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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나와! 단비 가세한 우리도 '수퍼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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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5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은 FA 김단비(가운데)를 영입했다. 기존의 박혜진(오른쪽)과 박지현(왼쪽)까지 트리오를 구축해 KB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장진영 기자

5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은 FA 김단비(가운데)를 영입했다. 기존의 박혜진(오른쪽)과 박지현(왼쪽)까지 트리오를 구축해 KB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장진영 기자

“(김)단비 언니, 우리은행 파란색 유니폼 잘 어울리지 않아요? 원래 입던 옷 같아요.”

“(언니에게 잘 보이려는) ‘자본주의 입담’이니? 아무리 그래도 15년이나 입었던 신한은행 유니폼이 더 잘 어울리지. 밝은 파란색이라 좀 어색하네.”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박지현(22)의 칭찬을 김단비(32)가 장난으로 받아쳤다. 김단비는 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두 팀 모두 파란색 유니폼을 입지만, 우리은행 유니폼이 좀 더 밝은 파란색이다.

최근 서울시 성북구 우리은행 훈련장에서 김단비와 박지현, 박혜진(32)을 만났다. 박혜진이 “언니! 주거래 통장을 우리은행으로 바꿔야지”라고 하자, 김단비가 “급하게 개설했어. 아~ 신한은행 VIP(우수고객)이었는데”라며 웃었다. 박혜진은 같은 1990년생이지만 빠른 2월생인 김단비를 ‘언니’라고 부른다.

우리은행에 가세한 김단비(가운데)와 기존의 박혜진(오른쪽), 박지현(왼쪽)이 어떤 호흡을 보일지 기대된다. 장진영 기자

우리은행에 가세한 김단비(가운데)와 기존의 박혜진(오른쪽), 박지현(왼쪽)이 어떤 호흡을 보일지 기대된다. 장진영 기자

김단비가 2007년부터 15년간 뛴 신한은행을 떠난 건 여자농구계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박지현은 “난 소문조차 듣지 못하다가 기사 보고 알았다”고 했다. 박혜진은 “한 팀에서 오래 뛴 단비 언니가 어쩌면 팀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둘 다 선수 생활 마지막으로 향하는데 같이 우승해보자’고 연락 했더니, 언니가 ‘누가 시켜서 연락했니?’라며 웃더라. 제가 싫었다면 연락 안했을거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언니가 덜 힘들 수 있도록 옆에서 돕겠다”고 했다. 김단비는 “혜진이가 조언해주는 척하면서 은근히 압박을 했다. 팀을 선택할 때 감독님과 코치진 뿐만 아니라 기존 선수들도 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단비의 남편인 수구 국가대표 출신 유병진(34)씨도 우리은행 이적을 추천했다고 한다. 김단비는 “남편이 ’은사 위성우 감독님은 단비를 끝까지 책임져주고 마지막을 빛나게 해줄 분’이라고 말해줬다. 근데 나중에 이적을 후회한다면 부부싸움을 할 것 같다”며 웃었다.

2008년~2012년에 신한은행 코치로 김단비와 호흡을 맞췄던 위성우(51) 감독은 “단비한테 무릎 꿇었죠. 도와 달라고”라고 엄살을 섞어 말했다. 위 감독은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한데, 김단비도 “어릴 땐 몸이 멀쩡했는데 요즘 회복이 느리다”며 웃었다.

김단비는 신한은행에서 2012년부터 5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8년간 무관에 그쳤다. 김단비는 “우승을 해봐서 미련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은퇴할 날이 다가오니 마지막으로 우승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6차례 챔프전 우승을 거둬 본 박혜진은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3연패를 당해 홈에서 KB가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언니가 가세했으니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지현은 아직 챔프전 우승 경험이 없다.

지난 시즌 청주 KB는 기존의 박지수에 FA 강이슬을 데려와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5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우리은행은 득점 2위 김단비를 데려와 ‘수퍼팀’을 구축했다. 보상선수로 신한은행에 김소니아를 내줬지만, 김단비-박혜진-박지현-김정은-최이샘 등 막강한 베스트5 구축했다. 우리은행은 김단비에게 ‘연봉 퀸(총액 4억5000만원)’ 대우를 해줬다.

우리은행에 가세한 김단비(가운데)와 기존의 박혜진(왼쪽), 박지현(오른쪽)의 호흡이 기대된다. 장진영 기자

우리은행에 가세한 김단비(가운데)와 기존의 박혜진(왼쪽), 박지현(오른쪽)의 호흡이 기대된다. 장진영 기자

다만 농구는 5명이 20점씩 넣는다고 100점을 넣을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김단비는 “신한은행에서는 제가 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아 부담감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슛을 넣어줄 혜진이가 있고, 프레스 해줄 지현이가 있다. 혜진이가 ‘(슛 자세 잡고) 발 맞추고 서있으면 되냐?’고 하더라.그 역할을 제가 하려고 했는데(웃음). 내 득점이 줄더라도 어시스트를 늘리면 된다. 셋이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와 언제 패스를 줘야 할지 안다”고 했다.

박혜진은 “한 명이 볼을 오래 잡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시는데, 그러면 위 감독님의 불호령이 떨어질거다. 서로 양보하고 조합을 맞추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했다. 박지현은 “수퍼팀이 됐으면 좋겠다. 오빠(남자농구 수원 KT 가드 박지원)가 ‘여자농구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 한 명만 뽑는다면 김단비’라고 했다”며 웃었다. 셋은 “KB가 7년 연속 우승을 장담하던데, 우리가 최대한 발악을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하와이로 5박7일간 여행을 다녀오며 팀워크를 쌓았으며, 김단비는 인터뷰 날 저녁에 팀원 전체에게 저녁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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