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탄핵’ 언급하며 경찰국 신설 반발…與 "비정상의 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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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의 경찰국 신설 움직임에 대해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의 경찰국 신설 움직임에 대해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의 경찰국 신설 권고안이 얼어붙은 여야 관계의 새로운 대치 전선으로 떠올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민주당 비대위 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은) 윤석열 정부가 경찰을 완벽하게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위법적 경찰 장악을 끝내 강행한다면, 민주당은 비상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민주당 소속 전직 행안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문위 권고안은 경찰 역사를 32년 전으로 되돌려 ‘치안본부’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시행령으로 추진하려 든다면 법률에 위반하는, 행안부 장관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처리되면서 경찰권 비대화 문제는 이미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거기에 맞춰 경찰권에 대해 견제·감독을 해야 할 이유가 있었고, 그에 대한 후속 조치를 해나가기 위해 자문위원 의견을 들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경찰을 통제해 왔다면, (앞으로는) 공식 조직과 체계를 통해 경찰을 감독하고 견제하는 통상 업무가 만들어진다”며 “대통령은 어떤 지휘 규칙을 만들든 간에 경찰의 개별 사건에 대해 간섭하고 개입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 “(경찰국 신설은) 경찰청법에 규정된 행안부 장관의 제청권을 실질화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보좌 기관이 치안정책관 한 명인데, 그 중요한 인사 기능을 보좌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을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규정했다.

경찰청 출범 땐 ‘치안국’ 설치 무산…법 공백에 해석 분분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부에 경찰 담당 조직을 두느냐 여부는 경찰청 출범 때부터 논란거리였다. 1990년 12월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내무부(현 행안부) 장관 사무(事務)에서 ‘치안’을 빼고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게 하기 위하여 내무부 장관 소속 하에 경찰청을 둔다”는 규정을 신설했는데, 내무부가 경찰을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해선 공백 상태였다. 당시 국회에 출석한 이연택 총무처 장관이 “현시점에서 경찰의 조직과 인사 기타 업무지휘체계에 대한 것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듬해 5월 경찰청법이 제정될 때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청법엔 내무부 장관이 경찰청장·경찰위원의 임명 제청권을 갖는 것으로 정해졌으나, 그 외엔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경찰청 출범 직전까지 내무부와 경찰의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당초 내무부는 치안행정국을 신설하는 방안에 무게를 뒀으나, 경찰 측의 반발로 내무부 장관 직속에 치안행정관만 두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다.

이 같은 ‘입법의 공백’ 탓에 경찰국 신설이 정부 시행령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전문가 입장은 엇갈린다. 장영수(헌법학)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부처의 국(局)을 신설하거나 변경 폐지할 때마다 법을 고쳐야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 이미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사무에 ‘안전’이 들어가 있으므로 상위 법령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창현(형법학)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법률로 고치는 게 제일 좋지만, 시행령으로 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시행령으로 경찰국을 두는 건 위법”이란 의견도 있다. 곽대경(경찰사법학) 동국대 교수는 “검찰 관련 직무가 첫 번째로 규정된 법무부 장관의 사무와 행안부 장관의 사무는 전혀 다르다”며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하려는 건 편법이자 꼼수”라고 지적했다.

검수완박 2라운드…“민주당 내로남불” 지적도

정치권에선 경찰국 설치를 둘러싼 여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상민 장관은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이렇게 노골적인 권력 장악 시도에는 맞서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전했다.

사실상 ‘검수완박 2라운드’라는 점도 여야가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행안부 자문위가 경찰청법·검찰청법 개정 상황을 언급하면서 “이와 같이 확대․강화된 경찰권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경찰국 신설을 권고한 데다, 대통령실도 이날 ‘검수완박’을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21일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 조직 신설을 포함한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21일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 조직 신설을 포함한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여당 내부에서도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 등이 “자칫 (경찰의) 정치적 예속화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보일 수 있어 걱정된다”며 우려하는 게 변수다. 또 민주당 입장에선 여당일 때와 태도가 뒤바뀌었다는 ‘내로남불’ 논란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만약 행안부 장관의 권한이 정말 문제였다면, 민주당에서 ‘신(新)경찰청법’을 통과시킬 때 왜 그걸 바꾸지 않았느냐”며 “경찰청이 행안부를 패싱하고 대통령하고 직거래하던 기존 체계가 오히려 ‘치안본부’ 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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