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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조작" 해경 달려간 국힘 의원들…우상호 "한심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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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위원장 하태경)가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방문, 지난 2020년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서해 공무원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현장 검증에 들어갔다. 정봉훈 청장이 하태경 의원을 영접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위원장 하태경)가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방문, 지난 2020년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서해 공무원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현장 검증에 들어갔다. 정봉훈 청장이 하태경 의원을 영접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0년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은 정말 월북하려고 했을까. 이런 의문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 위원들은 이날 오전 인천 송도동의 해양경찰청을 방문해 정봉훈 해경청장과 간담회를 했다.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방문 목표는 왜 해경이 공무원을 구할 수 없었는지 파악하고, 해경 중간수사 결과 발표의 문제점을 해경 스스로 국민에게 알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TF 위원들은 월북 판단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공세를 폈다. 안병길 의원은 “중간수사 결과를 보면 짜 맞추기 수사를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해경이 수사 결과를 바꾼 배경을 설명하고, 국민과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신원식 의원은 “월북했다는 징후보다 월북을 안 했다는 징후가 더 많다”며 “불확실한 증거로 월북을 몰아간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간담회 직후 브리핑을 열고 해경 측의 답변을 전했다. 하 의원은 “감청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SI)에 대해 해경은 ‘국방부에 전체 내용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해서 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며 “중간 수사 발표 때 근거가 된 SI는 (전체가 아닌) 일부분이었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피살 공무원이 두고 간 것으로 알려진 슬리퍼에 대해선 “여러 사람의 DNA가 검출돼 개인 슬리퍼로 보기 힘들다”고 했고, 구명조끼에 대해선 “똑같은 구명조끼가 다른 장소에서 발견돼 공무원 것이라고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류 방향을 두곤 “조류가 북쪽이 아니었다는 한 가지 시나리오만 찍어서 중간 발표한 것은 고의라는 (해경의) 답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근거로 하 의원은 “월북 근거 자료는 모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위원장 하태경)가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방문했다. 하태경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위원장 하태경)가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방문했다. 하태경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에서는 ‘조작’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월북론을 비판했다. 하 의원은 “월북 판단 근거가 구명조끼, 슬리퍼, 조류, 도박 빚, 정신적 공황 다섯 가지인데 전부 과장됐거나 조작됐다”며 “한 가지 남은 것이 SI에 ‘월북’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는 것인데, (공무원이) 생존 본능 상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실제 월북할 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신변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임기응변으로 월북을 언급했을 수 있다는 취지다.

사건 당시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월북이라는 국방부 분석에 동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뻔한 거짓말”이라며 “내가 강하게 반발했고, 우리 당 의원들도 대다수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었다”고 반박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민주당은 “한심해 보인다”(우상호 비대위원장) 고 발끈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남북 사이의 일들을 모두 문제 삼아서 하나씩 공개하고 정쟁화하면 남북 대화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며 “이것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 국민의힘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뭔지 좀 한심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 측이 대통령 기록물 등 당시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 공개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다”며 “구체적인 공개와 관련된 협상 진행은 원내대표 간 대화에서 진행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원 구성 협상) 이견이 좁혀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여당이 피살 공무원 특위를 만들자며 새 협상 조건을 내세웠다”며 “정쟁 소지가 다분한 정치 이슈를 내세워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것 같은데 번지수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김태년 의원이 담당하는 ‘경제위기 대응 특별위원회’와 우 비대위원장이 키를 쥐는 ‘정치보복 수사 대응 특위’를 투트랙으로 꾸리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의원,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와 공무원 피살 사건 의혹 제기 등에 대해 당 차원에서 방어막을 치겠다는 취지다.

여야 “기록물 공개” 한목소리지만…가능성은 글쎄

2020년 10월 3일 북한군에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시신 및 유류품을 수색하는 해경 경비함. [해양경찰청]

2020년 10월 3일 북한군에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시신 및 유류품을 수색하는 해경 경비함. [해양경찰청]

피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 기록물을 두고 여야는 “공개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21일 민주당이 SI 공개를 제안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SI보다는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부분을 공개하자”고 역제안했다. 이후 우 위원장이 “안 할 게 뭐가 있느냐”고 반응했고, 권 원내대표는 “원내수석을 통해 열람 방법에 대해 논의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기록물 공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기록물 열람 방식이나 절차, 공개 방법 등을 놓고 이견이 예상되는 데다가, 공개된다고 해도 양측 모두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 위원장은 전날 기록물 공개에 동의하면서도 “다 부메랑으로 (여당에) 돌아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여야가 원 구성 협상 등을 놓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기록물 공개를 위한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동의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열람 방식 등을 놓고 어깃장을 놓으면 시간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감한 감청 정보가 담긴 SI 공개에 대해 정부·여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도 변수다. SI를 공개하자는 민주당 제안에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며 “공개하라는 주장 자체는 조금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지 않나 싶은데, 한 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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