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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보건안전청 "감염위험집단에 원숭이두창 백신접종 권고"

중앙일보

입력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원숭이두창(Monkeypox) 위험집단에 백신접종을 권고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로이터 통신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이날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동성애·양성애 남성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최근 UKHSA의 데이터에 따르면 누구나 원숭이두창 감염 가능성이 있지만 특히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들 사이에 감염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UKHSA는 "이 바이러스는 정액·질액을 통해서 감염되는 성병으로 정의하지 않지만, 성관계 등 밀접접촉에 의해 전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역학 조사와 백신 수급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저위험군 등 일반 인구에 대한 광범위한 예방접종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존에는 의료종사자를 포함해 바이러스 밀접접촉자들에게만 접종을 권고했다.

UKHSA는 덴마크 바이오기업 바바리안노르딕(Bavarian Nordic)이 만든 임바넥스(Imvanex) 백신을 제공할 방침이다. 원숭이두창은 이 백신 접종으로 85%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지난 20일까지 원숭이두창 사례가 793건 보고됐다. 이 중 500여건은 수도 런던에 집중됐다. UKHSA의 면역 총괄자 마리 램세이 박사는 "대부분 감염자는 경증이나, 일부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확산이 진행 중인 그룹을 타깃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몸에 반점, 궤양, 물집 등이 생기는지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 의학 저널 랜싯(Lancet)은 원숭이두창에 대해 "남성 간 성관계에서의 감염 사례가 대부분이더라도 상처나 체액, 침대시트 접촉 등으로 전파될 수 있는 만큼 성 소수자에 대해 과한 오명을 씌우거나 낙인 찍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여성 성 노동자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백신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날 동남아시아에서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는 성명을 통해 "확진자는 42세 영국인 남성 승무원으로 이달 중순에도 싱가포르를 다녀갔으며 지난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영국인 확진자와 접촉한 13명을 확인해 21일간 격리 조치할 방침이다. 또 여객기 탑승객과 체류 기간 접촉자를 대상으로 역학 조사 중이다. 같은 날 한국에서도 2명의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가 보고됐다.

원숭이두창의 이례적인 확산 배경으로 변이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이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전했다. 미 NBC방송은 전문가를 인용해 "원숭이두창은 RNA 바이러스인 코로나19와 달리 DNA 바이러스로 변이 가능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염병 진화를 연구하는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의 앤드류 리드 교수는 NBC에 "우리는 현재 변이 바이러스를 보고 있을 수도 있다"며 "원숭이두창의 게놈(유전자정보)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7배나 더 큰 만큼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소 두 개의 다른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23일 원숭이두창에 대해 세계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지를 논의하기로 했다. WHO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서부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알려졌던 원숭이두창은 최근 유럽·북미·중동·호주 등 39개국으로 퍼지며 1600건 이상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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