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대자보' 20대 2년만에 무죄 "불법침입? 文사진 괘씸죄"

중앙일보

입력 2022.06.22 15:19

업데이트 2022.06.22 18:44

 문재인 전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대학 건물내에 붙였다가 벌금 50만원형을 선고 받은 뒤 항소해 22일 무죄를 선고받은 20대 청년 A씨는 "대자보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합성사진을 싣고 직접 비판한 것이 내가 이례적으로 기소된 본질이라고 본다"고 했다. A씨는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경찰은 처음부터 내게 '죄를 지었으니 조사받으라'며 무죄 추정 원칙을 어기며 수사했고, 대학 경내에 들어간 사실만으로 '허가 없이 들어갔으니 불법'이라며 기소를 강행했다"고 했다. 일문일답.
 -무죄 선고 받는 순간 기분이 어땠나
 "기뻤다.'우와!'하는 느낌이 들었다. 표현의 자유가 다시 지켜질 수 있어 다행이다."

단국대에 대자보 붙인 '죄'로 벌금형
항소끝에 2심에서 무죄 선고 받아
"주거침입 아닌 문 비판이 기소이유"
"다른 사람 비판했으면 기소 안했을 것"
"경찰, 처음부터 반말하며 죄인 취급"
오후5시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재판을 3년 가까이 받았다.
 "많이 힘들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재판 받는 사실 자체로 피해를 입을 수 있지 않나. 사람들이 나를 꺼려할 것이고. 그런 부담 때문에 일상 생활 자체가 힘들었다. "
 -경찰 수사 어떻게 받았나
 "나한테 '조사받으러와' 라면서 처음 전화를 걸어왔을 때부터 반말을 했다. '왜 조사받아야하나'고 물으니 '네가 죄를 저질렀으니까 와야지' 라면서 무죄 추정 원칙도 깨버리더라. 무서워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 조사를 받으러 갔다.

 -조사 받은 과정에선 어땠나?
 "대자보를 붙이게한 배후가 누구냐, 조직이 있느냐고 집요하게 캐물었다. '모른다'고 하니까 내가 차를 몰고 단국대에 들어가는 모습과 학생회관에 들어가는 모습이 찍힌 CCTV 를 보여주면서 '인정하냐'고 묻더라. 내가 '이게 왜 불법이냐'고 물으니까 '허가 없이 (단국대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하더라. 어이가 없어서 '바(차단기)가 열려있어 주차했고 건물 문이 열려 있으니 들어갔지, 대학에 무슨 허가를 받고 들어가냐'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다 무시해버리고 '어쨌든 불법 행위'라면서 기소해버리더라."
 -약식기소된 뒤 법원이 벌금 50만원을 명령한 것이 2년전인데
"그렇다. 지난 5월25일 첫 공판이 열렸고 오늘(22일) 선고가 이뤄졌다. 2020년6월22일 벌금형 선고를 받았으니 딱 2년만이다. 정권이 바뀐 뒤에야 재판을 재개하고 무죄를 선고한 거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반정부 대자보를 붙인 사람은 많은데 왜 유독 당신만 '건조물 칩입'이라는 황당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나
  "내가 대자보를 붙일 당시 홍콩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는데, 문재인 정부는 중국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런 대중 굴종 외교를 비판하는 취지로 시진핑 주석 앞에 문 대통령이 무릎 꿇은 모습을 합성사진으로 만들어 대자보에 실었다."
 -문 전 대통령 사진을 실은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가
 "(내가 기소된) 본질은 그것이라고 본다. 문 정부의 다른 인사들을 비판할 때는 (경찰이) 그렇게 사건을 공론화시키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니 기소했다는 느낌이 든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면 이렇게까지는 안 하지 않았을까"

 대학생 단체 '신전대협(신전국 대학생 대표자 협의회) 소속인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24일 오전 3시쯤 단국대 천안캠퍼스 건물 내부 등 4곳에 문 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혐의(건조물 침입)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자보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과, 그에게 고개 숙이는 듯한 모습을 합성한 문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담겼다. 경찰은 "불법 침입만 문제 삼은 것"이라고 했지만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인 '괘씸죄'가 기소의 진짜 이유"란 비판이 쏟아졌다. 재판에 출석한 단국대 관계자도 "피해를 입은 게 없다"고 증언했다.

그런데도 1심 재판부는 2020년6월22일  A씨의 행위가 평화를 해쳤다고 판단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해 논란이 일었다.  A씨는 즉각 항소했고 22일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대전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이경희)는 1심 벌금형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정 시간대 이후 시정된 곳을 들어가 대자보를 붙이긴 했는데 이 과정에서 평화를 해치는 방법으로 침입하지 않았기에 무죄를 선고했다”라고 판시했다.

(이 기사는 오후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서 상세보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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