’화로 귀착될 수밖에 없었다. 부산 민주당 지지자들도 과거 호남에서 이주한 이들이었으니까. 민주당 계열은 2004년 총선 압승 이후 이런 분열을 겪고 2007년 대선 참패까지 가파르게 몰락했다.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던 민주당의 최근 3연패가 이와 닮았다.
2003년 '난닝구'라 불린 호남 기반 개혁 성향 정치인들과 서울 명문대 운동권 출신 일명 '백바지'라 불린 386 세력 간의 갈등이 있었다. 당시 '백바지'들은 '호남색을 벗자'며 지역 구도 타파를 외쳤다.

2003년 '난닝구'라 불린 호남 기반 개혁 성향 정치인들과 서울 명문대 운동권 출신 일명 '백바지'라 불린 386 세력 간의 갈등이 있었다. 당시 '백바지'들은 '호남색을 벗자'며 지역 구도 타파를 외쳤다.

‘친문’ VS ‘친명 계파 갈등, 앞으로 호남은…

경기도에 정치 기반 둔 이재명 의원, ‘호남’과 어떤 관계 맺을까.
이재명 의원은 성남시에서 성장했다. 성남이 원래 서울 도시 개발 목적으로 내쫓긴 사람들로 만든 도시다. 주류가 이주민 집단이다. 1971년 ‘광주 대단지 사건’ 당시만 봐도 서울 출신 다음으로 많은 게 호남 출신이다. 성남 구(舊)시가지 ‘성호 시장’은 이름부터 ‘성남’, ‘호남’의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 호남 지역 이주민들이 집단 거주하며 붙은 이름이다. 호남뿐만 아니라 충청 이주민들도 일자리를 찾아 구(舊)성남에 넘어왔다. 여길 기반으로 성장한 게 이재명 의원이다. 안산 반월 공단도 서울 구로와 금천구 외곽 지역 중소 규모 공장을 옮겨 만든 공단이다. 일자리가 밀려 내려와 호남·충청 이주민들이 터를 잡았다. 또 대표적인 게 부평과 계양구다. 과거 유권자 본적을 공개했을 때 자료를 보면 인천에서 호남 이주민들이 많이 모여든 동네가 공장 지대였던 두 곳이다. 민주당이 초강세를 띨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서 누가 이런 경기도를 이끌까. 소위 서울 명문대 운동권 출신 ‘친문(친노)’일까, 이주민들과 함께한 ‘친명’일까. 지난 2018년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서 이재명 의원이 전해철 의원을 상대로 드라마틱하게 이겼다. 이게 매우 많은 걸 시사한다. 한편으론 이런 경기도 이주민들의 정치적 이탈에서 이재명 의원의 정치적 위기도 시작됐던 거고.
1971년 '광주 대단지 사건'(왼쪽)과 성남에 자리 잡은 '성호 시장'(오른쪽). 경기도는 지역 이주민들의 도시다. 그 중 성남시엔 서울 다음으로 호남 이주민들이 많았다.

1971년 '광주 대단지 사건'(왼쪽)과 성남에 자리 잡은 '성호 시장'(오른쪽). 경기도는 지역 이주민들의 도시다. 그 중 성남시엔 서울 다음으로 호남 이주민들이 많았다.

이재명 의원, 호남에 특별한 관심 보인 적 없던 것 같은데.
시기적으로 호남에 사는 호남인들과 경기도에 간 호남인 간의 정치적 분화가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호남 이주민들이 경기도에 온 게 40년 전이다. 이주민 2~3세대가 경기도 주력 유권자들이다. 이재명 의원은 그들을 타깃으로 정치를 도모했다고 본다. 당연히 호남과의 연계성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경기도에서 성장한 이재명 의원의 정치적 기획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주당이 다시 ‘호남 정당’이 될 가능성 있을까. 
앞으로 민주당에서 호남 이야기가 많이 나올 거라 예상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지역 전통이 호남이라 투표해주자는 차원이 아니다. 권리 당원 확보가 중요한데, 호남 외 지역에서 민주당이 쪼그라들고, 서울·수도권 등 다른 지역을 다른 정당에 뺏긴다면 권리 당원 확보에 애를 먹지 않겠나. 결국 상대적으로 호남 표 비중이 커질 거라고 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할 거라 본다. ‘수도권 기반 민주당 정치인들이 지역(호남)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지방(호남)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 같은 또 다른 문제가 나오지 않을까.
어쨌든 최근 선거에서도 호남은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지역 정치 메커니즘을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은 지역 구석구석에 침투해 유권자들의 요구를 해결해 준 정치적 결사체다. ‘해결사’ 노릇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일당 우위가 강해졌다. 하다못해 맨홀 뚜껑 하나 바꾸더라도 지역 정치인에게 부탁한다. 이걸 단순히 ‘무지성’으로 ‘지역이 같으니 찍는다’는 식으로 봐선 안 된다. 이해관계에 충실한 투표로 영·호남에서 특정 정당의 압도적 우위가 발생한다. 또 낙수 효과가 개인의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믿음도 작동했다.

보수의 ‘서진(西進)’ 정책, 성공 가능성은

수십 년 간 계층·세대 변화 많았는데, 호남의 정체성도 바뀌지 않을까.
강남에 호남 출신도 꽤 많다. 그들은 호남 출신인 걸 티 내지 않는다. 출신보다 사회·경제적인 위치가 정치의식을 좌우한다고 본다. 강남 사는 호남인과 경기도 사는 호남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일수록 더 지역 정체성은 사라지고 계층 정체성이 강화된다. 호남에 사는 20대는 서울에 사는 호남 이주민 출신 20대보다 대구·부산에 사는 20대들과 더 많은 동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보수의 ‘서진정책’, 호남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앞서 말한 ‘지방 정치의 메커니즘’과 ‘낙수 효과’에 대한 믿음. 이 두 가지 축으로 유지됐던 지역 내 특정 정당의 초 우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이 아닐까. 낙수 효과에 대한 믿음도 사라지고 있다. 철도 깔고, 항만 짓고, 공항 확장한다고 기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날 거란 믿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내부의 이해관계 대립이 벌어진다. ‘광주 복합 쇼핑몰 유치’ 논의가 대표적이다. 중소 영세 자영업자와 화이트칼라, 젊은 층의 이해관계 대립이다. 한계가 있었지만, 보수가 호남에서 처음 어젠다 화에 성공한 이슈였다. 과거 대구에서 김부겸 전 총리 등 민주당 정치인들이 약진했듯이 호남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준석 대표의 ‘서진 정책’도 그런 맥락이다. 사실상 ‘무주공산’인 호남에 본인 세력을 굳히겠다는 의도가 있다. 또 하나는 ‘5.18’이다. 그동안 호남은 이것 때문에라도 국민의힘을 안 찍었는데, 국민의힘은 ‘표를 줘도 괜찮다’라는 신호를 계속 보낸다. 윤석열 대통령도 여당 의원을 다 데리고 (5·18) 기념식에 갔다. 지난해 정치에 나설 땐 5.18 메시지를 냈다. 정치적인 포석이 깔린 행동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뉴(new) DJ’ 없는 호남, 위기 극복하려면

호남 정치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지역 주민들이 중앙 정치에 예속되지 않은 자체적인 정치 결사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정당법 밖에서 가능하다. 다만 정당으로 등록해 지방 선거에 나오려면 광역 시·도에 시·도 당이 5개 이상 있어야 한다. 광역 지자체 한 곳에 진성당원 2000명 이상이 필요하다. 사실상 수도권 정당 외엔 불가능한 게 현실인데, 이들이 활동할 기구가 필요하다. 영·호남 사람들의 정치적 불만이 정말 크지만, 지역 내 다른 정치적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구조 개혁만으로 가능할까.  
보통 호남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뉴 DJ’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지만 한 번도 성공한 사람이 없다. 단순히 사람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호남의 민주당 지분이 점점 줄어서일까. 아니다. 지역 정치인들이 전국 단위 보편성을 가진 이데올로기와 정책을 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앙 정치로부터 인과 관계를 따져보면 답이 안 나온다. 새 인물이 나올 새로운 정치 환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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