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러시아 헬기가 영공 침범"…발트해 긴장 고조

중앙일보

입력 2022.06.22 17:34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코바에서 국영 총영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코바에서 국영 총영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속한 발트해 국가들과 러시아 사이에 연일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폴란드와 인접한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의 철도 운송 제재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데 이어 발트3국 중 가장 북단에 위치한 에스토니아에 러시아 군용 헬기가 무단 침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에스토니아는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8일 러시아 프스코프에서 가까운 국경 지역인 에스토니아 남부 코이둘라 부근에서 러시아 국경 순찰 헬리콥터(MI-8) 한 대가 당국의 허가 없이 2분 동안 에스토니아 영공에 머물렀다. 또 다른 헬기는 국경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날았다고 한다. 이에 앞서 며칠 전에도 국경 부근에서 러시아 항공기의 도발 행위가 보고됐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러시아 군용 헬기가 실수로 영공을 침범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쿠스티 살름 에스토니아 국방부 장관은 "이것은 위협의 그림"이라며 "지금처럼 러시아의 위협이 심각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에스토니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이를 매우 심각하고 유감스러운 일로 간주한다. 긴장을 유발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에스토니아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와 마찰을 빚고 있는 리투아니아에 대한 연대의 뜻도 밝혔다. 라인 탐사르 에스토니아 외무부 차관은 블라디미르 리파에프 러시아 대사에게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EU)의 4차 제재 패키지를 이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에스토니아 외무부가 밝혔다. 탐사르 차관은 또 "러시아는 이웃 국가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대가가 작지 않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러시아가 발트해 연안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 시뮬레이션을 벌인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살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들(러시아)은 나토 영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면서, 이를 보란 듯 노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군이 칼리닌그라드 서부 영토에서 가상의 적을 겨냥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동식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가상훈련을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편 이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니콜라이 파트루쇼프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사무총장은 리투아니아에 대해 "가까운 장래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며, 그 결과 리투아니아 인구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리투아니아가 자국을 통해 러시아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화물의 운송 제한 조치를 철도뿐 아니라 자동차로까지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EU) 제재 대상 상품의 자국 경유 운송 제한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EU의 제재 대상이 된 제품(건설자재, 시멘트, 철강 등)을 칼리닌그라드로 보내는 데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의 대응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이날 리투아니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나토를 지지하고 리투아니아를 지지한다"며 "특히 나토 5조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 같다"고 말했다. '나토 5조'는 '집단방위'에 관한 규정으로, 나토 회원국 한 곳이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를 공격한 것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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