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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르면 은행 좋은거 아냐? 줄줄이 추락하는 금융주,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세에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종가 기준 연중 최저점을 경신한 22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66.12포인트(2.74%) 하락한 2342.81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세에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종가 기준 연중 최저점을 경신한 22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66.12포인트(2.74%) 하락한 2342.81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금리 인상 수혜주’의 대표주자인 금융주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22일 KB금융과 카카오뱅크는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고,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도 이달 들어 주가가 9~19% 내렸다. 각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며 은행의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지운 모양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주 시가총액 1위인 KB금융은 전날보다 4.23% 내린 4만8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존 52주 신저가(5만100원)를 다시 썼다. KB금융 주가가 5만원 아래로 주저앉은 건 지난해 3월 19일(4만9650원) 이후 1년 3개월여 만이다.

다른 금융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신한지주는 전날보다 1.39% 하락했고, 하나금융지주(-5.21%), 우리금융지주(-3.76%) 등도 급락 마감했다. 카카오뱅크는 전날보다 5.82% 떨어진 3만4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최저가를 새로 썼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달 들어 국내 주요 금융주 하락 폭은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12.77%)보다 컸다. 지난달 31일 6만원을 넘었던 KB금융은 이달 들어 19.45% 급락하며 5만원 선을 내줬고, 하나금융지주(-19.19%)와 우리금융지주(-14.09%), 카카오뱅크(-16.35%) 등의 주가도 밀렸다. 신한지주는 9.29% 하락하며 그나마 코스피 지수보다는 선방했다.

시곗바늘을 한 달 전으로만 돌리면 상황은 달랐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이 늘어 실적이 개선되는 만큼, 금융주는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방어주로 여겨진다.

외국인도 금융주 쇼핑을 할 정도였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위 중 3개 종목이 금융주였다. 이 기간 외국인은 우리금융지주(1위·7729억원), KB금융(2위·7702억원), 하나금융지주(6위·6183억원) 등을 사들였다. 신한지주도 외국인 순매수 14위(329억원)에 이름을 올렸다.

금리 인상기에 금융주는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방어 주로 여겨진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이 늘어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진은 올해 초 서울 시내 은행에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금리 인상기에 금융주는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방어 주로 여겨진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이 늘어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진은 올해 초 서울 시내 은행에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외국인이 금융주까지 내다 팔고 있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금융주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가 외국인 순매도 2위(3137억원)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KB금융 1453억원 어치를 팔아 치우며, 순매도 상위 5위 종목이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5일에 이어 다음 달 추가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할 수 있고 유럽중앙은행(ECB)가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속도를 올리며 경기 침체 공포는 커지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이러지는 상황에서 금리만 뛰면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해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은행의 수익성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실적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환경은 금융주에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는 이자 마진 상승 폭이 상반기와 비교해 줄어들 전망”이라며 “부동산 매매가 위축되며 주택담보대출이 줄고, 신용 대출도 감소하는 등 올해 들어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이 매달 줄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주 실적 기대감은 기존 주가에 ‘선반영’됐고 오히려 실적 ‘피크 아웃(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상황)’ 우려가 커졌단 의미다.

장·단기 금리 차가 줄고 있는 점도 주가 상승 폭을 제한한다. 금융회사는 단기 조달과 장기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장·단기 금리 차가 줄어들면 수익성이 나빠져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금융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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