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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현실 녹인 한국판 ‘종이의 집’…“‘오겜’ 인기에 근접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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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작이 ‘빠에야’라면 저희는 ‘볶음밥’과 같습니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거대한 축제가 한국에서 다시 열린다고 생각하고 즐겨주시길 바랍니다.”(류용재 작가)

스페인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종이의 집’의 한국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24일 베일을 벗는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 ‘지옥’ 등의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세계적 인기를 누린 가운데 해외 인기작을 리메이크한 작품도 흥행에 성공할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 공개를 이틀 앞둔 2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과 배우들은 “원작의 장점을 압축해 한국적인 매력을 더했다”(김윤진)며 한국판 ‘종이의 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스페인 원작 ‘종이의 집’(La Casa de Papel)은 2017년 스페인 지상파에서 처음 방영된 시즌1, 2가 넷플릭스에 업로드된 이후 세계적 호응을 얻어 시즌3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작품이다. 역대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가운데 시청 순위 1위인 ‘오징어 게임’에 이어 2위(시즌5), 3위(시즌4), 5위(시즌3)를 모두 ‘종이의 집’ 시리즈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넷플릭스 글로벌 흥행작이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우리만의 한국적 이야기로 리메이크”

원작을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하기 위해 제작진은 ‘교수’라 불리는 천재적인 남성과 서로를 도시 이름으로 부르는 범죄자들이 조폐국을 턴다는 원작의 기본 골자는 가져오되, 통일을 목전에 둔 2026년 한반도로 배경을 바꿨다. 비무장지대에 공동경제구역(JEA)이 조성되고, 여기서 사용되는 남북 공동화폐를 찍는 통일 조폐국을 강도단이 점거, 민간인들을 인질로 잡아둔 채 4조원을 노린다는 설정이다. 강도단, 인질들, 합동 대응팀에 남한과 북한 출신이 모두 뒤섞이면서 형성되는 묘한 긴장감과 대립 구도가 원작의 재미에 새로운 층위를 더한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2018년 처음 원작을 봤는데,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이 참 매력 있었다”며 “어느 시공간으로 이동시켜도 매력적인 캐릭터일 거라는 생각에 우리나라에서, 우리만의 캐릭터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드라마 ‘피리 부는 사나이’, ‘라이어 게임’에 이어 김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인 류용재 작가는 “스페인 원작의 커다란 팬으로서 꼭 리메이크하고 싶었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보니 넷플릭스와 원작자가 허락해줘야 했다”며 “우리만의 한국적인 이야기로 어떻게 리메이크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를 원작자에게 보여주고 넷플릭스와 상의한 끝에 겨우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제작발표회에서 김홍선 감독(왼쪽)과 류용재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제작발표회에서 김홍선 감독(왼쪽)과 류용재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경을 한반도로 옮겨오면서 소품과 세트 곳곳에도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특히 ‘종이의 집’ 시리즈의 상징인 강도단의 가면은 원작에선 스페인 유명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본뜬 형태였다면, 한국판에서는 한국의 전통 탈인 하회탈로 바뀌었다. ‘베를린’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는 “스페인에서는 ‘달리’ 가면을 써서 자유의 의미를 줬다면, 하회탈은 풍자적인 느낌, 권력을 향한 비판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 좋았다”며 “많은 배우들이 썼을 때 위압감이 있었고,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더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스페인 원작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얼굴을 본뜬 가면(왼쪽)과 한국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등장하는 하회탈 형태의 가면.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종이의 집' 스페인 원작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얼굴을 본뜬 가면(왼쪽)과 한국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등장하는 하회탈 형태의 가면.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근접하길…”

넷플릭스 대작 리메이크인 만큼 유지태(교수), 김윤진(선우진), 박해수(베를린), 전종서(도쿄) 등 캐스팅 라인업도 화려하다. 이 모든 강도 작전을 설계한 지략가 ‘교수’를 연기한 유지태는 “‘교수’는 초유의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절대 피해자가 있어선 안 된다’는 나름의 신념을 지닌 신기한 캐릭터”라며 “헤드쿼터에서 전체를 관망하고 지휘하는 역할로, 강도들에게도 (작전을) 설명해야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도 마치 성우 같은 역할로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교수가 지휘하는 강도단에는 이외에도 이원종(모스크바), 김지훈(덴버), 장윤주(나이로비), 이현우(리우), 김지훈(헬싱키), 이규호(오슬로) 등이 출연해 각각 개성 있는 강도 캐릭터를 연기했다.

강도단을 막기 위해 꾸려진 대응팀의 남측 협상 담당자 ‘선우진’ 역은 ‘로스트’ ‘미스트리스’ 등의 미국 드라마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는 김윤진이 맡았다. 김윤진은 한국 작품으로 해외 관객을 만나는 것에 대해 “사실 이 자리에 있는 게 꿈만 같다”며 “오래전에 혼자서 왜 거기(미국)까지 가서 고생했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지금은 K-콘텐트가 각광 받는 만큼, 한국에서 한국 감독, 한국 배우와 촬영해도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을 통해 세계에 전달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윤진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윤진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작진과 배우들은 넷플릭스 기대작이라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오징어 게임' 덕분에 저희가 여기 앉아있을 수 있는 것 같다”(김홍선 감독)며 경쟁심보다는 감사함을 표했다. 김 감독은 “한국의 많은 콘텐트들이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저희도 잘되면 뒤에 오시는 분들에게 또 하나의 길을 열어드리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거기(‘오징어 게임’의 성적)에 근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오징어 게임’ 등 넷플릭스 작품에 잇달아 출연해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은 박해수는 “‘종이의 집’이 ‘오징어 게임’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을지 배우로서 확실히는 모르겠다”면서도 “이 작품의 큰 장점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고, 좋은 원작을 바탕으로 우리만 갖고 있는 분단국가의 현실과 심리적 갈등을 그린다는 것이다. 전 세계 시청자들도 보시면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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